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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Feb 07. 2023

현대미술이 난해한 첫 번째 이유 : 물질

우리 사회를 불편하게 만드는 재료들

얼마 전에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는 현대미술이 싫다고 했다. 왜 그러냐니까 예술이라 하면 보기에 아름다워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고 했다. 피가 나오는 장면이나, 오줌, 코끼리 똥,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들 말이다


<오줌 예수> 세라노


1987년 안드레 세라노는 오줌이 담긴 용기에 예수의 십자가상을 넣은 뒤 그것을 사진으로 찍는다. 그는 이 작품의 이름을 <오줌 예수>라고 명한다. 이 작품은 정치권, 미술계, 종교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그들은 기독교의 상징인 미국을 조롱하는 작품으로 이를 해석한 것이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작품은 신성모독이며, 쓰레기라고 평했다. 워싱턴 타임스는 "안드레 세라노의 이 작품은 미국 미술과 문화를 노골적으로 반 기독교적이고 반 미국적이며 허무주의적으로 만든다"라고 비난했다. 


<예술가의 똥> 피에르 만초니


그런가 하면 1961년 이탈리아의 전위예술가 피에르 만초니는 <예술가의 똥>이라는 깡통 90개를 만들고 이를 판매한다. 그는 이 깡통 안에는 자신의 배설물이 담겨있다고 전했다. 이 작품은 신기하게도 비싼 값에 팔려나갔다. 2016년 54번 깡통이 2억 7000만 원에 팔렸다고 한다. 



<천 년>, 데미안 허스트



영국의 유명 예술가인 데미안 허스트는 1990년 <천년>이라는 작품을 발표한다. 이 작품은 한쪽에는 소의 머리를 잘라놓고 그 위에 살충 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파리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는다. 파리는 소의 머리가 있는 공간으로 넘어와 소의 머리에서 영양분을 얻고 알을 낳지만, 그 위에 있는 살충장치에 목숨을 잃는다. 피가 흥건한 소의 머리와 파리라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대체 현대 예술가들은 왜 이런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물질들로 작품을 만드는 것일까? 모름지기 예술이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고, 보기에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보기에 편한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아니면 돌을 깎아 조각을 하면 좋지 않을까? 현대 예술가들이 굳이 인상 찌푸려지는 물질들로 작품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대답은 예술의 역할과 의미의 변화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사실 자연의 모방이었다. 예술가들은 자연에서 눈으로 발견한 것들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을 실제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실제와 똑같지는 않았다. 오죽했으면 플라톤은 예술가들이 이데아를 모방할 뿐 그것을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한다는 것에 분노했을까. (플라톤 미학: https://brunch.co.kr/@hogeunyum/187)


<피에타 상>, 미켈란젤로


이것이 르네상스 시기에 이르러 예술가들은 점차 자신의 생각들을 작품에 담기 시작한다. 바사리는 미켈란젤로를 신만이 가지고 있는 창조능력을 가졌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 시기의 예술들은 여전히 자연을 모방하고 있었고, 수많은 예술가들은 기독교의 내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가에 대해 고민했다. (중세의 미학, 기술자에서 예술가로 : https://brunch.co.kr/@hogeunyum/157)


자연을 모방하던 예술은 카메라의 발전으로 인해 그 정체성을 잃는다. 이제 예술은 기계가 담을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시선을 돌린다. 또한 기독교의 교리를 표현하는데 그치던 예술도 종교개혁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요제프 셸링


이러한 시대 속에서 예술에 대한 개념은 점점 예술가의 사상과 시대의 정신을 표현하는 도구로써 인식된다. 셸링은 자신의 저서인 『초월론적 관념론의 체계』에서 "예술은 철학의 유일한 진리이자 영원한 도구이고 동시에 증서이며, 그것은 철학이 외적으로는 드러낼 수 없는 것을 항상 새롭게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즉, 예술은 철학이 자연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것, 과학으로는 증명해 낼 수 없는 것들을 작품으로 보여준다는 말이다.


개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여기서 더 나아가, 헤겔은 예술은 자연을 의미 없이 모방하는 것에서 해방되어 인간적인 것을 표현한다고 말한다. 그는 "예술은 일정한 범위의 내용과 파악법이 굳건하게 제약되어 있던 상태에서 빠져나와 인간적인 것 - 즉 인간 심정의 깊이와 높이, 인간의 기쁨과 고뇌에서, 혹은 인간의 노력과 행위와 운명에서 보편적인 인간성-을 자신의 새로운 성역으로 삼는다."라고 말한다. 예술은 자연의 모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고, 동시에 종교적인  것이다. 


이렇게 자유성을 확보했기에 예술은 일정한 내용에 속박되는 일도, 개념적인 사유와의 괴리에 고민하는 일도 없이 오히려 자신의 감성적인 매체를 통해 자유롭게 형태화 되는 가능성을 인정받는다. 헤겔은 이에 대해 "예술가는 신성시될 일정한 형식과 형태를 뛰어넘어 일정한 내포에도, 또한 신성하고 영원한 것이 일찍이 의식에 주어진 일정한 직관형식에도 의존하지 않고, 자유롭게 스스로 활동한다"라고 말했다. 



피로 만든 마크 퀸의 <셀프>



이런 미학적 발전에 의해 예술가는 형식과 매체에 있어서 더 이상 어떠한 제약도 받지 않는다. 그들은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수 있으며, 어떠한 것으로도 예술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어떻게' 그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그리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예술가들은 밴버스를 벗어나 다양한 물질로 자신의 작품들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가면과 피카소의 그림 비교



이렇게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더 발전적인 모습의 예술개념들이 발달했다. 그런데 몇몇 예술가들은 원시적인 예술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고갱은 타히티에 매료됐고, 모딜리아니는 아프리카 원시 가면 모양을 인물들을 그리는데 자주 이용했다. 피카소 또한 아프리카 예술에서 영감을 얻고 <아비뇽의 여인들>을 그린다. 현대 미술이라고 하는데 왜 원시적인 것들과 결합하려 할까? 이에 대한 답은 다음번에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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