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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Sep 21. 2016

플라톤이 랩소드(Rhapsode)를 싫어했던 이유

#예술은 검열이 필요한가?, #플라톤의예술관

1. 랩소드(Rhapsode)는 아이돌 스타였다.


아이돌은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얼마 전 골프 용품을 인터넷에 파는 형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요즘은 어떤게 가장 잘 팔리고 주로 사는 나이대가 어떻게 되나요? 라는 질문에에 형은 골프모자가 잘 팔리고 주 연령층은 대학생이라고 답했다. 골프용품을 파는데 왠 골프모자가...그리고 대학생들이? 라는 의문이 생겼다. 작년에 지드래곤이 방송에 골프모자를 쓰고 나왔는데 그걸 보고서 대학생들이 폭발적으로 주문했고 이제는 없어서 못판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아...' 하며 그 형의 말을 이해했다. 대중문화는 청소년들의 옷차림과 말투, 그리고 생활패턴과 꿈에도 커다란 기여를 한다.

지드래곤의 골프모자

 

플라톤이 살고 있던 시대에도 지금의 아이돌 같은 랩소드(Rhapsode)라는 직업이 있었다. 랩소드는 음악과 문학을 곁들여 시를 암송하는 사람들이었다. 한 마디로 비교하자면 지드래곤이나 지코, 엑소 같은 대중가수였다. 이들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그들의 인기는 현 시대의 아이돌과 비슷했다. 그들은 플라톤 시대 대중문화를 이끄는 선두주자들이었다. 이 랩소드의 번역이 '시인'으로 되면서 한글 번역된 플라톤의 책에서는 랩소드들이 시인으로 통칭된다. (그래서 플라톤은 시인을 내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Greek Rhapsode

이들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문학과 음악을 곁들인 랩소드들의 암송은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그들의 노래에 귀기울이게 했다. 문제는 이 랩소드들이 단순한 가사들이 아니라 호메로스의 서사시 같이 '인간 삶의 전 영역을 다루는 시'를 암송했다는 점이다. 그들의 암송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었다. 그들은 대중들을 교육했고, 인간형성의 과정에서 커다란 역할들을 해냈다.


2. 좋은 이야기를 잘 들려주면 좋은것 아닌가? 


그것이 대체 왜 문제인가? 인간의 전 영역에 걸친 서사시를 사람들에게 알리는건 좋은 것이 아닌가? 그것도 듣기좋은 음악과 실감나는 연기를 더해 암송해주는게 왜 잘못된 것인가? 오히려 좋은 이야기를 잘 들려주고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 한다면 더 좋은 것이 아닌가? 플라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세상에는  신, 목수, 화가 이 3가지의 제작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침대를 제작하는 과정을 예로 든다. 신은 완벽한 침대의 목적을 정하고 전체적인 모습을 디자인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침대라는 개념과 디자인을 목수는 "모방" 하여 재료를 깎고, 다듬고, 합체하여 침대를 만든다. 그러나 이것은 신이 디자인한것과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완벽한 개념의 나무의 질감을 표현 할 수 없고 완벽한 크기와 겉모습을 만들수는 없다. 게다가 완벽하게 똑같은 침대는 또한 제작될 수 없다. 그렇기에 목수가 만든 침대는 "완벽한 침대라는 '실재'의 모방"이지,  '침대'가 아니다. (아 어려워...) 

이 사진은 모방품의 모방이다?

화가는 이렇게 목수에 의해 제작된 침대를 보고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그림은 화가가 바라보는 한 면만을 그릴 뿐 완전한 침상을 그리지 못한다. 그리고 그 그림은 사람들이 보기에 '아, 이렇게 생긴 것이 침대구나', '그림이 슬퍼보이네' 등의 시각적인 효과와 감정만을 전해줄 뿐 실제 침대의 기능을 전달해줄수도 없고, 목적 또한 드러나지 않는다. 핵심적으로 화가가 그린 침대라는 그림은 신이 제작한 완벽함을 '모방한 침대'를 모방한 것이다. 화가가 그린 침대를 보고 침대라는 개념을 이해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실재가 아니다. 침대라는 개념을 알기 위해서는 신이 제작한 완벽한 침대 (이데아)를 알아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 하더라면 목수가 만든 침대라도 봐야 한다.

    

플라톤은 「이온」에서 당시 최고의 실력자 랩소드인 이온과 소크라테스의 대화를 통해, 랩소드들은 '실재의 모방'을 모사하고, 모방하는 사람들이라는 정의를 내린다. 그들은 본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단순히 책에 쓰여진 글(모방품)을 읽고 그것을 입으로 모사하고 모방하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오로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감정을 고조하는데에만 신경을 쓸 뿐이지, 진정한 진리를 모른다. 그렇기에 플라톤은 랩소드들이 시를 암송함으로써 사람들을 교육하거나, 인간형성에 기여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그의 주장이 과연 합당한가?

소크라테스 옹


3. 정말 예술가들은 단순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감정을 고조하는 역할만을 할까?


지금이야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수많은 가수들이 사회비판적인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 서태지는 그 중심에 있었다. 당대의 아이돌인 H.O.T와 젝스키스조차도 사회 주요 문제들을 비판했다. 당시의 어른들은 이들을 못마땅히 여겼다. 그저 겉멋이 들어서 인기를 얻기 위해 저런 노래를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저 가수들은 작사가가 써준 가사를 그냥 부르는 것이지, 진짜로 가사의 의미조차도 잘 모른다고 비난했다. 마치 플라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서태지 '교실 이데아' 가사 중 일부

그리고 역사 가운데 수많은 문학과 시, 예술작품들은 사회의 질서를 흐린다는 이유로 정부에 의해 제한되었다.  그 제작자나 가수, 시인, 작가들은 정말 진리를 모르는 채 단순히 사회 현상을 모방하기만 할까? 사람들의 관심과 감정고조만이 그들의 목적이었을까? 

대중문화를 검열하려는 시도. 교과서를 획일화 하려는 시도. 사회비판 문학이 발표 되기를 두려워 했던 정부. 세대비판을 껄끄러워하는 기득권. 정말 모방품의 모방을 할 정도로 가치 없는 것이라면 무시하면 되는데 왜 두려워 하고 탄압할까? 

 

일제시대 탄압당하던 작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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