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rtor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술호근미학 Oct 05. 2020

플라톤 미학: 시인 추방론

이 글은 유튜브에서 영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WgGsotXC0ic


BTS 셀러

아름다움에 대해 체계화하고 연구해서 기록으로 남긴 최초의 인물은 아마도 플라톤일 것이다. 오늘은 플라톤의 미학 중 일부분인 시인 추방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혹시 bts 셀러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일이 있는가? 방탄 소년단 멤버들에게 영감을 준 책들이 유튜브 채널에 잠깐 언급되었을 뿐인데, 서점가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을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호밀밭의 파수꾼』, 『데미안』 등의 고전부터,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철학 책까지 젊은이들이 쉽게 읽지 않을 법한 책들도 포함되어 있다. 팬들은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읽고 영감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을 선택한다. 이처럼 연예인은 단순히 문화를 향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과 사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그런지 타임지에도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에 항상 연예인들이 높은 순위에 오르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BTS, 시인

BTS 같은 슈퍼스타가 고대 그리스에도 존재했다. 그들은 바로 시를 짓고 낭송하는 시인들이었다. 이들의 영향력은 어쩌면 지금의 연예인들보다 훨씬 더 했을지도 모른다. 당시의 시인들은 단순하게 공연으로 즐거움을 주는 연예인의 역할을 넘어 역사와 진리를 일반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예언자, 스승의 역할도 가지고 있었다. 플라톤의 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더니 갑자기 웬 시인 이야기를 하는가? 플라톤의 미학으로 보기에 이 시인이라는 존재들은 아름다움을 망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당시의 그리스의 시민들이 지식과 진리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두 부류였다. 한 부류는 철학자이고, 다음 부류가 바로 시인들이었다. 시인이 지식과 진리를 전달한다고?라고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예술은 예술, 교육은 교육 이런 분리된 개념 자체가 없었다.


제자들을 끌고 다니며 수학이나 천체학 등의 광범위한 지식을 재미없게 토론하던 철학자들에 비해, 시인들은 축제나 대회 같은 곳에서 공연을 통해 역사적인 사건이나, 신들의 이야기를 대중들에게 공연했다. 당시의 시는 서사도 있고 음악도 있는 뮤지컬과 같은 무대 공연이었다. 그들은 연기를 하기도 하고 멋지게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러니 생각해보라. 대중들이 철학자와 시인들 중 어떤 사람의 말에 더  귀 기울였을까? 대중들은 당연히 철학자들보다는 시인들에 열광하고 그들의 말을 믿었다.

 

아레테

그런데 그들이 공연하는 내용들이 플라톤이 보기에는 탐탁지 않았다. 그래서 플라톤은 시인들의 공연이 왜 잘못되었는지,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그러므로 그들을 어떻게 처우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과정 가운데에서 플라톤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상태, 올바른 국가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플라톤의 미학의 일부분을 이해할 수 있다. 플라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국가는 바로, 각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한 목적과 기능을 잘 해내는 것 즉 ‘아레테’의 상태이다.

그중에서 플라톤이 생각하는 남자의 아레테는 바로, 적군 앞에서 용맹한 군인이다. 당시의 그리스는 전쟁 국가였다. 따라서 강력한 국가를 위해서 남성들은 군인이 되어 적군과 싸워야만 했다. 플라톤이 생각하기에 그들에게는 강인한 전사를 기르는 교육이 필요했다. 문제는 시인들이 이것들을 다 망치고 있다는 점이다. 


2단계나 떨어진 모방

많은 시인들은 전쟁 서사시인 호메로스의 시를 가지고 공연을 했다. 그들은 진짜 군인인 것처럼 연기를 하지만 실제로 싸우는 방법을 아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대본인 호메로스의 시를 잘 표현하는 것뿐이었다. 플라톤이 보기에는 싸울 줄도 모르는 것들이 싸움을 표현하고 관객들이 ‘아~ 저렇게 싸우면 되는구나’ 하고 이해할 거라 생각하니 분통이 터지는 것이었다. 군인도 아닌 호메로스가 관찰해서 쓴 시를 한 번 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그것이 마치 진리인 양 모방하기도 하고, 자신이 그것에 전문가인척 했기 때문이다.


지나친 감정 추구

뿐만 아니라 그들은 굳이 모방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들을 모방해서 플라톤이 생각하는 최고의 영혼 능력인 이성을 마비시킨다. 시인들은 시를 공연하면서 악인의 모습을 연기하기도 한다. 악역을 너무나도 잘 연기하면 많은 관객들은 그 모습에 동화되기도 하는데, 이것을 플라톤이 지적한 것이다. 또한, 시에서는 용맹하고, 겁이 없으며, 자비롭게 표현되어야 할 영웅들의 모습이 참을성 없고, 잔인하고, 슬퍼하는 모습들로 드러내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킬레우스가 파트로클로스의 시체를 부여잡고 통곡하는 슬픈 모습을 보인다든지 헥토르의 시신을 마차에 매달고 트로이 성을 도는 잔인한 모습을 보인다든지 하는 그런 점들이다. 이것들의 문제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격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켜서, 측정하고, 계산하고, 계량하는 영혼 능력인 이성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생각해 보라. 전쟁에 나선 사람들이 갑자기 두려움에 떨고 불안해한다면 그 전쟁은 당연히 승리하기 힘들 것이다. 한 마디로 시인들은 감정적인 부분을 너무 부각해서, 마땅히 영혼의 지배자가 되어야 할 이성과 대립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좋음과 아름다움

이에 플라톤은 영혼의 국가에서 이성을 지배자로 만들 것인지, 즐거움과 괴로움의 감정을 지배자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고 그것의 원인이 되는 시인을 국가에서 추방하자는 의견을 내는 것이다. 방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플라톤이 각자가 각자의 것을 지니는 것, 각자가 각자의 것으로 귀속되는 것을 이상적인 국가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이 바로 플라톤이 생각하는 '좋음'이다. 그 좋음은 이성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성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감정이라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이다.


플라톤은 히피아스와의 대화를 통해, 아름다움은 좋음의 아들과 같은 관계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화를 통해 플라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감정적인 것을 불러일으키는 것보다는 이성적으로 보기에 적합한 것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으로 시를 쓴 화가 르네 마그리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