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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한달살기(18)/'온리 커피' 이야기

한국까지 따라갈 교토 커피의 추억

by 호히부부

(2023년 3월 중순~4월 중순)


[히]


외국도시 한달살기를 할 때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맛있는 커피 한잔을 만나면 스미는 커피 향에 행복해지며

그 도시를 애쓰게 찾아온 즐거움이 배가되곤 한다.

심지어 그날의 일정안에 맛집 커피가 포함될 정도로

어느새 커피를 좋아하게 됐다.(커알못이지만 입맛으로만^^)


교토는 오랜 역사를 그대로 보존한 옛천년 수도였던만큼 개성있는 카페들도 많고,

그만큼 커피도 맛있다고 해서 출발할 때부터 설레이고 내심 기대를 했다.

참고로, 요즘은 카페에서 커피 못지 않게 다양한 디저트류, 심지어 심플한 식사까지 즐기는 추세인데

우리는 카페에서 커피(블랙위주로)만 먹다보니,

이 글은 '온리 커피' 이야기이다.^^


20230322_154558.jpg?type=w1600 벚꽃 아래, 커피 한잔의 행복^^


그런데 막상 교토에 온 후, 한달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커피에 허기진달까..

커피의 맛도 맛이지만, 일단 교토 커피는 (푸짐한 백다방이나 메가커피처럼 달라는 건 아니지만)

우리에겐 양이 작다.ㅎㅎ

그렇다고 비싼 커피를 내리 두잔씩 먹을 수도 없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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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해서 좋은 가게 이름 'coffee'




교토에 처음 와서는 가장 손쉽게 편의점 커피를 맛봤다.

(평소에도 뭔가 상황이 애매할 때 편의점 커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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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는 페밀리마트, 세븐 일레븐 커피를 주로 이용했는데

맛은 우리나라 편의점 커피랑 비슷했다.

물론 가성비까지 생각하면(한잔에 약 100엔~200엔) 아주 굿이다.




그런가 하면 숙소에서 먹기 위해 대형마트에서 드립백 커피도 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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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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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커피


처음에는 우리가 잘 아는 맛인 스타벅스(스벅),

두번째는 교토에서 만들어진 커피 종류를 사봤는데

역시 교토 커피가 더 신선하고 맛있더라.


20230321_125253.jpg?type=w1600 위치 좋은 카모강변에 자리한 스타벅스, 산조 오하시 점


교토에 온지 며칠 후,

카모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로 유명하다는 스벅, 산조 오하시 점을 찾았다.

스벅 커피는 외국에 나가면 우리가 가장 쉽게 애용하는 커피이다.

세계 어디서든 매장 분위기가 너무나 익숙하여(맛은 그닥 아니어도^^)

스벅에 들어서는 순간 쉼터에 온 듯 친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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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가 있는 1층에 비해 비교적 덜 붐비는 지하1층


우리에겐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와이파이를 쓰며 오랫동안 앉아서 글정리를 하기가 그 어디보다 좋았던 곳이 스벅이다.

(일본만 빼구요. 전기, 와이파이 인심이 낫굿입니다.

스벅이 그 정도니 하물며 다른 카페는 말 할 필요가 없겠죠.)

다행히 커피 양은 그중 제일 많다.^^


20230324_113851.jpg?type=w1600 기온거리 스벅에서


내친 김에 교토에서 유명한 또 한군데 스벅,

청수사 근처 전통골목인 니넨자카에 있는 다다미방 스벅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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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전통 가옥을 그대로 살려서 만든 스벅인데 이게 뭐라고 연일 호황이란다.

하긴 우리도 일부러 찾아가서(이른 시간이어서 다행히 줄은 안섬^^),

굳이 다다미방에 앉아서 좋아라 하며 커피 마셨다.ㅋㅋ




커피가 맛있다는 교토에 와서 맛있는 커피를 여직 못만나고 있던 어느날,

(맛집 커피를 굳이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아서겠죠. ㅎㅎ)

우연히 다카세 강 수로길에서 발견한 블루보틀 키야마치 카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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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키야마치 카페


교토에 와서 처음으로 커피 맛에 행복을 느끼던 순간이다.ㅎㅎ

급 관심이 생겨 '블루보틀' 검색에 들어갔고,


무려 20여년 전에 생긴,

스벅과는 다른,

깊은 맛에 차별화를 둔다는,

미국의 스페셜 티 전문 커피체인점이었다.(저만 몰랐음ㅋㅋ)


어쩌다보니 교토에서 세군데 있다는 블루보틀 커피를 다 가보게 됐다.

두번째로는 남선사(난젠지)입구에 있는 교토 블루보틀 1호점(2018년),

블루보틀 교토이다.


20230406_142959.jpg?type=w1600 일본의 100여년 된 전통가옥을 개조해서 운영하고 있는 블루보틀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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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8_112400.jpg?type=w1600 카푸치노와 아메리카노(에스프레소가 잘못 나온 줄ㅎㅎ)


마당을 사이로 단정한 일본식 가옥 두동이 연결되어 있는데

전통을 느끼게 하는 오래된 목조건물에서 느껴지는 편안한 운치가 있다.

역시나 커피도 맛있었다.

다만, 아메리카노 양이 너무 적어서 한모금 먹으니 없었다는...ㅎㅎ


마지막으로 교토 전통시장인 니시키 시장 인근에 있는

블루보틀, 로카쿠 카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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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교토 로카쿠 카페


우리가 자주 이용하던 마트가 있는데 바로 옆에 나란히 붙은 카페가 이곳이다.

블루보틀 커피를 몰랐을 때는 그냥 무심코 지나쳤었는데

알고보니 이곳이 교토에서 세군데 있는 블루보틀 중 한곳이었다.

맛은 역시나 구수하고 바디감 있는 블루보틀 맛이었다.




길 가다가 우연히 먹게 된, 맛있는 커피집 두곳.

먼저 이른 아침 청수사를 올라가다가 진입로 언덕에서 만난 로세 교토(loose kyoto)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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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도넛이 담백하고 커피맛은 깊다


가게 안팎 이미지를 보고 왠지 커피를 잘 할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으로 들어선 곳.

청수사 골목에 있는 유명한 아라비카 커피(응커피)나

다다미방 스벅에 비하면 비교적 덜 알려진 자그마한 카페인데

분위기가 조용하고 차분해서 잠시지만 쉬고 있는 기분이 드는

로세 교토였다.


두번째는 쿠쿠루쵸 커피.


20230405_144745.jpg?type=w1600 멕시코인이 운영하는 쿠쿠루쵸 커피


교토 벚꽃 명소인 백천 수로 길가에 있는 쿠쿠루쵸 커피 또한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벚꽃에 정신이 팔려 안보이다가

몇차례 이 길을 오간 끝에 우연히 눈에 띈 스탠딩 노천카페이다.

자유로운 카페앞 분위기처럼 커피맛이 기분 좋았던 기억.


20230405_145329.jpg?type=w1600 쿠쿠루쵸 커피 한잔, 뒤로 보이는 백천길 풍경




교토에서 '한달씩'이나 살면서 하루가 바쁘다는 말을 한다면 뭔가 안맞는 말일까?ㅎㅎ

근데 한달을 생각하면 분명 긴거 맞는데 정작 눈앞의 하루는 짧기만 하니.

('1년은 짧은데 하루는 길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건 머지?ㅋㅋ)

교토에서 유명한 커피, 일본인이 만들었다는 아라비카 커피(%커피)를

두군데 모두(아라시야마 응커피와 또 한곳은 청수사 앞골목) 길고도 긴 줄에 질려

그냥 지나쳐야 했던 사람의 변이랄까...

맛을 못봤으니 할 말이 없다. ㅋㅋ

(위에 그나마 맛 본 커피들은 다 운좋게 기나긴 웨이팅 없었음요^^)


20230329_120844.jpg?type=w1600 아라시야마 응커피 앞, 사진에 다 못담은 줄.. 줄..




마지막으로 교토 중심지역인 산조거리 주변을 걷다가

또 우연히 발견한 진짜 맛있는 커피이다.

이름부터 말하면 Ogawa 커피(소천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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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했더니 역시나 커피맛도 아주~ 심상치 않았다.

또 한발 늦게ㅎㅎ 검색 달리니 교토에서 맛있기로 유명한 커피였다는... ^^

교토에서 1952년에 처음 문을 열었지만 지금은 교토를 비롯, 도쿄, 나고야,

심지어 미국에도 진출해 있다고 한다.

(교토의 맛있다는 커피를 먼저 알고 먹으나,

우연히 뒤늦게 알게 되나 맛있는 커피 맛은 똑같을테죠?ㅎㅎ)


20230405_142354.jpg?type=w1600 카모강에서 소천커피 한잔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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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는 직접 로스팅한 원두들로 만들어논 드립커피 봉지로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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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천커피가 마트에도 있네요? 아는 만큼 보이는 ㅎㅎ




이밖에도 교토의 커피들 중 유명한 커피들이 알아볼수록 많고, 궁금도 하지만

다 그대로 남겨둔다.

말만 하다 결국 못가본, 교토 3대 커피중 하나라고 소문난

'이노다 커피', '스마트 커피'여~

그렇게 안뇽~~^^

.

.

.


하고 교토를 떠나는가 했는데

교토 한달살기 마지막 날인 오늘,

결국 스마트 커피를 맛봤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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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마치 상점가에 있는 스마트 커피. 늘 대기자 줄이 길다


마침 오후 시간이어서였는지 왠일로 스마트 커피 앞에 대기자가 한명도 없네?

그냥 쑥 밀고 들어갔다.

고풍스런 옛날 다방 느낌의 스마트 커피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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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년에 오픈한 스마트 커피. 그 시절에 카페 이름이 스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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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오리지널 커피와 아메리카노를 시켜봤는데

오리지널은 맛이 그런대로 진하고 풍미가 느껴지는 데 비해

아메리카노는 (제 입맛에) 좀 맹탕 느낌이랄까.

걍 크림을 부어 고소한 맛으로 먹었다. ㅎㅎ

그 맛있다는 팬케익도 모양은 예쁜데 (제 입맛에) 맛은 고만고만?

하긴 이것도 먹는 타이밍이 중요하긴 하다.

점심을 맛있게 먹은지 얼마 안된 시간이어서 였을 수도.


내친 김에 그 근처 산조거리에 있는 이노다 커피도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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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에 커피도매업으로 시작, 1947년에 카페 운영을 시작한 이노다 커피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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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스마트 커피에서 커피를 마셨기에

맛은 보지 않기로 하고 대신 이노다 커피콩을 하나 샀다.

한국까지 따라갈 교토 커피의 추억.

우리가 맛보고 경험한 만큼, 그렇게 마음속에 기억될 테지.

풍성한 커피 한잔의 행복.

교토에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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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그렇게 교토를 떠나는 날...


지하철 역으로 가다말고...


발길이 이노다 커피로...


카페 현장(?)에서 맛을 못 본게 아쉬워...


그럴거면 진직 좀 가지...


끝나지 않는 교토 커피 이야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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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1453801664.jpg?type=w1600 이노다의 시그니처 '아라비아의 진주'. 맛은 찐한데 그냥~ 쓴 맛?ㅎㅎ


교토에서 '온리 커피' 이야기

진짜로 끝!






(2023/3월 중순~4월 중순, 교토 한달살기 중에 가족 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 카페다보니 격의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나름의 솔직한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때때로 글 중간에 2025년 현재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아래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2025년, 6월 생각"


[호]

한국에 돌아와서는 주로

'전광수 커피' 원두를 조금씩 주문해

아침마다 갈아서 내려 먹습니다.


원두 중에 '너티하고 부드러운 맛'이 가장 제 입맛에 맞더군요.

'다크 초콜릿의 묵직한 맛'은 너무 짙게 볶아져서인지

향은 좋은데 너무 헤비하고 쓴맛이 강한 듯 하고

'꽃, 과일의 맛있는 산미'는 신맛이 나서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드립커피를 내려서

텀블러에 담아 근처의 도서관으로 향하면

하루종일 든든하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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