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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호근미학 Aug 23. 2015

동네책방 매거진을 시작합니다

#서평, #플랫폼, #책 추천

다섯살때부터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기 직전까지 우리 아버지는 한 달에 한 번씩 거친 당신의 손으로 나의 손을 꼭 쥐고 동네책방에 가셨다. 그리고 책방의 아르바이트생 형(난 이 형이 사장일거라 믿지 못했다)을 불렀다. 


"얘가 달라는거 다 주세요."


비록 내가 원하던 변신합체로봇은 아니었지만 나의 보호자가 자신있게 이 공간 안에서 내가 욕망하는 모든 것을 이루어주겠다는 그 약속은 나를 설레게 했다. 그렇게 나의 독서는 시작되었다. 나는 만화를 엄청 보았다. 상업 만화도 많이 보았다. 드래곤볼, 슬램덩크, 마이러브 등등. 그리고 만화잡지도 정기구동했다. 소년챔프, 영챔프, 아이큐 점프. 그 이외에도 만화로 된 세계고전도 읽고, 사자성어 책도 읽었다. 내 어린시절의 책은 만화 일색이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여자친구와 아이스크림콘을 먹다가 아이스크림콘의 유래를 만화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났다. 나는 아이스크림콘이 접시가 없어서 옆에서 팔던 와플에 아이스크림을 얹어 판 것이 시초라고 친절히 알려주었다. 여자친구는 나를 무척이나 유식하게 바라보며 존경했다. 나는 그때부터 그녀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지적 허영심을 채워줄 책을 읽었다. 


동네책방 형은 내가 책방에 갈 때마다 무엇인가를 계속 읽고 있었다. 그 형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많은 책을 읽은 형이었다. 책을 고를때마다 나는 동네책방 형에게 자문을 구했다. 형은 친절하게 자신이 읽은 책들을 추천해주었다. 형이 추천해준 책들을 읽으면 나는 곧장 동네책방으로 달려갔다. 무엇인가를 읽고 있는 형을 붙잡고선 방금 전 읽은 책들을 나는 이렇게 봤다.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것이 있다. 하는 둥 내 이야기를 마구 쏟아냈다. 형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답해주고 또 질문해주었다. 그렇게 세월을 함께 쌓으며 그 형은 나이가 들어 머리가 희끗한 아저씨가 되었고 나도 건장한 청년이 되었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다가 군 복무 문제로 한국에 도착했을 때 나의 발걸음은 곧장 동네책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커다란 상실감을 얻었다. 동네책방의 자리는 카페가 대신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점점 책을 안읽었고, 대규모의 서점이 책 가격을 인하하고 인터넷 서점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짐에 따라 동네책방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결국 우리 동네 동네책방 '원당서점'은 문을 닫았다. 내 추억이 모두 사라졌다는 사실에 나는 크게 좌절했다.(사실 모아놓은 포인트가 없어진 이유도 있었다.) 


나에겐 이제 책을 추천해주는 형이 없다. 책을 읽고 내 이야기를 떠들만한 공간이 없다. 그런데 그 추억이 너무 그리워 나라도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책 소개 해주는 형이 될 것이고, 누군가는 내게 또다른 책소개 해주는 형이 되어주면 좋겠다.


동네책방 매거진에 작가 참여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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