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버그인지, 세월탓인지
<히>
올 것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
'호'가 종아리가 몇 군데 가렵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더니
다음날부터는 점점 번져 주변이 거의 벌겋게 달아올랐다.
베드버그인지 피부병인지 모르겠지만 심란하다.
순례 시작한 지 며칠 됐다고..
가져온 피부연고로 응급처치를 하고 길을 걷는데
이번엔 또 '호'의 무릎이 심상치 않다.
순례 시작해서 둬시간이 지나면 무릎의 당기는 증세가 심해져 걸음이 정상이 아니다.
하긴 호히부부 둘다 시원찮은 다리들로
요 며칠 엄청 무리를 하고 있긴 하다.
신기한 건 다음 날이 되면 다시, 새로
걸어진다는 것.
그나저나 내 앞을 몇발짝 앞서서 벌건 다리로 절뚝이며 걷는
'호'의 뒷모습이 좀 안쓰럽긴 하다.
늘 마음으로는 강하고, 건강할 것만 같지만
세월이 흘러가니 몸도 자연스레 사위어가는 거겠지.
잔소리 좀 덜하자.
행복하게만 해주자 .
짠한 맘으로 '호'를 바라보며 잠시 다짐해 본다.
앞으로 같이 살 날도 얼마남지 않은 듯한데,
잘 해주자. 잘 해주자!!!
그런데 문제는..
몇발짝 걷다보면 다 잊어버린다는 것,
한없이 마음 순해질 법한 순례길에서마저 별 효력이 없다는 것.^^
당뇨 20년차 '호'의 혈당일지
그게 뭐라고?
마냥 고대하고 기다리던, 이라체 수도원
무료 와인 앞에서 무너졌다.
우리가 좋아라 와인을 벌컥 따라 먹고나자
바로 뒤이은 커플은조그만 조가비로
진짜 한모금으로 입술만 축이네.
아니나 다를까.
에스텔라에서 로스아르고스까지(20km) 걷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점심 후 혈당수치가 높다.
욕망의 결과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