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여행출발
(2018/1월중순~2월중순, 태국 치앙마이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보니 격의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시절만의 옛스러운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가끔 글 중간에 2025년 현재의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아래에도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호]
“우연은 필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H. 카의 말이다.
우리 부부가 며칠전 태국 제2의 도시 치앙마이로 우연히 떠나온 것도
실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 어느 도시인들 가보고 싶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마는
치앙마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벌써 십수년도 전에 고등학교 동창생 하나가 치앙마이에서 공장장으로 근무하고 있어서
한번 놀러 오라는 말을 들은 적이 그 몇 번이던가?
그때부터 치앙마이라는 지명이 내 가슴 속 한켠에 철썩 똬리를 틀고 들어앉았던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지난해 말 대학동창 한명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홍콩에 있는 선배를 만나러 갈 예정인데 같이 가자는 것이다.
새해 벽두부터 눈은 펑펑 내리는데,
마음은 이미 선선한 초가을 날씨라는 치앙마이로 날아가고...
그날부터 내 마음은 홍콩을 거쳐 치앙마이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치달았다.
이왕 홍콩을 가는 김에 슬로우 라이프의 시티라는 치앙마이까지 들렀다 와?
몇날며칠 컴퓨터 앞에 앉아 스카이스캐너와 트리바고, 아고다 등을 들락거렸다.
그러나 시간이 촉박한지라 좋은 시간과 가격대의 항공권이 보이질 않는다.
인천에서 치앙마이, 홍콩, 인천으로 하려니 편도비행이라 티켓비용이 만만치 않다.
시간이 촉박한 것도 문제지만,여러가지 걱정이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첫번째 걱정은 물론 여행경비 마련에 관한 것이고,
그와 못지 않는 걱정은 집에서 기르고 있는 두마리의 개(해리와 초코)와 네마리의 닭들 건사 문제다.
마침 한겨울이라 텃밭농사 걱정은 없지만, 너무 추워 꽁꽁 얼어버리니
개와 닭들이 물을 전혀 먹지 못하는 것이다.
다행히 개 사료와 닭 모이는 자동급식이 가능하게 만들어뒀으니 걱정을 덜어준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발목을 잡는 걱정은 일단 접어두고...
다시 폭풍검색!
인천-홍콩 왕복 및 홍콩-치앙마이 왕복, 왕복 티켓들이라 가격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또한 한국 출발 날짜가 임박해서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때 문득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가 생각났다.
내가 가진 마일리지만 사용해도 동남아 왕복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알아보니 날짜가 다급한 마일리지 항공권이 당연히 자리가 있을리 없고
대신 원하는 날짜에 인천-홍콩 비즈니스석 왕복 티켓 두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얼른 예약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홍콩-치앙마이 왕복 티켓.
스카이스캐너와 트립닷컴을 부지런히 들락거린 끝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에어아시아 왕복 티켓을 구입했다.
다음 순서는 호텔 예약.
에어비앤비를 비롯, 익스피디아, 트리바고, 아고다 등을
여러 차례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한 뒤,
비행기 도착시간을 감안해 홍콩과 치앙마이 호텔 예약을 완료하고 카드로 결제까지 끝냈다.
이제 오롯이 믿을 명구는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
저녁 19시 35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아시아나 뱅기는 홍콩시각 22시 30분 도착하는데,
입국 수속을 하고나면 거의 밤 열두시 가까이 될 듯하다.
예약한 호텔로 가려면 공항철도를 30여분 타고 가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세 정거장 더 가야 한다.
생판 모르는 밤거리에서 호텔까지는 잘 찾아갈수 있을지?
홍콩 지하철은 자정이 넘어서도 운행하려나?
예약된 호텔에서는 날짜가 지났다고 설마 체크인을 거부하진 않겠지?
거의 철인5종 경기를 홍콩의 한겨울 심야에 해야 하는 셈... 흐흐.
그러나 걱정은 걱정일 뿐,
다행히 홍콩 숙소에 잘 도착했고,
다음날은 오전 10시 30분에 출발하는 에어아시아를 타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
5시간 전과는 반대로 지하철과 공항철도를 갈아타고 또다시 공항으로 왔다.
워낙 저렴한 덕에 서비스 안 좋기로 유명한 에어아시아에서는
기내식 한끼도 사서 먹어야 하니 배고픔은 치앙마이까지 이어졌지만,
전날 밤 인천-홍콩행 아시아나 비즈니스석을 이용한 덕에
비즈니스 기내식 서비스로 온갖 대접을 잘 받았으니 에어아시아에서의 맛없다고 소문난,
한끼에 6천원쯤 하는 기내식은 안 사먹어도 참을 만했다.^^
한편 에어아시아는 기내 수화물 외에 탁송 화물은 별도로 운임을 지불해야 하므로,
모든 짐을 들고 타려다가 홍콩공항 출국시 보안검색대에서
된장, 고추장을 몽땅 뺏겨버린 것이 아쉬웠지만
저가 항공은 가격이 저렴한 때문에 내가 선택한 것이니만큼 에어아시아를 원망할 생각은 없다.
이런 사소한 우여곡절 끝에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호]
치앙마이에 다녀온 것이 2018년 1월~2월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도 1년 전이니
벌써 7년이란 세월이 강물처럼 흘렀습니다.
좋은 추억은 봄비를 먹고 자라는 나무처럼 쑥쑥 커갑니다.
언젠가부터 치앙마이가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는 한달살기의 성지로,
외국 배낭족들에겐 노마드 성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여행자들에게 안전하고 인기가 많은 곳이기 때문일 텐데,
최근에는 태국 북부지방에서 화전농법으로 매년초 농작물을 수확한 뒤,
농작물 잔재들을 태워 공기질이 너무 안좋다는 뉴스를 접해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치앙마이뿐 아니라
치앙라이에서도
한달살기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히]
어찌어찌 강행군 속에 치앙마이에 잘 도착은 했으나 바로 다음날 아침,
남편이 갑자기 걸음 걷는 속도가 느려지는가 싶더니 점점 허리를 펴질 못합니다.
결코 젊은 시절이 아님에도 마음만 청춘인거죠.ㅎㅎ
이런저런 상비약을 챙겨오긴 했으나 하필 관절통증약은 없어서
약국부터 찾아 무릎관절통에 효과를 본다는 소염진통제를 샀습니다.
다행히 며칠 사이에 효과가 있긴 했는데 그 효과가 너무 빠르게 나타나자
이거 뭐지.. 싶으며 불안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그 후론 한달살기 떠날 때마다 관절통증약을 꼭 함께 챙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