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지금이 아니면

그냥 끌리듯... 출발 9일전!

by 호히부부

<호>


나는 왜 또다시 산티아고를 꿈꾸고 있을까?

산티아고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사실 나는,

많은 사람들처럼 한 번 다녀온 산티아고 길을 잊지 못한다는
일종의 '까미노 블루(Camino Blue)'를 심하게 앓은 적도 없다.

그런데도 왜,
그 멀고 험한 길을 다시 걷고 싶어 질까?


유명한 노래도 있지 않은가.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그 답은 어쩌면 단순하다.
지금 아니면, 더는 그 길에 설 수 없을 것 같아서.

그 이유뿐이라고 하면 너무 감정 없게 들릴까?


내년이면 어느덧 내 나이도 일흔에(헉!) 접어든다.
800km가 넘는 산티아고 순례길,
과연 앞으로 또 걸을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이번 세 번째 까미노를 결심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다.

(물론, 산티아고 순례자들 중엔 70대도 흔하긴 하다.
어쩌면 한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길에 ‘거대한 이유’는 없다.
산티아고가 나를 다시 부른다든지,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큰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든지 하는
그런 멋진 동기 같은 건 없다.


그저 나는,
그냥 끌리듯 떠나는 이번 세 번째 까미노를 건강하게,
안전하게 잘 걸어내고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면 야고보 성인도 이제는
더 이상 나를 부르시지 않겠지…
내심 그렇게 믿고 있다.


그렇지만, 요즘 매일밤 꿈결에 걷고있는 나를 보면

설렘은 여전한가보다.^^


산티아고 포르투갈 길을 '배낭메고 걸어오는' 순례자에게만 허락되는 헤르본 수도원 알베르게.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2022년 가을, 두 번째 까미노 포르투갈 길을 마치고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에 누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