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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틴강 Sep 10. 2023

체력학원 일주일, 그리고 코로나

9월 10일 운동을 가지 않는 일요일에

제주도에서 올라와 일주일 동안 열심히 체력학원을 다녔다. 학원 다녀오면 지쳐서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뒹굴거리다 학원에 가는 일상을 반복했다. 그렇게 4일 운동을 하고 난 다음 날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걸 느꼈다. 오랜만에 운동을 열심히 한 것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하루 종일 늘어져 집에만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갑자기 목이 아파왔다. 콧물도 생기고 몸에 열도 나기 시작했다. 느낌이 이상해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고 돌아오는 길에 코로나 검사를 해봤다. 그렇게 나는 3년 동안 한 번도 걸리지 않은 코로나에 걸렸다. 


코로나 양성이 나온 뒤 며칠 동안 자가격리를 했다. 여자친구와 방을 분리했고, 엄마한테도 가지 못했다. 학원도 4일 정도 쉬었다. 누워서 목에 약을 뿌리고 타이레놀과 목감기약을 먹었다. 첫날은 그렇게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금방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은 갑자기 통증이 더 심해졌다. 그때부터 마음이 조급해졌다. 아직 윗몸일으키기는 잘하지 못하는 것 같고, 팔 굽혀 펴기도 생각만큼 기록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 나는 움직이기도 힘들고 몸은 무거웠다. 급 걱정되기 시작했다. 


다시 학원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걱정은 조금 줄었다. 다시 몸을 움직이니까 활력이 생겼다. 다만,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하려니 호흡이 달려서 이전보다 훨씬 힘들었다. 실내 운동을 할 때는 목이 살짝 아프고 목소리도 잘 안 나왔다. 코가 시큰 거리는 느낌도 남아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실외 운동을 하러 갔을 때는 컨디션이 조금 올라왔다. 그리고 마스크를 끼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편했다. 1km 달리기를 할 때에는 아직 호흡이 부족한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달리기를 한 다음 날은 허벅지와 허리가 무척 아팠다. 어떤 날은 시체처럼 누워만 있다가 학원에 갔고, 또 다른 날은 집 청소를 했다. 그리고 허리가 아픈 날은 한의원에 가기도 했다. 운동 말고는 달리 하는 것 없는 하루일과, 코로나와 함께한 운동 2주 차가 끝났다. 


하루는 면접학원에서 하는 사전조사서 특강을 다녀왔다. 사전질문에 한 답변으로 면접에서 질문을 하는 것을 준비하는 과정인데, 선생님은 사전조사서는 이상한 말을 쓰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서 그 분위기가 좋았다. 체력학원만 오고 가는 일상에서 나 외에도 필기시험에 합격해 남은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하니 활력이 생겼다. 아무래도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운동보다 더 재미있는 것 같다. 특강이 끝나고 체력학원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 같이 공부했던 동생에게 연락을 했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요새 일과가 어떻게 되냐는 나의 질문에 동생은 운동하고 집에서 쉰다고 했다. 그 친구는 식단도 하고 있어서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기 때문에 집과 체력학원만 오고 간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너무 반가웠다. 나만 이렇게 생활하는 것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는 학원에 다니며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필기시험 합격한 뒤의 일상이나 감정들을 나누곤 했다. 그런데 막상 필기시험을 마친 뒤 운동만 하고 있으니 내가 지금 경찰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곤 했다. 자유를 만끽하는 수험생들도 많이 있겠지만 나와 그 동생은 단조롭고 심심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면접준비를 시작하면 사람들도 만날 테니 사회성이 돌아올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체력시험이 끝나면 일과도 일정하게 루틴이 생길 테니 그때 아르바이트도 할 것이라는 계획을 나눴다. 필기시험 결과 배수가 어떻게 되는지도 이야기 나눴는데, 그 친구도 나도 정확히 계산하는 방법을 몰라 어렴풋이 예상해 봤다. 나는 0.1 배수 이내일 것이고, 그 친구는 0.6 배수 이내인 듯하다. 나는 간부시험을 다시 준비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중경에서 간부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고, 이 방법도 고민해 보라고 말했다.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의 부족함은 체력에 있었고, 중경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며 남은 시간에 공부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아직은 순경시험에 합격한 것이 아니니 이 생각은 최종합격해서 해도 늦지 않는다. 그래도 중경에 가서 간부를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체력시험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라 아직 감흥이 별로 없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으니 높은 점수는 아니더라도 목표한 점수를 이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한다. 체력 시험 첫날의 목표는 윗몸일으키기 3점, 팔 굽혀 펴기 8점이다. 합쳐서 10점을 넘기는 것이 목표다. 당일에 가서 최선을 다해 최대의 점수를 받고 싶다. 남은 며칠도 다치지 않게 운동을 해서 체력시험도 잘 마무리하고 싶다. 코로나 회복도 다 되어 좋은 컨디션으로 시험장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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