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도 하루일상은 같다
<히>
아무것도 없는 텅빈 자연의 길,
덩달아 아무 할 일조차 없을 것만 같은 메세타 길임에도
이 길을 온전히 누리고자 하루가 바쁜 순례자들.
꼭두새벽 눈을 뜨자마자 살금살금 발뒷꿈치를 들고 조용히 고양이 세수와 함께
주섬주섬 배낭을 싸매고 어두운 찬 공기를 뚫고 길을 나선다.
따뜻한 눈빛으로 부엔까미노를 주고받으며
오늘 가고자하는 거리만큼 앞서거니 뒷서거니 걸어나가는 그 순간이
순례자로서 가장 편안하고 마음 한가로와지는 시간.
그러나 숙소에 도착하면 다시 바빠지기 시작한다.
빨래, 샤워, 식사 등 그날의 의식주 해결을 위한 일과가
지친 몸을 쉴 겨를도 없이 눈 앞에 순서대로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의 일과는 몸이 바쁜 시간이고 이제부터는 두뇌를 번쩍번쩍 풀가동할 시간이 왔다.
모든 것이 SNS로 이뤄지는 세상에서 우리처럼 '어르신^^'으로서
하루하루 이동할 일정과 계획표 짜기는,,,(그것도 돌발변수를 감안하며)
진짜로 매번 해보지만 만만치가 않다.
거기다가 '걷다, 버스 타다'까지 해야 한다면 알아봐야 할 일이 계속 이어진다. (다시 강조하지만 스페인 시골마을에서 원하는 때 버스타기는 진짜 걷기보다 어려워요~ㅠ)
며칠 전에는 길을 걸으며 (숙소예약 관련으로 내심 너무 바쁜 마음에)
잠시 쉴 때마다 폰으로 일과를 살피며 걸은 적이 있는데 그러다 결국은
싸움질^^이라는 파국으로 끝난 적이 있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피곤하면 그 어떤 좋은 것도 더이상 아무 소용 없음을
고요한 성찰의 길인 메세타 길에서 (비록 그거라도 새로이^^) 깨닫고
그 다음부터는 걷는 중에는 오로지 걷고, 쉬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순례길을 걷다보면 여행사를 통해 오신
한국 단체 순례자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서로서로 부러워한다.
여행사측에서 일정을 알아서 관리해 준다니 우리로서는 그것 참 부럽다 싶은데
그분들은 우리의 자유로움이 부럽단다.ㅎㅎ
하루 걷고 쉬어가는 거리가 제각기 다르듯,
산티아고로 향하는 순례자들의 과정과 목적 또한 조금씩 다를 것이다.
"나는 왜 (이리 힘들고 바쁜 하루를 살며)이 길을 걷고 있나?"
결혼 40주년이라는 의미를 붙잡고 이 길에 들어선 우리부부를 비롯하여,
함께 걸어가는 순례자들 모두 아마도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하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알고 있다.
하루, 한걸음이 모여 언젠가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 서는 순간,
이 길을 걸어서 참으로 좋았다..라고 생각할 것임을.
그런데 그 마음이 매일, 매 순간이기를 바란다면 욕심이겠지?
당뇨 20년차 '호'의 혈당일지
때마침 점심으로 까리온 마을 식당에서 오늘의 정식 메뉴를 만났다.
며칠전 순례자 정식도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기대하며 시켜봤다.
생각보다 맛이 없고 돈(17유로)이 아까웠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도 있었는데 못찍음.
혈당도 평소보다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