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난임 치유기
난임 부부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있다. 아마도 랭킹 1위는 ‘마음을 편하게 먹어’라는 말이 아닐까. 그것도 힘들게 난임을 통해 아이를 낳은 부부에게서가 아니고, 그냥 보통사람들에게서 이런 말을 너무도 많이 듣는다.
‘마음을 편하게 먹어’
사실은 그게 정답이다. 난임 뿐 아니고, 인생사 모든 일이 마음을 놓았을 때 이뤄지는 일이 다반사이다. 이뤄지지 않더라도 마음을 놓고 편안해지니 손해날 것이 없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임신 성공담의 대부분은 포기했을 때 생겼다. 마음을 놓았더니 생겼다. 이런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마음을 어떻게 하면 편하게 먹을 수 있을까. 머리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타인은 너무도 쉽게 말을 한다. 그리고 나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서 듣는다.
마음 편하게 먹어야 하고, 애 있는 사람 샘도 내야 되고, 어느 어느 한의원도 가봐야 한다.
나는 조언이 필요한 적이 없었다. 그저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상황을 이야기 한 것뿐이다.
‘누구는 이렇게 했더니 되었더라.’ 라는 조언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다. 난임 5년간 내가 무슨 이야기 인들 안 들어봤을까.
인디언 속담에 ‘그 사람의 신발을 신고 1마일을 걸어보기 전까지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영어표현에도 있다. If I were in your shoes,~
나에게 맞지도 않는 남의 신발을 신고 먼 길을 걸어봐야 그 사람의 입장을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난임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기분이 어떠한지는 아마 짐작하지 못할 거 같다. 마찬가지로 육아를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어떠한지 짐작하지 못할 테고 말이다.
타인에게 생긴 일을 강낭콩만하게 여겼는데, 똑같은 일이 나에게 닥치면 솜사탕처럼 커지게 된다. 똑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주체가 타인에서 나로 옮겨진 것 뿐인데 그 정도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우리는 누구나 아픔이 있고, 그 아픔을 똑같이 겪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어렵다. 이전에 나 또한 누군가에게 쉽게 위로를 하거나, 쉽게 어디서 들은 해결책을 말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저 들어주는 것, 응원해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심으로 행복해지기를 바라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