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한달살기(2)/프라하에서의 첫날

이만하면 프라하가 좋다, 좋아

by 호히부부

[히]



인천공항에서 새벽 0시 15분에 출발하는 카타르 항공 비행기를 타고

(연결대기시간 포함) 18시간이 지나 체코 프라하에 도착했다.

프라하 공항은 처음 와보는데

뜻밖에도 그 많은 관광객들이 오는 국제 공항이라고 하기에는

생각보다 아담해서 조금 놀랐다.


20191031_1202041.jpg 우리나라 국내선 공항 크기만한 프라하 국제공항


에어비엔비로 미리 예약해논,

우리가 한달동안 머물 숙소까지

공항안 택시부스에서 연결시켜준 택시를 타고

너무나 편하게 도착했다.


한 달 머물 숙소를 직접 보지 않고 예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사진과 같을지 은근 긴장이 되었다.

문밖에서 만난 호스트의 안내로 아파트 5층에 있는 숙소를 눈으로 확인하니

다행히 에어비앤비 사진으로 보던 대로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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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mini_Generated_Image_2ctk8s2ctk8s2ctk.png 숙소 발코니와 부엌에서 바라보이는 풍경


이 숙소를 선택한 첫번째 이유가

위 사진에서처럼 확 트인 전망 때문이다.

대신 쉐어하우스이므로 다른 사람과 함께 주방과 화장실을 써야 하는

불편함은 감수하기로 했다.

그래도 그동안 몇 군데 외국 한달살기 중에

한달동안 머물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이번이 가장 수월하게 시작된 한달살기인 것같다.


이곳 시간으로 오후 네 시 무렵 숙소에 도착했건만

18시간 비행 강행군을 했더니 체력이 고갈되어 아무 의욕이 없다.

이럴 때를 대비한 비상식량으로 저녁을 때우고,

오후 7시부터 그대로 실신.ㅎㅎ


Gemini_Generated_Image_m3xnrqm3xnrqm3xn.png 더이상 부러울 것 없는 3종셋트ㅎㅎ




다음 날은 우선 급한 두 가지,

환전하기와 한달짜리 교통카드를 만들기 위해

구시가까지 걸어서 나가보기로 한다.

(그러는 와중에 발생한 황당 사건들은 '호'의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o8s91bo8s91bo8s9.png 구시가 광장


남편이 계획한 오늘 일정 외에도

나에게는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큰 마트를 찾아가서 플라스틱 반찬통 몇 개를 사는 일이다.

음식을 덜어놓을 통이 없어 냉장 보관이 불편하고,

외국인과 함께 쓰는 부엌이라 더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구시가까지 지나가는 길목에

큰 마트가 있나 하고 둘러보지만 눈에 띄는 건 미니마트들 뿐이다.

새로운 여행지에 오면 처음 며칠동안은

필요한 뭐 하나라도 사는 일이 결코 쉽지가 않다.

그러다보니 여행 준비물 체크리스트 항목이 자꾸만 늘어나나 보다.

그 며칠을 못 참아서.ㅎㅎ


시차 적응이 안 되어 오후 세 시가 넘어가니 눈이 쑤셔오고 엄청 피곤하다.

큰 마트 찾는 일은 내일로 미루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오늘 남편이 발매한 한달짜리 교통카드를 이용하여

돌아가는 길은 트램을 타보았다.


Gemini_Generated_Image_l388hil388hil388.png 앞으로 한달간 교통카드로 프라하 시내의 트램과 지하철, 버스를 무한 탑승할 수 있다


가다가 작은 마트라도 보이면 내려서 저녁 (먹을) 꺼리를 사기로 했는데

너무 잘 한 선택이었다.

숙소 근처 한 정거장 주변에 아파트 주거지가 보이며

뭔가 예감이 좋아 무작정 내려서 살펴보니 제대로 찾은 듯하다.

비록 큰마트는 아니지만, 빵집, 야채과일 가게, 정육점 등

꼭 필요한 가게들이 나란히 모여 있네?


Gemini_Generated_Image_55wfhw55wfhw55wf.png 아직 물가를 잘 모르니 가격을 살피느라 분주하다. 이것저것 사고싶은 마음을 누르고 조금씩만!


갑자기 없던 힘이 생겨나며 기분이 좋아져서

저녁으로 (첫날부터 좀 과하긴 하지만^^) 된장찌개에 도전하기로 하고,

호박, 감자, 바게트 빵 등 몇가지를 사서 다시 트램을 타고 숙소로 왔다.


표 검사 같은 것도 없이 아무 곳에서나 타고자 하는 버스나 트램만 오면

그냥 슥 타고 내리는 교통수단이 생기니

한달동안 프라하 여행에 있어서 천군만마를 얻은 듯 마음이 든든해진다.

거기다 숙소 가까운 곳에

오가다 들르기 좋은 동네 가게를 알고나니 이 역시 마음 든든하다.

이만하면 프라하가 좋다 좋아.


externalFile.jpg 다시팩을 넣어 우려낸 된장국 색깔좀 보라. 병맥주는 한병에 울나라 돈으로 750원


저녁을 먹고 나니 여전히 눈은 감기고 오늘은 8시 취침,

다음날 새벽 4시 반이 되니 눈이 떠져서 이렇게 글을 올린다.


그나저나 넉넉히 해논 밥과 된장국을 소분해서 넣어 놀,

플라스틱 통이 한시바삐 필요한데

동네 작은 마트에는 없으니 어서 내일은 큰마트를 찾아봐야 겠다.

(그 이후로는 한달살기 물품에 플라스틱 통 몇개가 필수로 추가되었답니다.^^)


externalFile.jpg 새벽의 골목 풍경



*이 글은 체코 프라하 한달살기 중(2019년 가을), 가족 카페에 실시간으로 남겼던

기록을 바탕으로 지금의 생각을 때때로 덧붙여 정리한 글입니다.






"26년 3월 생각"



[히]

그러고 보니 프라하에서는 도착하자마자
바로 첫날 된장국을 끓여 먹었네요.

동남아에서 한달살기를 할 때는
된장국은 여행 중반쯤에야 슬슬 등장하는데 말이죠.


이곳이 식문화가 전혀 다른 유럽이다 보니
불과 이틀 정도 한국 음식을 먹지 못했을 뿐인데도
된장국과 김치가 유난히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낯선 땅에서 긴장된 몸과 마음을 붙잡아주는
작은 ‘안전장치’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한 그릇 덕분에
우리는 조금 더 빨리 이 도시 안으로
편안하게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그날의 구수했던 된장국 향기가 코끝을 맴돕니다.


우리는 그렇게,

익숙한 맛 하나에 기대어 프라하의 한 달을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