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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Dec 14. 2024

소나무 대통령

엄마대통령과 아빠대통령

아들과 공원에 갔다. 공원 입구에 서있는 나무의 낙엽이 모두 떨어져 나뭇잎이 하나도 달려있지 않았다. 그 뒤로 소나무의 푸르고 초록초록한 잎은 추운 겨울에도 남아 초록색 배경으로 서있었다.


이파리가 이직 남은 12월의 공원 소나무


이파리가 낙엽으로 모두 사라진 일반 나무


그 모습을 본 5살 아들이 말한다.


아들: 엄마! 소나무가 대통령이야. 이제 우리를 지켜줄 거야. 저건 엄마대통령 이건 아빠 대통령이야.


엄마: 대통령은 하나지 왜 둘이야. 왕은 하나야.


아들: 엄마대통령이 아프면 아빠대통령이 지켜주잖아.


엄마: 아 그래. 근데 남은 대통령이 아프면 어떡하지?


아들: 119 부르면 되지.


엄마: 그래. 그렇구나.


(아들과 소나무 대통령을 말하다 보니 갑자기 윤석열 대통령이 왜 의료개혁을 하려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의료조언을 해주는 119를 못 믿어서 대들었던 모양이다. 대통령이 많이 아프긴 아픈가 보다고 내 맘대로 짐작해 본다.)


대한민국 국회,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 찬성 204명


아들아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오후 5시 10분경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단다.


2020년에 태어난 우리 아들 세대에는 가수도 연예인도 일반인도 자연스럽게 정치의견을 말하고, 누구도 얼굴 붉히지 않고 어느 당을 지지하는지 자연스럽게 민주적으로 이야기하는 어른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엄마는 사실 고등학교 때 정치경제시간이 너무 싫었어. 담임 선생님이 정경(정치경제) 과목을 가르치셨는데 수업시간에 너무 뜬구름 같은 얘기만 하시고, 핵심을 말하지 않으셨거든. 아무 정보가 없는 아이들에겐 그것도 정치에 관심 갖지 못하게 하는 한 방법이었던 것 같아.


선생님은 신문의 사설을 스크랩해서 읽어보라고 하셨는데, 그 사설이 하나같이 헛소리에 말장난 같아서 점점 정치와 멀어졌던 것 같아.


엄마가 어릴 적 어른들은 아이들이 정치에 관심 갖게 되면 나라가 망할 것 같다고 생각하셨나 봐.


이제는 정치도 말이 되게끔 돌아가면 엄마도 정치에 조금 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아.


엄마가 27살 호주여행 때 백패커에서 만난 호주친구가 생각난다. 그 친구는 어느 가수를 좋아하는데, 그 가수가 녹색당을 지지해서 더 좋다고 했어. 심지어 그 호주 가수가 당원이라고 했고, 엄마는 그때 호주 가수가 정치를 한다는 말에 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어.


엄마에게 정치란 아빠, 그러니까 너의 외할아버지 말이야, 엄마의 아빠가 술 마시면서 어른들끼리 얘기할 때나 나오는 주제라고 생각했거든. 우리 이제 소나무대통령처럼 사시사철 국민을 지켜주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노력해 보자.


사랑한다 대한민국

사랑한다 우리나라


소나무와 다른 나무들이 어우러진 공원 모습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 찬성 204명

https://naver.me/Fr7y39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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