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목 부족을 만나다
(2018/1월 중순~2월 중순)
[호]
오늘은 모처럼만에 여행사를 통해 일일투어를 다녀왔다.
고산족 관광마을과 치앙다오 원주민 부락, 동굴사원 불상 등,
치앙마이에서 좀 먼 거리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가보기에는 쉽지 않은 외곽 주요 명소들을
한데 묶어 체험할 수 있는 인기 있는 일정이다.
(가격은 1인당 1,200바트, 우리 돈으로 대략 42,000원. 점심, 입장료, 가이드비 포함)
(2025년 현재는 팬데믹 이후 관광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약 2,400 바트, 2배나 상승했네요.)
1,2편으로 나누어 1편에는 고산족 관광마을과 롱넥부족을,
2편에는 치앙다오 원주민 부락과, 신비의 동굴사원을 싣는다.
고산족 관광마을, 롱넥부족
치앙마이 시내에서 북쪽방향으로 약 20여분 달려가자
오키드 & 나비 농장(Orchid & Butterfly Farm)이 나왔다.
태국인들에게 국화처럼 사랑을 받는 난초와 나비를 중심으로 한,
아기자기한 식물 정원인데
고산족 마을 탐방 전에 잠시 들르는 힐링플레이스 인 듯.
농장의 열대 정원에서 차 한잔 하면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30여분 달려가니
고산족 관광마을이 나왔다.
이곳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다양한 소수민족의 전통 생활 방식과 문화를 관광객에게 보여주고,
일종의 장터(혹은 관광상품 전시장) 형태로 물건도 팔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민속촌 같은 느낌이 든다.
관광마을 구성 부족의 종류는 카얀 라휘(Long Neck), 아카족(Akha), 몽족(Hmong),
팔롱족(Palong), 야오족(Yao), 리수족(Lisu) 등으로 중국 운남 지방이나 미얀마에서
전쟁을 피해 태국 북부지방으로 넘어와 정착한 소수부족들이라고 한다.
목에 여러 링들을 끼고 있어,
흔히 목 긴(Long Neck) 부족으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롱넥 부족(관광지에서 불리는 명칭은 빠동족)도 만나볼 수 있었다.
롱넥 부족은 미얀마(버마)에서 넘어온 소수부족이다.
롱넥여인들은 어릴 때부터 황동 링을 목에 차기 시작하며
매년 조금씩 추가한다는데 실제로 목뼈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고,
링의 무게로 쇄골과 어깨가 눌리면서 시각적으로 목이 길어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황동링이 생각보다 엄청 무거웠다.
성인 여성용은 무게가 3kg에 육박한다는데 이 링을 끼고서
평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그런가 하면 귓불을 찢어 길게 늘어뜨리고
링을 끼운, 큰 귀(Big Ear) 부족의 여인도 만났다.
링을 빼고 귓불을 길게 늘어뜨려 보여준다.
그런데 전혀 아프지 않다고 한다(아이쿠ㅠ).
아래는 (의상에서 화려한 색상의 자수와 장식이 특징이라는) 아카족 같은데 잘 구분할 수는 없다.
아카족은 커피 재배를 해서 치앙마이 시내에 알려진 커피숍이 두 군데 있다.
그중 구시가에 있는 아카아마 커피숍에서 가끔 커피를 먹곤 했는데
맛이 진하고 좋았다.
이들이 만드는 모직물과 목각인형들이 다양하다.
고산족 관광마을 일부 주민중에는 이곳에서 실제로 머무르며 숙식하기도 한다.
이들은 대다수가 태국에서 ‘불법체류자’ 취급을 받을 정도로 시민권과 법적 지위가 부족한 상태인데
관광 소득 외에는 소득원마저 거의 없어서 생계가 아주 열악한 실정이라고 한다.
어린아이들도 엄마옆에서 관광객을 맞이하는 듯 가게마다 거의 아이들이 있다.
예쁘게 전통옷을 입고 있는데 사진 찍히는 것에 아주 익숙할뿐더러
사진 찍는 것을 허락받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예쁜 표정을 짓도록 엄마가 요구까지 하는 듯했다.
감사의 표현으로 물건을 사주거나, 팁을 주면 받는데 그보다는 자신들을 찾아준 관광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져서 되레 미안할 정도였다.
빈곤한 삶 가운데도 표정은 순하고 따뜻하다.
그러는 중에도 아이는 아이인지라 큰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잘 놀지만,
어린아이 하나는 스마트폰의 동영상을 계속 보여주라며 떼를 쓰고 있다.
아이가 보고 있던 폰을 관광객이 다가오자 엄마가 감춘 것 같은데
하는 수없이 쑥스러워하며 폰을 꺼내 든다.ㅎㅎ
이들 집 주변에는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방갈로 형태의 숙소도 있다.
일반적인 숙소가 아니라 전통적 홈스테이 형태의 숙소인데 (전기만 있고 에어컨, 온수, 와이파이 없이)
자연 그대로의 생활을 직접 체험하며 숙박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2025년 현재도 전통 고산족 마을 방갈로들은 여전히 같은 조건의,
전통 방식 그대로를 유지하며 운영되고 있답니다.)
언젠가 '걸어서 세계 속으로' 에선가
이들 소수 부족의 모습을 본 뒤, 롱넥 부족을 한 번쯤 보고 싶었는데,
막상 여기 와서 직접 보니 너무 관광 상품화된 듯 느껴져 조금은 안타까웠다.
현재는 젊은 세대 중에서는 목 링을 하지 않는 여성도 늘어나고 있고
일부는 교육과 직업 기회를 찾아 도시로 나가기도 하며,
목 링 착용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점점 바뀌어가고 있다고 한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깊은 산속 어딘가에서는 이들 소수부족들이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고, 이어가고 있을 터이다.
억지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이어가는 고유한 전통은 귀하게 존중받고,
이들 삶은 보다 더 안정된 삶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인간적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2018/1월 중순~2월 중순, 태국 치앙마이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 보니 격의 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시절만의 예스러운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가끔 글 중간에 2025년 현재의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 아래에도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호]
치앙마이의 소수부족 고산족 마을을 구경했던 때를 돌이켜보니
우리나라에도 많은 곳에서 전통을 지키며 살고 있는 마을들이 생각납니다.
일단 제가 가본 곳으로는 안동의 하회마을을 비롯,
산청의 남사예담촌, 아산의 외암민속마을, 순천 낙안읍성마을,
서귀포 성읍민속마을도 있네요.
이들 마을을 가서 볼 때는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살고 있는 분들은 조상 대대로 이곳에서 살아오고 있는
실생활 모습인데, 관광객들이 몰려 가서 빼꼼히 들여다본다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죠.
아직 가보지 못한 곳으로는
경주 양동마을이나 교촌마을,
고성의 왕곡마을, 영양의 두들마을이 있는데
언제 한번 가보고 싶긴 하지만 막상 가보면 같은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치앙마이나 우리나라의 전통마을들도 가끔 가서 보는 것은 좋지만
베네치아나, 바르셀로나처럼 오버투어리즘으로 너무 관광지화 되면
그곳에서 생활하는 현지인들이 곤란할 듯합니다.
[히]
치앙마이에서도 고산족 마을 1일 투어를 잘 다녀왔지만,
지금까지 외국도시 한달살기 중에 거의 한번 이상은 가이드 투어를 하고 있을 정도로
가이드 투어만의 장점이 확실히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일단 주요 동선이 가성비 좋게 효율적으로 짜여 있고,
이동이나 예약을 고민할 필요 없이 잘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는 편안함에다,
가이드로부터 깊이 있는 설명까지 들을 수 있으며,
기타 등등... 1석 몇~조인 거죠.ㅎㅎ
한달살기라는 자유여행을 하다 보면 (매일매일 엄청~ 자유롭기는 하겠으나)
알게 모르게 크고 작은 예민한 긴장 속에서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가이드 투어를 하는 날은 되레 쉬는 기분이 들고 즐겁기까지 합니다.
그중에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하나는 점심식사 시간입니다.
매번 밋밋한 집밥을 뭐 먹을지 고민하며 손수 차려먹다가
모처럼 남이 해주는 밥을 먹으면 무조건적으로 행복하듯 말이죠.
거기다 현지에 사는 가이드가 주문한 음식들이니
우리는 맘 편하게, 믿고, 잘 먹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래저래 가이드 투어를 하는 날은
여행 중에 또 여행하듯, 새로운 기분으로 신이 납니다.
이 또한 한달살기에서 누려보는 호사이자 감사가 아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