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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꿍 Dec 02. 2015

사람으로 인한 상처

셀프 난임 치유기


 때가 지나도 결혼 못한 친구들이 제일 괴로운 것은 주변의 시선일 것이다. 명절 때는 가족, 친척들이 보기도 싫을 테고. 그리고 결혼한 사람들이 본인을 측은하게 여긴다는 느낌도 분명 받을 것이다.


 마찬가지이다. 결혼 후 일정한 때가 지나도 아기가 없는 부부에게 타인의 시선은 무척이나 냉정하다.

결혼 후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애가 없자, 주변 사람들은 ‘왜 애 안 낳아요?’ 라고 속없이 물어보거나, 물어보지 않는 사람들은 지레 짐작하고 측은히 여긴다.     

 

회사에서 오랜만에 업무 차 타 부서 차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하는 말이 “애는 잘 크지?”

아마도 내가 결혼한 지 꽤 되었으니 당연히 애가 있다고 생각해서 한 질문인 듯했다.

저 애 없는데요.” 라고 하니 업무 이야기는 뒤로 하고, 10분을 전화기를 통해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아이를 왜 빨리 낳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전화 중이라 ‘안 갖는 게 아니고 못 갖는 거거든요!!!!!!’ 라고 쏘아붙였다가는 전 부서원이 나를 쳐다볼 것이 분명했다. 난임을 경험하지 못하거나 주변에서도 난임을 못 본 경우에 이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은 ‘다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 학교 다니고, 결혼하고, 아기 낳고, 집사고 모두 비슷하게 살아간다. 만약 여기서 조금 다르게 사는 사람이 있다면, 굉장히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리고 이 기준에 맞춘 사람은 본인이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필요 없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회사에서, 그리고 친척들이 서로 할 얘기가 “결혼 안 해? 애 안 낳아? 둘째는 언제 가질 거야?” 말고는 할 말이 없는 게 아닌 가 조금 씁쓸한 생각까지 든다.

사실은 별 뜻 없는 인사치레일 것이다. 어쨌든 무슨 이야기든지 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밥 먹었어?’라고 하는 것만큼 아주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질문일 뿐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오직 자기 인생에만 관심이 있을 뿐.

노래에도 있다.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중에서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관심도 없으면서 왜 아픈 말만 고르고 골라서 묻는 걸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않으면 이 세상을 살기 쉽지 않다. 

전부 마음에 담고 해결하려 들면 아마 머리가 터져버릴 지도 모른다.


적당히 못들은척 '머라고?' 하면서 딴 얘기로 돌려버리는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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