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타운에서 생활 쪽으로 한 걸음
[히]
어제보다 30분 빠른 8시, 숙소(트로피카나 218)에서 나왔습니다.
전날과 같은 도보 이동이지만, 이상하게도 출발하는 마음은 조금 다릅니다.
어제는 ‘보러 간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오늘은 ‘생활 속에서 움직인다’는 쪽에 가깝달까.
길도, 더위도, 신호등 위치도 어제보다 덜 낯섭니다.
이번에는 미리 정해둔 목적지가 있습니다.
구글 지도로 찾아본 구시가 쪽 경찰서 앞 아침식당, '콩 타이 라이'입니다.
동네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식당인데 계란(반숙), 토스트, 코피, 테 같은
전형적인 아침 메뉴가 중심입니다.
현지인들이 많이 먹는다는 계란과 빵 위주의 아침 메뉴를 시켰습니다.
여행 중이라면 무난한 선택일 텐데,
막상 앞에 놓인 접시를 보니 기대만큼 만족스럽지는 않네요.
버터와 코코넛 잼이 기본으로 발라진 토스트, 그리고 달고 진한 코피(KOPI) 한 잔.
카야 토스트는 든든하지만, (호가 당뇨인이다보니) 혈당을 생각하면
자주 먹기엔 부담스러운 맛이네요.
페낭에 도착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음식만큼은 벌써 시행착오가 쌓이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 도시에서 한달살기를 하더라도 늘 음식 앞에서 같은 반복이긴 합니다만,
외식과 직접 해 먹는 식사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
도착한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는 더더욱 연구가 필요한 요즘입니다.
뭐 어쨌든, 아침을 먹고 났더니 바로 옆에 나란한 식당들중에
사람이 유난히 많이 모여 있는 식당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김이 올라오고, 주문 소리가 오가고, 맛있게 먹고 있는 사람들 모습을 보니
조금 전까지 먹은 아침이 괜히 아쉬워지기도 하고.^^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로컬 아침시장을 만났습니다.
아침에 숙소에서 나와 도시의 공기와 땅의 기운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호흡하며
걸음을 옮길 때 느끼는 포만감처럼,
계획에 없던 장소에서 불쑥 시장을 만날 때가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입니다.
시장 특유의 소리들과 냄새는 낯선 도시를 훨씬 빨리 익숙하게 만드는 듯합니다.
시장 안에 반가운 길거리 음식도 보이지만,
지금은 식사 직후라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군요.
‘다음에 다시 오기로’ 마음속에 저장만 해 둡니다.^^
길은 자연스럽게 리틀 인도 거리 쪽으로 이어집니다.
색감이 확 달라지고, 향신료 냄새도 진해집니다.
잠시 멈춰 서서 거리 전체를 바라봅니다.
조지타운은 이렇게 몇 걸음만 옮겨도 완전히 다른 장면이 이어지는
새로운 도시 같습니다.
관음사에서 시청 쪽으로 걷다 보니 조지타운의 풍경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리틀 인도의 색과 소음이 뒤로 물러나고,
길은 넓어지고 건물들은 단정해지네요.
그리고 시청을 지나 바다 쪽으로 방향을 틀면 콘월리스 요새(Fort Cornwallis)가 나타나고,
그 끝에 시계탑이 서 있습니다.
오늘 산책의 끝인 시계탑 앞에 서고보니,
오늘 걸은 동선만큼은 머릿속에서 정리됩니다.
아침을 먹고, 시장을 지나고, 종교와 행정, 관광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진 길을 지나며,
지도보다 몸이 먼저 기억하는 방향감각이 아주 조금씩이지만,
자리를 잡아가는 듯 하네요.
외식과 집밥 사이에서,
걷기와 그랩 사이에서,
보고 싶은 것과 굳이 보지 않아도 될 것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점을 찾는 중입니다.
모든 게 어설픈 가운데지만,
이 정도면
한달살기의 초반으로는 좋은 시작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