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메를 다시 고쳐 매고
<호>
"나는 다시 신들메를 고쳐 맸다. 아직 걸어야 할 길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 이문열의 에세이 [신들메를 고쳐매고]에 나오는 이 말처럼
나도 산티아고길을 걸으며 여러번 신들메를 바짝 죄곤 한다.
엊그제는 광활한 메세타 평원의 일부인
프로미스타에서
까리온 데 로스 콘데스까지 18.7km의 끝이 안 보이는 직선길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5시간여 33,233보를 걸었다.
내가 몇걸음 앞서 걸으면 배우자(配偶者)인 아내는
내 등(背)을 바라보며 걷는 친구이고 벗(友)으로 배우자(背友者)가 되기도 한다. 물론 내가 뒤따라가도 마찬가지일 터.
내가 앞장서 걸을 때면 절뚝거리며 걷는 내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는 '히'란 친구가 있고,
히가 앞장서 가면 무거운 배낭을 맨 그의 뒷모습이 짠하다.
9세기경부터 시작돼 1,200년간 이어온 이 길은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도
많은 순례자들이 이어서 계속 걸을 것이다.
20여일이 지난 지금, 800여km 까미노 길을 절반 정도 남겨두고 있다.
앞으로도 20여일을 무사히 잘 걷고 마칠 수 있겠지?
나도 이 길을 걸으며 언젠가 꿈을 꾼 적이 있다.
도무지 끝이 없는 길이 메세타처럼 이어져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같은 이 길과 내 꿈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이 길을 걷고나서 쓴 소설 [순례자]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코 꿈꾸기를 멈춰서는 안됩니다.
꿈은 영혼에 안식을 공급해 줍니다."
이 길을 다 걷고나면
내 영혼은 안식을 얻을 수 있을까?
하긴, 앞서거니 뒷서거니 서로의 뒷모습을 짠해 하며 걷는
친구이자 벗이 있으니
지금 이순간 이미 내 영혼은 안식을 얻은 것일 수도?^^
당뇨 20년차 '호'의 혈당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