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향연에 취하다
(2018/1월중순~2월중순)
[호]
치앙마이 올드시티 내 부악핫 공원 일대에서
'2018 제42회 치앙마이 꽃축제(Chiang Mai Flower Festival)'가 시작됐다.
2월 2일(금)부터 4일(일)까지, 3일 동안 열리는데 북부 태국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계절축제이다.
(치앙마이 꽃축제는 매년 2월 첫 주말, 금~일요일까지 열린답니다)
태국 최대의 명절에 열리는 유명한 물 축제인 '송끄란 축제'(4월 13일~15일),
불력으로 열두 번째 달 보름 저녁에 열리는 풍등 축제인 '러이끄라통 축제'(11월)처럼
국제적으로 알려진 축제는 아니지만 지역축제로서의 그 매력이 많이 알려져서
이 시기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와 축제를 즐긴다.
일부러 여행시기를 도시의 유명한 축제시기에 맞춰서 올 법도 한데
여행 중에 우연히 그 지역의 축제를 만난다는 것은 기분 좋은 행운이다.
꽃축제 시작날, 점심 무렵 공원을 찾아가 보았다.
축제장 주위에 수많은 부스들이 온통 각양각색의 꽃들로
독특하게 치장을 해놓아 입구서부터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는다.
문화체험 부스를 비롯, 지역 화훼 농가나 원예 상인들이 꽃과 식물 등
다양한 정원용품을 판매하는 곳이라고 한다.
부스에서는 밝고 화사한 전통복장을 정성스레 차려입은 여성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제품에 대한 설명도 해주지만,
여행자 입장에 딱히 살 것이 없으니 그저 겸연쩍은 미소로 구경만 할 뿐이다.
고마운 건, 그럼에도 이들에게 사진을 찍자고 하면
아주 상냥한 표정으로 친절하게 (무료로^^) 응해준다는 것.
알고 보니 꽃축제의 상업 부스는 판매 목적과, 문화 홍보 목적이 자연스레 어우러진 형태라고 한다.
어쨌든 따뜻한 마음으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꽃축제의 메인 무대이자 하이라이트 장소인 부악핫 공원 안을 거닐어본다.
100종 이상, 수백만 송이의 꽃들이 공원 곳곳에 전시돼 있으니
이 많은 꽃들이 단체로 뿜어내는 꽃향기는 또 오죽하랴.
발길 가는 데로 돌아다녀도 사방에서 싱그러운 향내가 계속 따라오니
향기에 취해 마음마저 봄꽃 같다.
(밤에는 꽃 조명과 조형물에 LED·레이저·미러볼 등을 연출해 야경이 더욱더 환상적일 듯!)
구경온 사람들 구경은 언제나 그 자체로 재밌다.
하물며 꽃축제를 즐기러 온 사람들 모습은
꽃보다도 아름답다?!ㅎㅎ
그렇게 꽃축제 첫날이 끝났다(우리는 저녁이 되자 숙소로 돌아갔지만 꽃축제장은
저녁 7시에 개막식이 열렸고, 8시부터 꽃축제 여왕 선발대회가 개최됨).
그리고 '꽃마차 퍼레이드'가 벌어진 토요일에는
마침 치앙다오 소수부족 하루투어를 미리 예약해 뒀기에 거기를 다녀오느라
아쉽게도 퍼레이드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축제 마지막날인 일요일, 다시 축제장을 찾았다.
꽃으로 장식된 수십대의 퍼레이드 차량들과 행사장 풍경.
수많은 사람들이 꽃축제장을 찾아 꽃의 향연에 취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처럼 진짜(?) 축제를 보는 것 같았다.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관광객보다 가족과 함께 산책 나온 듯한 현지인들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렸을 토요일보다는 일요일이 북적임이 덜해서
오히려 여유롭게 꽃과 공원을 즐기기 좋았다.
그건 그렇고, 꽃 축제기간 3일 중에 (비록 주요 볼거리인 토요일의 꽃마차 퍼레이드 구경은 놓쳤지만)
이틀간 축제장을 기웃거리다 느낀 인상적인 것 한 가지가 있는데
꽃축제장에서 우리가 본 수많은 꽃들, 수십대 퍼레이드 차량을 장식한
많고도 많은 꽃들 하나하나가 다 생화들이라는 것이다. (꽃 축제에서 너무 당연한 말인가?ㅎㅎ)
도무지 믿기지 않아 직접 만져보았더니 생화의 촉촉한 촉감이 묻어난다.
대단한 수고로움이다.
그동안 세계적인 축제로 소문난 리오 카니발을 비롯하여
몇몇 유명한 축제들을 보기도 했고, 우리나라의 여러 축제장을 다녀도 보았지만
알려진 축제는 직접 관람하기까지 적잖은 수고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다 고만고만 별 특색이 없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에 비해 치앙마이 꽃축제는 입장료가 없다는 게 신기하고 미안할 정도로
참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주었다.
일주일 전쯤에 축제가 열리는 부악핫 공원을 찾은 적이 있는데
그 사이 언제 이렇게 공원 일대를 수도 없는 꽃의 향연으로 장식해 놓았는지
관광객으로서 치앙마이 당국(?)과 행사를 준비한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
(2018/1월중순~2월중순, 태국 치앙마이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 보니 격의 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시절만의 예스러운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가끔 글 중간에 2025년 현재의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 아래에도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호]
어릴 적 시골집 마당 한켠에는 꽃밭이 있었습니다.
잘 손질된 정원은 아니었습니다.
채송화, 봉선화, 백일홍, 코스모스, 꽈리...
길가나 논두렁에서 흔히 보던, 소박하고 수줍은 꽃들이었습니다.
저는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들여다보곤 했습니다.
꽃잎 위로 작은 벌레들이 오가고, 잎사귀 끝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습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골 주택에서 10여 년간 살다보니
자연스레 여러 가지 꽃을 만나게 됐습니다.
아내는 산에서 캐온 진달래와 금계국,
심지어 부추꽃까지도 물을 주며 돌봤습니다.
그러다가 몇 달 전 아파트로 이사를 온 후로는
베란다에서 몇 가지 꽃을 키우고 있습니다.
햇볕이 너무 강해선지 하루이틀만 돌보지 않으면
페추니아같은 꽃들은 금세 시들시들해지곤 합니다.
사는 동안 불과 몇 안되는 꽃나무들과의 교감이었지만,
꽃을 키우고 돌본다는 게 얼마나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치앙마이 꽃축제에서 본 수백만 송이 꽃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자연과 인간의 노력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예술 작품인 것이죠.
매년 2월 첫 주말, 금~일요일까지 열린다니
2월, 치앙마이 여행을 계획한다면 꽃축제와 함께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