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피레네에 서다

12년을 묵혀둔 숙제를 해내고

by 호히부부

<호>


호히 부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 한구석 빚진 것처럼 뻥~ 뚫린 곳이 있었는데,

그곳이 생장에서 론세스바예스까지의 피레네 구간이었다.


2013년 5월, 프랑스길을 생장에서 걷기 시작했을 때,

우리 몸상태도 좋지 않았고,

비가 오는 날씨여서,

세 딸들만 걷고 호히 부부는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어제 새벽 6시에 출발해 무릎을 달래며 달래며

24.2km의 피레네 산맥, 나폴레옹 루트를 11시간만에 넘어왔다.

12년간 묵혀온 우리만의 숙제를 해낸 기분이다.


그동안 수많은 순례자들과 순례길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피레네 구간을 프랑스길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자,

아름다운 경치 때문에 꼭 넘어야 할 곳으로 손꼽아왔다.


우리도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어제 이 길을 걸어본 소감은 한마디로 명불허전이자 압권이었다.


특히 피레네 산맥은 비가 오거나, 바람이 세차게 부는

기상악화로 많은 순례객들이 엄청 고생하는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구름만 뒤덮인 채, 날씨도 선선해, 그야말로 최고, 최상의 날씨였다.

피레네 산맥의 경치를 맘껏 만끽한 행복한 순례자중 하나였을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 산티아고 순례길 그 어느 곳을 걸어도 힘들다고 불평할수 없을 것같다...


무차스 그라시아스, 사도 성 야고보 !


















당뇨 20년차 '호'의 혈당일지


오늘은 혈당수치가 잘 나올 수 밖에 없는 날이었다.

음식과 운동이 맞아떨어진 날.


새벽부터 출발하여 피레네 산맥을 넘어야 하는 일정이라

아침과 점심으로 먹기 위해 전날 미리 사둔 통밀빵과 과일,찐계란 등을 준비해갔다.

(물론 오늘의 힘든 여정상 평소에는 잘 안(못)먹던 에너지바, 양갱 등

몇가지 간식도 함께).


걷는 데만 거의 9시간 정도 산 언덕을 40,380보 거북이 걸음으로 오르내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식후혈당이 98이 나온다.

오늘같은 날은 큰소리로 외치고 싶다.

"혈당 너 꼼짝 마!"


피레네산맥까지 열씨미 싸메고 간 음식들^^


오리손 산장에서



피레네 순례길 후반쯤 나타난 푸드트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