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3)/디지털 시대에
여행하는 법

by 호히부부

(2018/1월중순~2월중순)


[호]


이번 여행은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한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떠나왔다.

예전 같으면 한달쯤 전부터 근처 도서관을 다니며

여러 종류의 가이드북을 샅샅이 훑고, 복사를 하거나, 정보를 수집하곤 했었다.

물론 시간이 날때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해서 갈무리하는 것도 중요한 준비과정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의 일주일쯤 전에야 결정하고 떠나왔으니 별다른 준비를 할 시간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다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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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인터넷을 비롯한 모바일 환경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와이파이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면

내가 원하는 거의 대부분 자료, 그것도 최신정보를 실시간으로 손에 쥘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할 필연적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예전에는 지도를 손에 들고 여러 번, 여러 사람에게 길을 물어물어 목적지를 찾아다녔으나

이제는 구글 지도를 켜기만 하면 알아서 친절한 목소리로(화도 안내고^^)

끝까지 목적지를 안내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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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각 지역에 있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궁금한 내용이나 원하는 바를 물어보면

즉각 대답해 주는 든든한 여행 동료 가이드들이 엄청 많다는 점이다.

별도로 카톡 아이디를 통해 개인적으로 약속해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거나

만나서 전달받는 것도 엄청 쉬워졌다.

젊은이들은 수시로 번개를 하며 같이 여행을 하거나 야간 생맥주 타임을 갖는 듯하다.

십여년 전만 해도 숙소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방명록을 찾아 필요한 정보를 습득했었다.

심지어 해당 숙소의 숙박비까지 얼마인지,

먼저 다녀간 한국 여행자가 한글로 써놓은 내용을 살펴가며

숙박여부를 결정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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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환전 문제로부터도 비교적 자유스럽다는 점이다.

꼭 필요한 얼마간의 현금 이외에는 별달리 현지돈을 소지하지 않아도 여행이 가능해졌다.

웬만한 도시의 마트에서는 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택시나 우버를 타도 현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등 환경 자체가 바뀌고 있는 때문이다.

때문에 현지돈을 건네주고 거스름돈 때문에 얼굴을 붉히거나 실랑이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특히 우버는 목적지에 도착하고나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끝나니,

세상 참 이렇게 쉽게 여행해도 되나 싶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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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행기 표만 가지면 별다른 준비없이 언제든지 훌쩍 떠나오기 쉬운 환경이 됐는데

얼마나 빨리 더 좋은(?) 신세계가 앞으로 펼쳐질지 자못 기대가 된다.

이러다가 정말 안면이나 홍채 인식 시대를 거쳐 간단한 인공지능 칩을 손목에 심은 뒤,

아무것도 필요없이 빈손으로 다니며 모든 게 이루어지는 세상이 금세 다가올 것만 같다.

하지만 누군가 알려고만 하면 내가 돌아다닌 경로와 만난 사람은 물론,

먹은 음식, 물건 구입 후 대금결제 내용까지 샅샅이 드러날 테니

걱정은 또 걱정이다.






(2018/1월중순~2월중순, 태국 치앙마이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보니 격의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시절만의 옛스러운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가끔 글 중간에 2025년 현재의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아래에도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2025년, 5월 생각"


[호]

우리 말에 '벼리다'는 말이 있습니다.

국어사전에는,

'(무디어진 날을) 불에 달구고 두드려 날카롭게 만들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벼르다'란 말도 있습니다.

'미리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기회를 엿보다'

라는 뜻이지요.


2025년 이제는 한껏

벼르고,

벼리지 않아도

손쉽게 여행이 가능한 시대가 됐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SNS를 통해 워낙 많은 정보가 흘러 넘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중요한 것,

꼭 실행에 옮기는 실천력...이 없다면

아무리 벼르고 벼려도 소용이 없겠죠?ㅎㅎ


[히]

다른 건 몰라도 그 옛날(약 25여년전)네비게이션 없던 시절,

세계여행 다닐 때 제가 지도 하나는 제법 잘 봤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차를 렌트해 돌아다닐 때면 저는 조수석에 앉아 지도로 길찾기 보조를 합니다.

그 당시 여행은 길찾기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넓고 넓은 미국땅을,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유럽땅을 종횡무진 몇날이고 돌아댕기다보니

날이 갈수록 길찾기 실력이 늘더군요.ㅎㅎ


그런가 하면 지도만 가지고는 도무지 해결 안되는 상황들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남편과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남편은 스스로 하나하나 찾아나가는 '미로찾기'를 즐기고 좋아하나 봅니다.

절대! 네버! 사람들에게 묻지를 않으니 갔던 데를 뱅글뱅글 돌고 또돌며

안그래도 지친 옆사람 진을 뺍니다.


반복되는 싸움 끝에 터득한 방법은 남편이 미로 찾기에 돌입하는 순간이면

그때부터 저는 다른 생각이나,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점점 싸움이 줄어들었다는...웃고픈...ㅎㅎ


디지털 시대를 살며... 여행하며...

그 시절, 전설같은 길찾기의 추억이 갑자기 떠오르네용.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