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골라먹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 시간들
(2023년 3월 중순~4월 중순)
[히]
미식의 나라 일본에서,
그것도 천여년이 넘도록 일본의 옛수도였던 교토는
일본의 전통요리부터 세계 각국의 퓨전 요리까지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너무 많았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식당들 문앞에 참 일본스럽다 싶게 진열해놓은
다양한 메뉴들을 재밌게 구경하곤 했는데
마트 음식코너에 가보고는 한 수 더 뜨는 진풍경에 감탄했다.
금방 만들어서 색감있게 반짝반짝 진열해놓은,
가지가지 종류의 음식들 앞에서 우와~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ㅎㅎ
숙소 주변에 인접한 마트중 대략 동서남북으로 네군데 정도를 정해놓고
밖에 나갔다 들어올 때면 동선 가까운 마트를 들렀다오곤 했는데
매번 음식 코너 앞에만 서면 한결같이 음식 삼매경에 빠지곤 했다.
이 맛나보이는 음식들 중 한정된(그러나 기나긴) 한달동안
무엇을 어떻게 골라 먹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 시간.
복병이라면 무엇보다 일본의 엄청난 단맛나는 음식들 앞에서
(남편은 당뇨인^^) 애석하게도 무수히 그림의 떡이 많았다는 것.ㅎㅎ
뭐 별 수 있나... 음식천국 교토면 뭐하나~ ㅋㅋ
외식은 최대한 줄이고, 다행히 마트에 널려있는
수많은 일본 반찬들을 사와서 적당히 섞어 먹기로 했다.
아침은 한식과 양식, 두종류로 먹었는데
한식은 우리 싸랑 누룽지나 밥, 즉석미역국,
그리고 일본식 낫또와 함께 소바된장국, 두부를 자주 먹었다.
교또 와서 낫또를 처음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담백하고 맛있더라.
(그후부터 한국 마트에서도 낫또가 보이면 사서 먹고 있답니다^^)
모두 다 일본의 대표 전통재료다보니 값도 저렴한 데다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이 나서 아침에 부담없이 먹기 좋았다.
양식은 역시나 손쉬운 빵 앤 커피.
교토는 빵이 완전 맛있다고 하더니 진짜로 맛있더라.
심지어 마트에 있는 빵코너만 해도 마트빵인지, 베이커리빵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이고
도심 작은 골목들에도 소신있게 보이는 조그만 빵가게(빵만 파는)가
한블럭 건너마다 있을 정도였다.
수많은 요리가들이 일본으로 유학을 온다는데 일식만이 아닌,
심지어 제빵기술을 배우러도 온다고 한다.
점심은 가끔 외식도 하고 마트 도시락도 자주 먹었다.
교토 와서 처음 가본 곳은 우리나라 김밥천국 같은 느낌의 식당,
스키야(sukiya)이다.
일단 문앞에 친절한 메뉴판이 있어서 가볍게 들어가 먹기 좋은 식당같다.
우연히 들어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일본 덮밥체인점, 가성비 맛집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또다른 장소의 스끼야에서도 한번 더!
이번엔 조식을 먹어본다.
값에 비해 깔끔하니 맛있었다.
교토에서 벚꽃 만개한 극 성수기에 유명 관광지를 갈려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야 하는데
24시간 영업하는 스키야에서 가볍게 먹고가기 좋았다.
일본 덮밥 체인점 한곳 더!
나카우(NAKAU)이다.
이 식당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입구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해야 하는데 한국어가 없네?
식당 앞 유리창에 붙은 메뉴판 그림을 찍어와서 비교해가며 주문완료.
이번에 소개할 곳도 체인점인데
일본 전통 가정식이 정갈하고 저렴한 가격에 잘 나오기로 유명하다는 야요이켄이다.
어쩌다보니 계속 체인점 순례다.ㅎㅎ
역시 사랑받는 체인점들의 공통점은
가성비 좋고, 눈에 잘 띄는 찾기 쉬운 곳에 있고, 메뉴 주문도 쉽고 용이해서
일본인뿐만 아니라 여행자 입장에서도 이용하기 참 좋다는 점이다.
야요이켄의 특징이 하나 있는데 흰 쌀밥을 무한 리필해준다는 것.
요즘 세상이 힘들어 배고픈 사람들도 많은데 참 착한 식당이다.^^
그것도 모르고 남편은 첫주문시 밥 선택을 대짜로 했는데
옆에 앉은 분은 밥을 두번이나 푸짐히 더 갖다 드시더라.ㅋㅋ
이번엔 일반 식당에서 먹어본 규동 오차즈케이다.
밥에 차(녹차, 우롱차 또는 다시물)를 부어서 먹는 요리를 오차즈케라고 하는데
오차즈케는 요리 이름이 아닌, 차를 밥에 부어먹는 식사법 그 자체를 가리키기도 한단다.
우리도 밥맛 없을 때 맨밥에 물을 말아서 개운하게 먹듯이
규동으로만 먹기보다는 찻물에 희석해먹으니 조금 더 담백한 맛이 나긴 했다.
기온거리를 걷다가
처음으로 줄이 길게 늘어선 식당을 들어가봤다.
일본 라멘집이다.
우리가 시킨 라멘은 빨간그릇^^에 나오는
쇼유라멘(일본식 간장인 쇼유를 이용한 라멘)과 만두정식.
짠맛은 보통인데 보시다시피 국물은 역시 니끼하다.
잘 아시다시피 일본 라멘은 주로 돼지 뼈나 닭 뼈로 국물을 만들고
면도 직접 뽑은 거라서 좀 두껍고, 뭔가 덜 퍼진 듯도 하고...
여하튼 먹으면서 계속 우리나라 얼큰한 라면이 생각나게 하는 맛이랄까.ㅋㅋ
제 입맛에 일본 음식들은
(불과 몇가지 먹어본 것들 중에서 얘기지만) 맛이 세가지뿐인 듯.
달거나, 짜거나, 싱겁거나... ㅎㅎ
라멘도 그렇지만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우동, 소바도 마찬가지 같다.
우동, 소바 할 것 없이 국물이나 츠유가 맛은 깊은데 역시나 단짠이다.
일본 우동은 우리의 시원한 가락국수가,
일본 소바는 우리의 구수한 메밀국수가 생각나게 하는 맛이랄까.
제 입맛에는!ㅎㅎ
일본 음식중 야키소바와 오코노미야키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두가지 음식을 함께 주문하자 좌석 바로 앞에 있는 철판에서
즉석에서 군침돌게, 맛갈스럽게 요리한다.
야키소바는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 등에서도 사랑받는 길거리 음식으로 무척 친숙한 데 비해
오코노미야키는 좀 생소했다.
알고보니 일본식 지짐, 팬케이크라고 불리는,너무나 유명한 일본 전통음식이었다.
(마트 음식코너에서도 자주 봤는데 뭔지 몰랐음ㅎㅎ)
잘게 잘라진 양배추에 달걀, 밀가루 등으로 반죽, 그 위에 토핑을 해서
(우리는 삼겹살 몇장을 얹었지만 해산물, 야채 등 다양한 토핑이 있다네요)
앞뒤를 잘 지진 후, 요리 맨 마지막에 가스오부시와 오코노미야키 소스,
마요네즈를 완전 듬뿍 끼얹어서 먹는다.
그런데 저 붉은 소스가 무섭다...ㅋㅋ
우리는 소스 뿌리지 말아 달라고 해서 먹었다.^^
예상대로 오히려 입에 맞고 좋긴 했는데,
그러나 정식으로 오코노미야키를 먹었다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정이 바쁘고 시간이 애매할 때는
길게 늘어선 대기줄이 없는 조용한 식당에서 누구나 다 아는 맛,
스파게티와 카레라이스도 좋았다.
그런가 하면 점심으로 간편한 도시락도 자주 애용했다.
일본은 벤또(일본 도시락)문화가 발달한만큼 카모강가나 공원,
심지어 작은 쉼터같은 곳에서 혼자서, 혹은 한데 모여 벤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봤다.
하루 일정으로 관광을 다닐 때 도시락을 싸가지고 오면
때맞춰 점심 먹을 식당을 찾지 않아도 되니
(물론 근처 맛집 탐방도 여행의 큰 즐거움이긴 하겠지만^^)
시간이 절약되고 마음이 여유롭더라.
그래서 우리도 일본의 도시락 문화를 자주 즐겼다.
마트에 다양한 종류의 도시락들이 있으니 골라먹는 재미도 좋았지만
일본의 대중적인 음식들을 다양하게, 조금씩만, 가볍게 맛보기에 도시락도 참 좋았다.
우리가 다닌 몇군데 대형마트(이즈미야, 프레스코 등)에
자그마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반가운 한국음식 코너가 있었다.
가끔씩은 비빔밥용 나물반찬이 함게 하는 도시락도 싸보공.ㅎㅎ
마지막, 저녁으로 갑니다.^^
저녁은 아침과 마찬가지로 거의 숙소에서 먹었다.
일본식과 우리 음식을 대충 섞어서 술한잔도 곁들여.ㅎㅎ
교토 한달살기를 시작할 때
일본의 해산물은 절대 사먹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마트 수산물코너 앞에만 서면 깔끔하기 이를 데 없이 소포장 된
저렴한 사시미, 스시, 해산물들 앞에서...그만...ㅎㅎ
마트에서만 둬번 초밥을 사먹다가
내친 김에 '스시로 회전초밥 체인점'을 찾았다.
몇년만에 회전초밥집을 찾았더니 이제는 눈앞에서 레일 위로 초밥접시가 흘러가질 않네?
각자 좌석앞에 비치된 태블릿 텃치로 주문을 하면(한국어도 있어요)
그 즉시 좌석 앞까지 레일을 따라서 주문한 음식이 배달되고
접시를 테이블로 옮겨서 먹기만 하면 되게 해놨다.
모니터로 주문할려니 눈으로 직접 보고 고르지 못하는 불편감은 있지만 위생상 더 깔끔한 느낌도 들고
주문한 초밥이 레일타고 눈앞에 도착하기까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다.ㅎㅎ
이게 뭐라고 신기해서 동영상까지.ㅋㅋ
수많은 다양한 종류의 스시가 있어서 뭘 골라야 할지 헷갈리는 가운데
몇가지 맛을 봐보니 금방 만들어져서 그런지
마트 스시보다(특히 밥이) 확실히 더 맛있고 촉촉하긴 했다.
너무 당연한 거겠지만ㅋㅋ
교토 한달살기를 끝내기 며칠 전, 드디어 이자카야에 갔다.
교토에서 꼭 한번은 가볼려고 아껴두고 있던 술집이다.
우리도 일부러 바 좌석에 앉아(이자카야는 바좌석에 앉아야 제맛이므로!)
엄청 공부하며ㅋㅋ 주문을 시작.
눈앞 주방장의 손놀림 몇번으로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걸 구경하는 재미.
근데 그러다보니 자꾸 새 안주를 시키게 된다는...ㅋㅋ
교토에서 한달간 머문 숙소가 교토 중심 뒷골목이어서
저녁만 되면 생각 외로 골목이 한산하고 불빛들도 어두워져
깊고 어둔 교토의 밤만 느끼다가(물론 중심가로 나가면 좀 다르긴 하지만)
막상 이자까야에서 모처럼 컴컴한 밤이 대낮같으니
꼭 산골 사람이 화려한 도심의 불빛을 처음 보는 양 하다.ㅎㅎ
교토의 밤, 선술집 이자카야에 앉아있으니
도란도란 떠드는 주위 사람들 소리가, 사연들이 궁금해진다.
알아들을 수는 없으니 상상만 해본다.
사람 사는 얘기는 세상 어디나 다 비슷비슷할 테죠?!
(2023/3월 중순~4월 중순, 교토 한달살기 중에 가족 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 카페다보니 격의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나름의 솔직한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때때로 글 중간에 2025년 현재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아래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호]
여러 도시에서 한달살기를 해봤지만
일본만큼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는 곳도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방사능 오염이 걱정되지만) 제가 좋아하는 생선회는 물론이고,
아무 다양한 점심 도시락(벤또),
아주 부드러운 소고기 구이,
입속에서 솔솔 녹는 초밥...
이런 많은 일본요리가 사방에 널려 있어도
20여년째 당뇨인인 저로서는
엄청 절제하고 참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태어난다면 비당뇨인 먹방러가 한번 돼봐도 좋지 않을까?
한번 생각만 해봅니다그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