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달려!" (전편)
(2018/1월 중순~2월 중순)
[호]
철 모르던 20대 때 한번 오토바이를 타보고 40여 년 만에 오토바이와 비슷한,
스쿠터를 빌리러 빠이 시내로 나갔다.
치앙마이에서는 뚜벅이 신세였지만,
이곳 빠이의 변두리를 돌아보려면 택시를 대절하거나,
몇 대 없는 썽테우를 타고 다녀야 하는데 쉽지 않다.
때문에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손쉽게 스쿠터를 빌려 타고 돌아다닌다.
이번 여행을 위해 국제운전면허증을 미리 발급받아 오지는 않았지만,
여권만 맡기면 된다고 하니, 일단 렌트 회사인 아야서비스로 갔다.
이곳에선 오토바이 면허가 필요 없는 듯,
아예 물어보지도 않는다. 여권만 보여주면 일사천리다.
며칠 전에 치앙마이 시내 도로를 걷다가 우연히 보게 된
상황 하나가 불현듯 떠오른다.
교통경찰이 스쿠터,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을 붙잡아 교통위반 단속을 하고 있었다.
헬멧을 쓰지 않은 고등학생들을 단속하는 것은 이해가 갔지만,
헬멧을 쓰고 가던 외국인 커플을 붙잡아 단속하는 모습을 보고
궁금한 마음에 다가가 보았다.
국제운전면허증 및 헬멧 착용 여부를 엄격히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운전면허증에 자동차뿐 아니라 오토바이 면허까지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면허증 없이 오토바이를 빌려 타는 많은 외국인들이
교통위반으로 범칙금을 물게 된다고 한다.
(25년 현재, 주로 500바트 정도 즉결 벌금을 부과하는데
올해 5월부터는 치앙마이 시내 주요 관광지 인근에
스마트 CCTV가 설치되어 단속이 더욱 공고해진 상태라고 합니다.)
직접 눈으로 이런 현장을 보고 나니,
태국뿐 아니라 동남아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여행을 하려면
미리 안전하게 국제운전면허증에 오토바이 면허를 받아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빠이에서는 위에서도 썼지만 여권을 보여주거나,
복사본과 디파짓(보증금)만으로도 스쿠터 대여가 가능하다.^^
빠이는 작은 마을이라 경찰 단속이 거의 없고, 스쿠터는 관광객들이 주로 타는 교통수단이라
관광수입에 의존하는 이곳에서 느슨하게 운영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껏 간단하게 스쿠터를 빌려 자유를 만끽할 수는 있겠으나
만약에 사고가 나게 되면 거기에 따르는 책임은
전적으로 운전자가 지게 돼 있다는 것도 꼭 기억할 일이다.
스쿠터 종류가 다양하다. 그림을 보니 110cc부터 125cc까지 여러 종 있는데
성능과 장단점을 잘 모르니 그냥 맨 처음 그림의 115cc로 골랐다.
하루 24시간 렌트비는 140바트(대략 5,000원).
3000바트 한도 자차보험이 79바트(2,700원)
헬멧과 열쇠 분실대비 보증금 200바트(7,000원).
(2025년 현재는 물가 상승과 모델 연식 차이로 약 10~50% 정도 올랐다고 합니다. )
여권을 맡기고 키를 받고, 헬멧을 골랐다.
30여 년간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한 번도 내본 적 없는
베스트 드라이버이지만,
스쿠터에는 한 번도 앉아본 적이 없는 무자격자라 시동조차 걸 줄 모르니,
체면 불구하고..... 직원을 불러 물어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이러다가 어느 세월에
"오빠 달려!"
소리를 들어보려나....
아내가 모르게 속으로만 부들부들 떨며 겨우 시동을 걸어
호기롭게 뒷자리에 태우고 길을 나섰다.
그러나 속으로는 '자전거가 더 좋아!'
"내 언젠가 백발을 날리며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말리라..."
하고 아이들에게 여러 차례 말한 적이 있는데
스쿠터도 잘 못 타다니....
하지만 어찌어찌 적응을 해가며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찾아 나선 지 한 시간여...
제법 속도도 낼 수 있게 됐다.
바람이 얼굴에 스치는 속도 감각이
스쿠터 30km 속도가 자동차 60km나 되는 듯하다.
"오빠 달려!" 소리가 나올세라
수 킬로를 조심조심 달려,
드디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건설한 철교에 도착해,
아내 모르게 다른 미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찰칵.
기념사진을 찍는 중국 관광객들을 따라
우리도 같은 마음으로 촬영을 했지만,
우리는 순찰 나온 교통순경 모드가 됐다.
한참을 달리다 연료를 채워야 하는데
무인 주유기인데,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결국 길 건너 구멍가게 아저씨를 불러
도움을 받았다.
한나절을 이리저리 다니며 잘 구경하고 나서,
다음날 아침 일찍 구름이 몰려온다는 운래(雲來) 전망대까지 다녀온 뒤
아무 사고 없이 오토바이를 반납했다.
이로써 "오빠 달려!" 프로젝트도 완수!!! ㅋㅋ
(2018/1월 중순~2월 중순, 태국 치앙마이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 보니 격의 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나름의 솔직한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가끔 글 중간에 2025년 현재의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 아래에도 2025년의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호]
40여 년 전,
대학생 때 125cc 오토바이를 한나절 몰아본 적이 있었지만,
그 후론 한 번도 오토바이를 타본 적이 없습니다.
결혼 후에는 아이들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다녀
더더욱 오토바이를 탈 이유도, 생각도 없었구요.
20여 년 전 자동차로 미국대륙을 횡단할 때 보았고,
요즘 우리나라 지방도나 국도에서 수시로 보이던,
아주 무겁고 커다란 오토바이를 벌서듯 두 손 높이 들고
줄지어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언젠가 저런 오토바이를 한번 타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을 접었습니다.
이젠 자동차 운전도 언제 그만 두나를 걱정할 때가 됐으니 말이죠.ㅎㅎ
아마 2018년 2월 중순, 빠이에서 스쿠터를 탄 것이
제가 마지막으로 오토바이를 탄 기록이 될 듯합니다... 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