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13)/훼이텅타오
호수에서

강아지들(?)에게 편지를 쓰다

by 호히부부

(2018/1월중순~2월중순)


[히]


오늘은 치앙마이 도이수텝 산 아래에 위치한 인공 저수지,

훼이텅타오 호수를 가보기로 했다.

이 호수는 관광지라기보다는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지인들에게 한가로운 한 때를 보내게 해주는

자연 속 쉼터 같은 곳으로,

치앙마이에서는 보석 같은 곳이란다.


물론 도심 외곽 가까이 있어서 접근성도 좋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깟수언깨우에서 호수까지 우버를 부르니(자동차로 20여분 거리)

대략 135.60바트(약 5천 원)이 찍힌다.

외국인은 50바트, 태국인은 20바트의 (2025년도 동일) 저렴한 입장료가 있다.


훼이텅타오 호수에 관한 이야기는 사진으로 대신한다.


20180125_095424.jpg 태국말로만 설명이 돼있어도 다 알 것 같은... 안내판ㅎㅎ


20180125_112616.jpg 꾸미지 않은,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호수정경이다.


20180125_112548.jpg 음료나 식사를 사 먹으면 이용할 수 있는 원두막이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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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욕을 즐기는 서양인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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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찾아 쉬는 누구라도... 한가롭다


평일 오전 일찌감치 왔더니 그 한가함은 더하고,

잔잔하고 평화로운 호수에서 고요한 시간을 보내노라니

마음은 어디론가 편지를 쓰고 싶다.


그런데 때마침, 어디서 홀연히 귀요미들 등장!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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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숫가가 고향인, 갓 태어난 복슬강아지들이 우르르 발아래 모여들어

천진하게 장난치며 노니는 모습이 어찌나 평화롭고 사랑스러운지,

갑자기 우리 집 강아지들(딸들^^)이 생각나며

편지 제목이 저절로 정해졌다.




"강아지들에게 보내는 편지"


얘들아!ㅎㅎ


카톡으로도 매일같이 서로 소소한 얘기들을 주고받고 있지만

엄빠끼리만 머나먼 여행지에 와서 새삼스레 몇 자 적는다ㅎㅎ

이렇게 엄빠가 맘 편하게 여행을 떠나올 수 있었던 것도

다 너희들 덕분이라 고마움을 전하지 않을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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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어린 시절 아빠 다니시던 회사도, 너희들 다니던 학교도 다 멈추고

1년씩의 세계여행을 용감하게 두 번이나 계획했던 엄빠이기도 하지만,

지금 엄빠의 모습은 소소한 일상과 현실에 갇혀 한 달여의 시간 내기가

너무나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 너희가 잘 알 거야.


그때와 지금이 뭐가 달라졌을까 생각해 보면

물론 두말할 것 없이 세월이 많이 흘러 엄빠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

그래서 그만큼 현실을 박차고 떠날 수 있는 열정과 용기가 줄었을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하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KakaoTalk_20180125_014510584.jpg 1996년, 큰딸 예솔이(가운데) 입학식날 쌍둥이 동생들과 함께^^


엄빠의 계획과 목표 안에 그때는 너희가 중심에 있었고,

지금은 엄빠 둘 뿐이라는 것이야.

너희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엄빠를 용감하게 일어서게 했다면


SAM_0194.JPG 2013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지금 단지 엄빠 둘만의 여행을 위해 주어진 일상을 잠시나마 접기에는

엄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컸다.

그러니 너희와 함께였던 그때보다 오히려 지금

더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던 것 같아.


“엄빠의 발목을 붙드는 것은 언제고 있을 거예요.

용기를 내서 엄빠의 삶을 시작해 보세요.”


지난겨울 마지막 날, 몇 년째 머뭇거리고만 있던 엄빠에게

너희가 제법 진지하게 말했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너무나 익숙한 말!

엄빠가 사는 동안 늘상 가졌던 생각과 말이었는데 새삼스레 너희에게 되돌려 다시 들으니

마치 처음 듣는 양 새롭고 마음까지 묘하더구나.ㅎㅎ

출발 라인에 서서 도무지 머뭇거리고만 있는 엄빠의 등을

너희가 사악~ 밀어주어 첫발을 내딛게 해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말에 힘입어, 용기를 내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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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삶의 무게를 안고

오늘도 열심히 건강하게 살아내주어 참으로 고맙구나.

그런 너희들이 곁에 있어주어 엄빠가 지금 치앙마이 호수에서

이런 행복한 글을 쓰고 있다.


20180125_125432.jpg 호수 카페에 앉아... 편지를 쓰다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틈틈이, 열심히 글과 사진 올릴 테니

사진이나마 구경하며 언젠가 오게 될 치앙마이를 가슴으로 느껴보기 바란다.


그럼 오늘도 파이팅 하자꾸나!






(2018/1월중순~2월중순, 태국 치앙마이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 보니 격의 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시절만의 옛스러운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가끔 글 중간에 2025년 현재의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 아래에도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25년 7월 생각"



[호]


치앙마이의 훼이텅타오 호수는

네팔 포카라에 있는 페와 호수(Phewa Lake)를 닮았습니다.

물론 페와 호수에는 그 유명한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의 흰 봉우리가 가득 담겨있긴 합니다만,

여기 훼이텅타오는 적요(寂寥)함을 유지하고 있어서

한달살기 족이 찾기에는 참 좋은 곳이었습니다.

치앙마이 중심에서 차로 20~30분 거리.
자전거를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돌아봐도 좋을 것 같고,
호숫가 방갈로 식당에서 조용한 일상을 보내도 충분할 듯 합니다.

훼이텅타오는,
소박하지만, 지금도 기억에 남는 그런 호수였습니다.


qwe.jpg 마차푸차레 봉우리가 비치는 페와 호수


[히]


2014년, 정말로 어쩌다가 뉴욕 한달살기라는 여행을 시작은 했으나

다음 해인 2015년, 네팔 한달살기를 끝으로 3년째 현실 앞에 멈춰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8년, 몸과 마음을 굳게(?)재정비하고 떠나온 치앙마이 한달살기입니다.


편지에서처럼 아이들의 격려에 힘입어, 웅크리고 있던 희망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죠.

그후, 25년 1월에 다녀온 라오스 한달살기까지,

다행히^^ 응원의 불씨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아이들 응원이야말로

저희에게는 눈앞의 어려움을 딛고 한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에너지원 같습니다.

그럴수록 (언제까지일지 모르나) 세계도시 한달살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저희도 부모로서 최선의 노력을 할 것입니다.

아이들 가슴에서 우러나는 (찐! 진심어린^^) 응원이 계속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자식이라고 그저 공짜로 응원만 해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ㅎㅎ


다시한번 이 모든 것에 고맙습니다.

일상을 잠시 접고 훌쩍 한달살기라는 여행을 떠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저희에게는 이 삶이 기적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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