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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Sep 26. 2016

애프터 유 (After you)

#윌의죽음이후루이자의 삶, #조조모예스, #미비포유

「미 비포 유」의 속편


「애프터 유」는 영국의 작가 조조 모예스가 쓴 화제의 소설 「미 비포 유」의 속편이다.

「미 비포 유」 이후, 수많은 독자들은 조조 모예스에게 루이자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자신을 작가로 만들어준 독자들에게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조조 모예스는 마침내, 윌의 죽음 이후 루이자의 이야기를 다룬 속편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이 바로 「애프터 유」이다.

조조 모예스

지난 편에 이어지는 이야기 이기에  「미 비포 유」를 읽지 않은 독자는 책의 내용의 이해가 불가능하다. 누군가 지나던 중 화제의 책이라기에 덜컥 샀다가는 큰일 난다. 이전 내용을 모르면 소설은 전혀 재미가 없다. 그렇기에 소설의 제목을 차라리 「애프터 유」보다는 「미 비포 유 2」라고 하는 것이 좋을 법했다. 그러면 「애프터 유」만 사는 독자는 얼마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미 비포 유 2는 좀 촌스럽다)


예상과는 다른 삶의 루이자


「미 비포 유」의 마지막 장면에서 루이자는 꿀벌 타이즈를 입은 채로 프랑스 파리의 카페에 앉아있다. 그곳에서 그는 윌의 편지를 읽는다.


그게 아니라 대담무쌍하게 살아가라는 말이에요. 스스로를 밀어붙이면서. 안주하지 말아요. 그 줄무늬 타이츠를 당당하게 입고 다녀요. -윌의 편지 中-
영화 '미 비포 유'의 마지막 장면

 그녀는 윌이 원한 것처럼 패션 디자인 스쿨에 다니면서 자신의 고향을 벗어나 커다란 꿈을 이루며 살 것 같았다. 줄무늬 타이즈를 입고 파리의 거리에서 커피를 마시고 자신의 꿈을 위해 자신을 스스로 밀어붙이면서....

그러나「애프터 유」의 첫 장면에서 우리의 예상은 빗나간다. 루이자는 프랑스에서의 공부에 실패하고, 영국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고향에는 돌아가지 못한다. 윌을 죽게 놔둔 사람으로 언론에 알려져서 그녀는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루이자를 욕하고 조롱했다. 그녀는 윌이 남겨둔 유산으로 런던에 집을 사고, 바에서 아르바이를 하며 산다. 이것이「애프터 유」의 시작이다.  


이렇게 다소 실망스러운 삶 가운데 그녀는 옥상에서 떨어지는 낙상을 당하고 그 사건을 계기로 응급대원 샘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윌의 딸, 릴리가 그녀를 찾아온다. 이 두 사람과 루이자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애프터 유」의 주된 내용이다.


새로운 삶과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


조조 모예스는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겪는 갈등과 심리를 루이자를 통해 아주 잘 표현해냈다. 루이자는 새로운 장소, 일자리,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윌을 잊지 못한다. 그녀의 모든 행동은 윌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과 상관없고, 감당하지 못할 일임에도 윌 때문에 시간과 돈과 열정을 할애한다. 그리고 윌에게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으려 했다.


윌의 딸이 나를 필요로 했다. 그거면 됐다.... 나는 그에게 빚을 졌다. 내가 전혀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는 길이 여기 있었다.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있었다. (398p)


자신의 가치가 죽은 윌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야만 느껴지는 이 대목에서 루이자가 얼마나 윌을 많이 사랑했고, 여전히 그가 루이자에게 큰 영향을 주는지를 알 수 있다. 상실을 경험한 이들은 이 감정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현재를 살아가고는 있지만 내 삶의 대부분은 상실에서 비롯된 과거가 나를 지배하는 것. 현실을 사는 것도, 과거를 사는 것도 아닌 두려움. 루이자는 그 두려움 때문에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지만, 그 세상에 남아줄 만큼 나를 사랑하지는 않았던 남자를 나는 사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나를 사랑할지도 모르는 남자를 두려워서 사랑하지 못하고 있었다. (445p)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

아직도 1998년에 사는가....

새 출발이 두려운 그대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과거의 나의 잘못 또는 일어난 일들 때문에 지금을 살지 못한다. 죄책감이 있고 똑같은 실수를 할까 봐 두렵기도 하다. 작가가 일부러 그랬는지는 몰라도 「애프터 유」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과거를 가지고 있다. (과거를 안 가진 사람은 없겠지만...)


이 등장인물들 중 누군가는 과거에 무너지기도 하고, 과거에 침묵하고 품안에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과거를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거가 잊히는 것은 아니다. 과거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걸 이겨낸 사람은 그저 과거가 주는 상처에 쓰러지지 않을 만큼의 맷집이 생긴 것이다.


젠장 루! 우리 모두 도넛이에요! 누나가 암에 걸려 죽어가는 걸 보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누나뿐만 아니라 조카를 보면서 평생 마음 아프지 않은 줄 알아요? 그게 어떤 건지 모르는 줄 알아요? 대답은 하나뿐이에요. 그걸 날마다 보며 사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요. 그러니 뭐든지 닥치는 대로 몸을 던지고 멍드는 건 걱정하지 말아요. (468p)
난 왠지 샘이 톰하디처럼 생겼을 거 같다

과거는 과거대로 의미가 있다. 잊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잊히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시간이 지나고 현재가 과거가 되는 과정 속에 상처는 곪고 딱지가 질 것이다. 그 딱지가 떨어지면 새살이 돋을 것이다. 흉터는 남겠지만 과거가 나를 찌른다고 쓰라리진 않을 것이다. 과거의 흉터는 지워지지 않고 잊히지 않는다. 우리는 과거와 같이 살아간다. 그 과거 때문에 현실을 놓치진 말아야 한다. 그냥 잘 살아야 한다. 그냥 잘 살아야 한다.(미비포 유를 읽은 사람만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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