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우몽, 왓 프라 싱, 왓 록 몰리, 그리고...웃음을 준 풍경 한컷
(2018/1월중순~2월중순)
[호]
태국은 대표적인 불교국가답게 치앙마이 시내와 근교만 해도
동서남북 사방에 300여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사원들이 세워져 있다.
그중에 치앙마이 도심 내, 혹은 도심 가까이에 있어서
현지인, 관광객 할 것 없이 누구라도 금방 둘러보기 좋은 사원들 몇 곳을 모아 본다.
란나 왕국 시대(13세기 후반~16세기 초)에 건립된 유서 깊은 사원들이다.
14세기 초에 건립된 동굴 사원인데
치앙마이 서쪽 도이수텝 산 자락에 위치한 명상 중심 사원이다.
구글맵을 켜보니 숙소에서 걸어서 47분 걸린다고 해서 걸어가 보기로 한다.
치앙마이대학 아트센터 옆길로 해서 공항 가는 대로변으로 계속 걸었다.
지금 치앙마이 날씨가 한국의 청명한 가을날씨처럼 맑게 보이나,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연과 먼지가 호흡기관에는 좋지 않다.
그럼에도 도시의 아침을 걷다 보면,
활기찬 아침을 시작하는 현지인의 일상이 가깝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
한 시간 남짓 걸어 왓우몽 사원에 도착했다.
구도심에서 불과 약 4km 떨어져 있을 뿐인데 사원 마당에 들어서자 첫인상이 참으로 고요하다.
왓우몽 사원을 '명상사원'이라고 하는 이유가 마당에서부터 느껴진다.
초기 란나 왕국 시기, 명상하는 수도승들을 위한 공간으로 지어진 사원답게
눈에 띄는 화려한 것 하나 없이도 오히려 낡은 시간의 흔적 속에
자연스레 스민듯한 마당 모습이 나그네 마음을 쉬게 한다.
여기저기 무심한 듯 놓여있는 조형물에도 불교의 철학이 배어있다.
앙증맞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원숭이 조각상들.
이 원숭이들은 왓우몽 마당에서 '심신 정화의 상징물'이란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원숭이들이 귀와, 눈과, 입을 막고 있고
네 번째 원숭이는 머리를 긁고 있다.
'보지 말라', '듣지 말라', '말하지 말라', 그리고 네 번째는 ‘혼란 혹은 생각’을 상징한다고.
방문자에게 내면의 분별력을 기르고 고요함을 유지하라는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라는데...
원숭이 띠인 나는 장난스럽게만 보이는 원숭이들을 보니 그저 반갑고 즐겁다.^^
이제 왓우몽 사원의 상징인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본다.
갑자기 밝고 따뜻한 햇빛 속에 있다가 동굴 안으로 들어갈수록 깊어지는 고요함, 서늘함에
저절로 기분 좋은 긴장이 감돌며 마음이 차분해진다.
'우몽(Umong)'은 ‘터널’ 또는 ‘동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본래 동굴은 승려들이 명상을 하던 장소인데 내면의 정신수행을 위해
일부러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과정은
불교에서 매우 중요한 수행 방식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사원은 이름조차 '왓 우몽'이니 이름 그대로 명상, 동굴사원인 것이다.
왓 우몽의 동굴(터널) 내부는 13~16세기 경에 축조되었는데
동서로 연결된 교차 구조로 돼 있다.
회백색 벽면에 남겨진 오래된 자국들, 은은한 조명 아래 안치된 불상들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밝은 빛이 비치는 신비스러운 공간이 눈앞에 나타나고
기도하는 수도승과 신도들이 보인다.
동굴 안 중심에 있는 자그마한 법당이다.
동굴 법당 안에는 사람 숫자만큼 강아지들도 많다.
기도는 스님과 신도들이 하고, 시원한 동굴 사원에 놀러 온 사원개들은 태평이다.
"왜 우리를 찍어?" 하는 표정 같기도 하고,
서당개 삼 년에 풍월이 아니라, 절집개 수년에 깨달음(見性)을 얻은 듯도 하다.
이 모든 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고요하고 엄숙한 동굴 안이 따뜻하고 정겹다.
왓우몽 사원 뒤쪽 중심부에는 푸른 하늘로 솟구친 스투파가 위엄 있게 서있다.
붓다의 유골(사리), 우주의 구조까지 상징한다는 성스러운 탑이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는 약 1~2km 숲 속 산책길이 있다.
흙길, 돌길, 이끼길 등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숲 속 사찰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큼
자연친화적인 길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정작 그 길은 못 걷고 사원구경을 마쳤다.
(숙소에서부터 사원까지 한 시간을 걸어왔더니 급 피곤해짐ㅠ^^)
왓우몽 사원을 구경한 소감은 아래 사진으로 대신한다.
태국 북부의 전통과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사원이자,
치앙마이에서 가장 중요한 불교사원에 속하는 왓 프라 싱 (Wat pra shing) 사원이다.
치앙마이 올드타운(구시가지) 중심부, 라담넌 거리(Ratchadamnoen Road) 끝부분에 있다.
왓 프라 싱 사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역시 하늘 높이 치솟은 황금색 메인 체디(불탑)이다.
14세기(1345년경) 중반, 란나 불교 건축의 전통적인 스타일이란다.
내부에는 불사리(사리) 또는 중요한 유물이 봉안되어 있고,
역시나 스님들과 신도들이 순례하는 신성한 공간이다.
사원 내에서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프라 싱 부처상'이 있는 본당으로 들어가 본다.
프라 싱 부처상은 태국 북부에서 가장 신성하고 유명한 불상 중 하나로
불자들에게는 신앙의 상징이라고 한다.
이 불상의 인기가 워낙 커서 태국 전역에 프라 싱 복제품이 존재할 정도라고.
치앙마이 송끄란 축제(4월) 때는 왓 프라싱 사원 주변에서 물 축제뿐 아니라,
프라 싱 부처상을 모시고 행진하는 의식이 진행된다고 한다.
그런데 신심 깊은 불자가 아닌, 그저 관람객의 눈에는
화려하고 웅장한 프라 싱 부처상보다 더 눈길이 가는 풍경이 있다.
부처상 주변으로 법의를 걸친 고승 세 분이 나란히 앉아계셔서
궁금하여 가까이 다가가 보니 밀랍으로 만들어진 고승 좌상이었다.
1992년에 어떤 지역 예술가가 만들었다고 하는데 꼭 실제 사람처럼
디테일이 너무나 생생하다.
승복을 걸친 고승들의 경건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깨달음을 다 이뤄내신 부처님보다) 인간으로서 겪었을 수행의 과정이
더 가까이 느껴지며 마음이 겸허해진다.
올드시티 북쪽 창푸악 게이트 근처에 있는 왓 록 몰리 사원은
치앙마이에서 숨은 보석 같은 사원이라고 한다.
일단 잘 알려진 유명한 사원들에 비해 비교적 한적해서 구경하기도 여유로울 뿐만 아니라,
14세기 후반 란나왕국의 건축 양식을 감상하기에도 손색이 없어
역사적 가치와, 고즈넉한 분위기까지 한데 갖춘 사원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사원의 가장 큰 특징은
15세기에 지어진 붉은 벽돌 체디(탑)이다.
왓 록 몰리 사원에서 본당 앞에 있는 웅장한 코끼리 석상이 인상적이었다면
또 한 군데 관람객에게 인기 있는 장소가 있다.
본당 입구 양쪽에 은색 나무와 금색 나무 두 그루가 세워져 있는데
'사랑을 이루어주는 나무'로 불리는 '소망 트리 나무'이다.
나무 주변에 작은 매점이 있는데 여기서 저런 하트 모양의 소원 리프(leaf)를 구입,
소원을 적어 나무에 매달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짝이 없어 외로운 사람은 필히 들러보면 좋을 사원이다.
그러고 보니 주위에 유독 젊은이가 많아 보인다?ㅎㅎ
그리하여 우리는 '도널드 덕 사원'이라 부르는 이 사원은
타패 게이트 근처에 있는 '왓 부파람' 사원이다.
그런가 하면 왓 프라싱 근처에 있는 어느 사원 앞에는
앞 뒤가 똑같은 재미난 동자승이 지나가는 나그네 발길을 가볍게 한다.^^
(2018/1월중순~2월중순, 태국 치앙마이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 보니 격의 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시절만의 예스러운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가끔 글 중간에 2025년 현재의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 아래에도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호]
우리나라 사찰에도 사월초파일을 앞두고
유명 사찰에서는 동자승이 천진난만하게 생활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하지만 태국이나 라오스,미안마,캄보디아 등 동남아의 불교국가에서는
사월초파일 주변뿐 아니라 아무 때나 동자승(童子僧)을 볼 수 있습니다.
불교국가의 부모들은 어린 시절부터 계율을 배우고,
명상과 절제를 익히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특히 태국에서는 남자가 일생에 한번쯤은 승려 생활(출가)을 해야 한다는
관습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찰이나 시가지에서도 동자승을 자주 보게 되는데
때묻지 않은 동자승의 천진무구한 눈빛과 행동거지를 보면 참 행복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것 자체로도 동자승들은 큰 보시를 하는 것이겠죠?
[히]
적어도 한 도시 한달살기를 하시는 분들은
주로 왠만한 거리는 (시간도 많은데) 도보로 다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도 위에 나오는 사원들 모두 뚜벅이로 구경한 사원들입니다.
2월 전후의 치앙마이 날씨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서 걷기에 적당하고 좋더군요.
근데 매연과 특히 미세먼지가 여행 후반(2월중순)으로 가면서
슬슬 안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알고보니 1월 말~4월까지가(특히 2월 말~3월이 절정), ‘번 시즌(Burning Season)’, 이라고 해서
산림·농업 잔재물의 대규모 불법 소각 시기인데
비가 잘 오지 않는 건기와 맞물려 공기 오염 상황이 안좋다고 합니다.
더우기나 태국 북부 인근 미얀마, 라오스 등지에서도 같은 시기에 농경지 소각이 이뤄지는데
이 지역에서 날아오는 국경 간 미세먼지도 치앙마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군요.
다행히 우기가 시작되는 5월부터 공기질이 맑고 쾌적해진다지만,
대신 무지 덥고 습할 테니 이 또한 뚜벅이 여행자한테는 일장일단입니다.
그래서 치앙마이 여행은 11~2월까지 여행 최적기라고 하는데
그런저런 이유에서 같습니다.
며칠간의 단기여행이야 아무 시기든 장점만 취하면 되겠지만
적어도 한달쯤 살려면 고려해 볼 법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