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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Jun 28. 2017

악은 공허함에서 오는 병.「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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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그리고 악


도서관에서 신간 코너를 둘러보다, 강상중의 책을 발견했다. 대학시절,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강상중의 책 「고민하는 힘」을 추천해 주셨다. 나쓰메 소세키와 베버를 통해,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반드시 고민해봐야만 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떠한 일을 마주할 때, 치열하고 깊은 고민을 통해 나만의 결론을 세우는 과정을 배우게 되었다. 이 과정은 나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렇게 얻은 지식의 기반은 굉장히 단단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주저 없이 드림웍스의 '메가마인드'를 꼽는다. 선이 없어진 악은 더 이상 악이 아니라는 무거운 철학을 웃긴 상황과 재치로 풀어내는 영화이다. 세상의 악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영화였다. 이러한 주제는 '배트맨 다크 나이트'에서도 다뤄진다.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극 중에서 배트맨에게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고 말한다. 악이란 것은 선이 있기에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이 두 영화는 내가 '악'이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계기를 주었다. 

좋아하는 작가인 강상중의 신간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은 제목 그대로 악을 주제로 한 책이다. 그렇기에 책을 집어 들 수밖에 없었다.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저자는 일본에서 일어났던 몇 가지의 살인사건과 고의적인 비행기 추락 사건을 먼저 제시하며, 누가 보아도 비도덕적이고 악한 상황들을 소개한다. 그 내용들은 중학생들의 집단 살인과, 어느 대학생의 이유 없는 살인, 대학병원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등이다. 이러한 일들이 악을 행하는 이들에게 주는 유익은 무엇일까? 


저자는 악을 행했을 때, '꼴 좋다'라는 샤덴프로이데와 성취감을 준다고 주장한다. 그는 악이 생성되는 이유들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하는데, 첫 번째는 사회적 결여이고, 두 번째는 공허함이다. 먼저, 악을 행하는 이들은 대부분이 극단적인 상황에 의하여 사회와 자아가 분리되었다고 느낀다. 그로 인하여 사회에서 나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러한 상태에 빠지면 사회를 증오하게 되고, 타인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남들과의 비교가 당연하게 되어버린 이 시대에서 나는 갖지 못하였다는 공허함이 생기게 된다. 이 두 가지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에 의하여 점점 더 생겨난다. 


3장에서 본 것처럼 악은 번성하고 있고, 지금도 어딜 가나 넘쳐나면,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듯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너 자신만을 믿으라', '자기 자신을 하나의 기업으로 여기라', '자신이라는 기업에 투자하고 갈고닦아 글로벌 시장의 투사가 돼라' 같은 세뇌로 더욱더 '개인화'를 밀어붙이는 자본주의가 이 세상을 덮고 있으니 악이 버성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172p. 中


저자는 사회적 결여와 공허함을 막으면 악의 생성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두 가지를 막는 방법은 바로 사회적 관계와 자유라고 주장한다. 관계를 맺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다른 이의 가진 것에 의하여 공허함을 느끼지 않고 만족감을 가질 때 악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편으로 그는 '악에 대한 용서할 수 없다'는 부정적 생각의 공유가 악을 막을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그 공유적 개념 때문에 사람들이 악을 행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다는 것이다. 


악의 기원은 모르겠지만 그의 주장은 일리 있다.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를 읽었지만 나는 여전히 악의 기원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극단적으로 적용하면, 공허감과 사회적 결여를 줄이면 악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이 전혀 없는 갓난아기가 다른 아기에게 행하는 악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가 사회 악을 종용한다면, 공산주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악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이러한 점들에서 바라볼 때 악이라는 것은 어떠한 상황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내가 믿는 종교인 기독교에서는 하나님과 같아지고 싶어 하는 것이 바로 악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인간은 악하고 하나님은 선하다'라는 절대적인 기준에 의거한 내용이다. 인간은 악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완전히 선하시다는 점에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성경의 많은 부분에서는 인간이 보기에 도덕적으로는 전혀 선하지 않은 하나님이 많이 등장한다. 만약 하나님이 절대 선이라고 한다면 인간의 도덕은 선이 아니란 이야기인가? 하지만 도덕은 하나님의 계명에서부터 나온 것 아니던가?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방법이 왜 선한가에 대해서는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앞서 소개한 메가 마인드와 배트맨 다크 나이트에서는 차라리 '선이 없다면 악이라는 개념도 없다. 마찬가지로 악이 없으면 선도 없다'라는 간단한 답변을 내놓기라도 한다. 하지만 이 것은 파시즘이나 나치즘 등 이미 역사를 통해 잘못된 생각임이 밝혀졌다. 이러한 생각들을 해보면 악의 기원은 어디서 왔는가? 하는 나의 질문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이다.



어찌 되었든 간에 강상중 작가의 답변은 악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관계는 분명 나를 사회적 일원으로 여기게 되고 타인을 나의 동료로 생각하게 된다. 경쟁보다는 서로의 화합을 통해 자유를 보장하여 공존하게 되는 모습을 이끌어낸다. 악인이자 외톨이었던 메가마인드가 사회에서 친구를 만나고 악을 이겨내는 모습이라든지, 배트맨이 고담 시의 시민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해서 선을 행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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