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알바일기

알바 일기 #1 - 의약품 배송 보조(1)

그 누구도 내가 할 일을 알려주지 않는다.

by 루틴강

'장소 김포 XX읍 XXX 검색 후 가능하면 문제 주세요.'


일당 7만 1천 원, 지원했던 알바에서 연락이 왔다. 합격, 불합격이 아니라 가능하면 문자를 달라는 연락이 왔다. 단기 알바를 보던 중 시간과 조건이 얼추 맞아서 지원했던 알바였다. 같은 날 하는 다른 아르바이트도 연락이 왔다. 일당은 7만 원으로 비슷했다. 현금 수송하는 알바였는데, 이곳은 신분증과 계좌번호를 먼저 보내라고 요구했다. 느낌이 이상해서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이런 식으로 알바 공고를 올리고, 신분증과 계좌번호를 받아내는 사기 수법이 있다고 나왔다. 사기는 아니겠지 생각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거절했다. 문자에 있는 주소를 검색해보니 김포공항 근처 물류단지였다. 차로 갈 수 있는 상황이어서 일을 하기로 했다. 채용 담당자가 다음 날 아침 출발하기 전에 꼭 문자를 보내라고 했다. 일을 하겠다고 했던 사람들이 갑작스레 펑크를 내는 일이 종종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노쇼는 하지 말아야 하는데'라는 생각과 '얼마나 일이 힘들길래 안 나

가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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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새벽 6시 30분, 알람이 울리고 뒤척이며 일어났다. 간단히 씻고 나가려고 하다가 샤워를 했다. 씻기 전에 오늘 일하러 간다고 문자를 보냈다. 8시까지 김포공항 인근에 있는 물류센터로 가야 했다. 차로 25분 거리였다. 여자 친구가 일하는 곳까지 태워다 주기로 했다. 7시 15분, 즘 시동을 걸고 김포로 향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7시 35분, 즈음 근무지 근처에 도착했다. 근무지로 들어가는 초입부터 물류단지가 주는 압박감이 있었다. 면적 자체가 크고 높이도 높은 거대한 박스형 건물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아주아주 커다란 공장에 들어온 것 같았다. 나는 그곳의 부속품처럼 느껴졌다. 큰 건물이 주는 위압감에 나도 모르게 걱정이 앞섰다. 정확한 업무를 모름에도 불구하고 몸을 많이 쓸 것만 같았다. 공복으로 일 하는 것이 걱정되어 근처 편의점에 가서 삼각김밥을 샀다. 몇 분 걸리지 않아 다 먹었다. 7시 50분, 근무할 물류 단지에서 내렸다.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내자 새로운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이 번호로 연락하고 일할 곳의 위치를 전달받으라고 했다. 그 번호로 전화를 했다.


'흡연실 왼쪽으로 와'


내가 알바하러 왔다고 말을 하니 상대방이 어디 어디 장소 보이냐고 물었다. 보인다고 하자 흡연실 왼쪽에 방향으로 오라고 했다. 그쪽으로 가보니 지게차 운전을 하며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 사람이 나를 보았다. 나도 그 사람을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뒤쪽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가서 적을 거 적고 나오라고 했다. 그 사람은 나에게 반말을 했다. 내가 그 사람보다 나이가 적은가 생각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서로의 나이를 몰랐기 때문일까? 그 사람은 알바니까 어리겠거니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대리 정도 되는 사람이면 나 보다 어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러쿵저러쿵 해도 나는 그 사람에게 반말을 할 기회는 없었다. 그리고 일 하는 내내 나 보다 어른들에게 반말을 들었다. 반말을 하지 않았던 사람은 세 명이었다. 한 명은 같은 알바였고, 두 명은 알바에서 계약직 정도로 승격(?) 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 두 명과 우리가 유일하게 다른 점은 회사 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이다. 아무튼 이곳의 첫인상은 반말로 하는 소통방식이었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것은 눈치를 봐가며 할 일을 찾아야 하는 분위기였다. 흔히 말하는 군대식 문화였다. 내가 오늘 할 일이 무엇인지, 몇 시에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인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반장 같은 사람이 '저쪽에 가서 커피라도 마시고, 장갑 달라고 해서 받아서 일해'라고 말했다. 배송기사들은 무표정하게 송장을 반으로 접고 있었고, 나에게 장갑을 줄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눈치껏 줄만한 사람을 찾아서 헤매었다. 결국 아까 나에게 반말을 했던 사람이 와서 장갑을 주었고 나는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밖으로 나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 눈치를 보고 있으니 배송기사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쓰레기라도 주우라고 했다. 랩핑을 뜯어낸 비닐과 종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나는 그것들을 치웠다. 쓰레기 정리가 얼추 마무리되자 또 다른 사람이 와서 랩핑 하는 거 보고 배우라고 했다.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설명을 들으며 배울 수는 없었다. 그저 해보는 수밖에. 팔레트 위에 의약품 박스들을 테트리스하듯 쌓아 올렸고, 다 쌓인 곳에 가서 랩핑을 했다. 대형트럭에 싣는 팔레트가 다 마무리되자 오전 9시 30분이 되었다. 그리고 레일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레일을 보며 다음 일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계약직으로 보이는 중 한 명이 레일을 깔려고 하길래 나도 같이 가서 도왔다. 본격적인 까대기가 시작되었다. 1톤 탑차 7대가 정렬해있고 레일은 그 사이를 통과하는 레일이 있었다. 그리고 한쪽 끝에 나를 포함한 알바와 계약직들은 팔레트에 있는 랩핑을 걷어내고 레일 위에 박스들을 올렸다. 의약품들이라 대게는 무겁지 않은 것들이었다. 나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작업을 했다. 다만, 간혹 가다 건강음료들이 무더기로 나오곤 했는데, 그때마다 아주 곤욕을 치렀다. 또 박스가 가볍고 작다 보니 허리 숙일 일이 무척 많았다. 무거운 것을 들 때와 작은 것을 주울 때 허리를 많이 사용했다. 단순작업이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고갈되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12시까지 약 2시간 30분 정도 내내 말 한마디 없이 까대기만 했던 것 같다. 중간에 커피 한 잔 마시는 것 정도의 휴식이 있었다. 배송기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조용히 일했고, 기사 중 몇 명 정도는 말장난과 욕설을 하며 일하곤 했다.


12시 즈음이 되자 수십 개의 팔레트에 있던 모든 의약품들이 배송기사들 앞에 가지런히 쌓였다. 그리고 사무실 한쪽에 있는 아이스박스에서 김밥 한 줄을 건네받았다. 휴식 시간이 찾아왔다. 어떤 이유였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당연히 점심시간이 1시간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밥 먹기 전에 몸에 묻은 먼지를 털기 위해 화장실을 갔다. 그리고 보도블록의 턱에 걸터앉아 휴대폰을 보며 김밥을 먹었다. 어느 분이 지나가며 밥 다 먹으면 배송기사들 차에 박스 싣는 걸 도우라고 말했다.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일하러 온 지 4시간 만에 앉아본 것이었기 때문에 일어서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밥을 다 먹고 사무실에 앉아있으니 왜 앉아 있냐며 배송기사를 도우라고 했다. 순간, 속으로 '점심시간은 1시간이겠지'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을 써서 지쳐있는데 휴식시간도 짧고 밥도 부실하니 의욕이 안 생겼다.


어찌 되었든 밖으로 나와보니 어떤 덩치 좋으신 분이 나는 본인이랑 같이 오후에 배송할 거라고 했다. 그 사람 앞에서 짐 싣는 걸 도왔다. 이제 출발할 것이며 본인 화장실 다녀올 테니 구르마를 실어 놓으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했다. 잠시 후 다른 관리자가 오더니 저쪽에 짐 싣는 걸 도와주라고 했다. 그곳으로 갔다. 그 사람은 예민한 사람 같았다. 그리고 탑차 안에 박스를 쌓아둔 모양새가 무척 꼼꼼하고 촘촘하단 느낌을 받았다. 그 사람은 내가 앞에 있는데도 관리자한테 얘가 뭘 안다고 박스 싣는 걸 돕냐며 관리자를 나무랐다. 내가 옆에 있는데도 신경 쓰는 기색이 없었다. 그 배송기사 말 대로 나는 박스를 어떻게 싣는지 알지 못했다. 나는 뻘줌히 서있었고, 보다 못한 관리자는 앞에 있는 것부터 가져다주라고 했다. 배송기사는 나에게 눈치를 주었다. 그렇게 그 차에 짐을 다 싣고 나서는 다른 차로 가라고 지시했다. 나는 그곳으로 갔다. 그리고 그 분과 함께 물류단지를 나섰다. 그리고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다른 사람이랑 가라고 전화가 왔다며 다시 되돌아갔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배송기사와 나는 서로의 호구조사를 했다. 그렇게 오후 배송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3명의 배송기사를 만났고, 네 번째 기사와 함께 김포 내에서 배송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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