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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꿍 Apr 11. 2016

먹방이 유행하는 이유

음식에는 추억과 위로가 있다.

     

왜?


먹는 동안은 세상의 시름을 잠시 잊을 수 있으니까.

그 어떤 것보다 순간적으로 강력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니까.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고되다. 피곤하고 지루하고 힘이 든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당하기도 하고, 고생도 사서 하라고 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한다.

회사 동료는 상사에게 힘들다고 하니 안 힘든 사람 없으니 힘들다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근데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이 있다.

그것은 먹는 즐거움.


다행히도, 가격이 무조건 비쌀수록 맛있는 것이 아니다. 저렴하고도 맛있는 것들이 넘쳐난다. 삼겹살 한 조각에 스트레스가 기름과 함께 목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달달한 케익 한조각에 미소가 지어진다.   


  



먹는 것은 다행스럽게도 이토록 관대하다. 먹방, 쿡방이 이러한 시름들을 덜어버리라고 메시지를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음식과 맛에는 배를 채우는 것 그 이상의 것이 있다.      


김훈 작가는 ‘라면을 끓이며’에서 평생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밥벌이 이기 때문에 밥은 슬프다고 말한다.      

아, 밥벌이의 지겨움!!
전기밥솥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을 한울타리 안으로 불러 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 것이 진저리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밥이 무엇이길래 죽는 날까지 반드시 먹어야 하며

그 밥 때문에 밥벌이를 해야 한다.

 밥에는 이처럼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음식에는 추억이 있고 가족이 있다.

        

15분동안 쉐프가 만들어내는 요리보다 집밥을 해주는 선생이 더 정겨운 이유는 집밥이 주는 따뜻함 그것은 엄마, 가족, 고향의 것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쌈디가 나온 적이 있었다. 어머니가 보내준 음식이 냉동실에 가득했는데 그 음식을 이용해서 요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홍석천이 쌈디 어머님의 삼계탕을 가지고 리조또를 만들었다. 그 음식을 먹더니, 갑자기 목이 메는 쌈디.


‘엄마 맛이예요...’


음식을 먹고 어머니를 떠올리며 우는 쌈디 (냉장고를 부탁해)


정성을 다해 음식들을 냉동해서 서울 사는 아들에게 보내주지만 매번 간단한 인스턴트 음식만 먹어서 어머님에 대한 죄송함과 감사함 때문에 목이 메었나 보다.


같은 음식이라도 세상천지 된장찌개가 널렸고 차돌박이가 들어간 고급 진 된장찌개가 있다해도 엄마 맛이 그리운 건 엄마는 사랑을 같이 끓이니까. 사랑을 담았으니까.           .


남편이 어느 날 ‘우리 엄마가 끓여준 시래기국이 먹고 싶다.’라고 하길래

어머니와 통화할 때 ‘어머니 시래기국 어떻게 끓이셔요?’ 하고 물었다. ‘어머니 시래기국이 먹고 싶다길래 제가 어머니 레시피로 해보려구요.’라고 말했다.   

    

며칠 뒤 집으로 택배가 왔다. 어머님이 그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국을 끓인 후 꽝꽝 얼려서 봉지봉지 담아서 보내 주신 거다.

아들이 먹고 싶다고 하니 사랑을 듬뿍 담아 보내주신 정성에 한번 감동, 너무나 맛있어서 두 번 감동.

      

음식에는 철학이, 역사가, 추억이, 정성이, 혼이, 사랑이 있다.

      

‘아마 아들래미가 시래기국이 먹고싶은 이유는 어릴 때 가족들이 같이 모여서 겨울에 맛있게 끓여먹었던 기억 때문에 그럴거다. 그땐 그리도 맛있더니 요즘엔 그렇게 맛이 없어. 맛이 없어도 함 먹어봐..’   

  

남편은 시래기 국 속에 숨겨진 어릴 때의 추억이 그리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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