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2주 살기
3: 그린델발트 , 베아투스 동굴 편
거짓말같았다. 체르마트에서의 마지막 아침. 어제까지 구름한점 없더니 일어나니 흐리다. 구름이 잔뜩 끼었다.
세상에 말도 안돼.
비가 오기 시작했다.
스위스를 여행할 때 꼭 필요한 날씨 어플이 있다. 네이x 날씨에서스위스 날씨를 쳐도 나오긴 한다. 어디에서 끌어오는지는 모르겠는데 영 엉터리이다.
MeteoSwiss 라는 어플이다.
이 어플은 여행 기간동안 핸드폰으로 가장 많이 본 것이기도 했다. 여행 중반 이후에는 거의 스위스 날씨 분석 전문가가 되어있었으니..
이 어플은 정말 야속할 정도로 정확했다.
비가 오는 날 가방을 끌고 그린델발트로 이동했다.
아이거북벽 뷰를 가진 샬레를 예약했고, 이곳에서의 4박을 얼마나 기대했던가.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한니 할머니네 숙소로 예약했다.
한니 할머니는비가 와서 어쩌냐고 안타까워 하셨다. 이미 할머니는 아셨던 거다.
'너네 4일간 계속 비오는데 어쩔래.' 라고..
짐을 풀었다. 사진에서 본 것처럼 할머니네 샬레는 너무 아기자기 하고 예뻤다. 주방도 따로 있고 거실도 따로 있고, 테라스 문을 여니 아이거 북벽이 뙇!!
세상에나..
숨이 막히게 압도적이었다. 흐린 날씨에도 그 웅장함은 숨길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스위스 여행하면 유명한 차xx순x 님 블로그를 뒤지기 시작했다. 스위스에서 비가 오면 어딜 갈지 나와있는 리스트 중에서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베아투스 동굴 당첨!'
이날부터 그간 머리싸매며 세웠던 일정표는 집어 던졌다.(안녕!) 매일매일 어디를 갈지 날씨와 위치에 따라 일일 계획표를 세우기 시작했다.
베아투스동굴은 툰호수 근처에 있다. 그린델발트에서 인터라켄으로 나와, 버스로갈아타 동굴에 도착했다.
그 아름답다던 툰호수의 빛깔은 흐린 날씨 때문에
아름다움을 뽐내지 못했다.
동굴은 역시 비가 와도 상관이 없다. 비 덕분에 예정에 없던 스위스 동굴까지 볼 수 있었으니 감사한 시간.
마침 동굴을 설명해 주는 투어가 시작한다고 하여, 자세히 들으니 그냥 휙~보고 지나갈 때보다 더 깊게 보았다.
아직도 이날의 정취가 생각난다.
그날의 공기, 느낌, 버스를 기다리며 도로 위에서 튀었던 물까지 생생하다.
그리고 그 모든 건 너무나 그립다.
오는길에 인터라켄 COOP에서 장을 봐와서 숙소에서 오븐에 구워 먹고, 3분 미역국까지 끓여 먹으니 세상 감동이다.
( 사진만 보면 느끼해보인다. 그래서 김치대용으로 무말랭이도 뜯어 먹었다.)
내일은뭘 할까?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 오늘은 한줄 평 할게 많다.
1. 그린델발트 한줄 평 : 한적하고 아름다운 마을, 아이거산 뷰로 숙소를 꼭 잡으세요.
2. 베아투스 동굴 한줄 평: 비오면 가볼만한 동굴. 굳이 꼭 들를 필요는 없을만큼 한국의 엄청난 동굴들과는 비교가 안되게 작아요.
3. 한니할머니네 한줄 평: 스위스에서 묵었던 숙소 중에 가장 좋았다고 꼽았던 곳. 주방 딸린 샬레에서 함 묵어보세요. 스위스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 그런데, 희한한 점을 발견했다. 지금 브런치를 쓰며 사진을 업로드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비가와도 엄청 예쁘고 멋지네. 그곳에 있을 땐 맑은 날씨와 흐린 날씨가 대조되어 상대적으로 흐린날을 실망했지만, 지금 한국에 와서 이 사진들을 보니 모두 다 소중하다.
스위스의 흐린날도 사랑하고 싶다.
다음편: 또 비가 온 스위스에서 무엇을 했을까요? 이곳은 비가오지 않아도 강추입니다. '아레슐트'편
* 낮엔 흐리지만 아이거 북벽이 보였지만, 동굴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는 이렇게 구름이 아이거 북벽을 전부 가려버렸다. 야속한 구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