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는 10년 전 방문 이후 두번째 였다.
그마저도 그당시엔 잠도 안자고 홍콩에서 배를 타고 출발했고 내 기억은 멀미를 가라앉히는데
하루의 절반정도를 쓴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엔 꼭 버스를 타고 가보리라 했다.
홍콩 공항에 내려서 마카오 가는 버스가 5월부터 한시적으로 공짜라는 소문을 들은
남편이 재빠르게 전날 예약을 했더랬다.
오랜만의 홍콩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고 전혀 새로운 곳으로 가서 마카오행 버스를 타고 바다위를 달려봤다.
저 바다 넘어 비슷하지만 다른 땅이 있으리라..
가만히 가는 길을 지켜보는데 들뜬 남편이 길이 사라지는 것 같아 라고 말하더라.
그 시선은 정확했고 우리 버스는 바닷속으로 유연히 들어가 한참을 달렸다.
아이에게 “우리는 바닷속으로 가는 중이야, 해저터널이 있거든” 했으나 만 4살이 그게 무슨 상관이람
수속을 마치고 오랜만의 마카오는 여전히 비릿한 바다 내음과 묘한 짠내가 났지만 우릴 기다리는 호텔 셔틀 버스만큼은 웅장했다.
잔뜩 기대에 찬 남편과 아이에게 고작 잠깐 있었던 그곳에 대해 이것저것 말해주고 나니 길에 놓여진 여러 호텔들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나,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마카오는 천지가 개벽한걸까
정말 별천지였다. 물론 10년전 그대로도 있었지만 그야말로 업그레이드된 호텔 도시 같았다고나 할까
10년전에 대체 어딘지는 기억 안나지만 어린맘에 여권 보여주고 카지노에 입장해 슬롯머신 했었는데 마카오 돈 꼴랑 10원정도만 따오고(?) 도박은 나와는 맞지않음을 깨닫고 서둘러 나왔더랬다. 아 물론 광둥어로 쓰여있어서 룰 따위 모르고 나오는 동전 하나만 꼴랑 받았던 기억이랄까.
지금에 와서야 알고보니 우리나라 사람은 카지노 입장은 불법인것 같다.
이번에는 아이와 함께이니 더더욱 근처도 못.. 아니 안갔다. 그냥 여권 보여주고 이 길을 통과해서 지나갈까 싶을 정도로 큰 호텔의 로비도 낑낑대며 걸어갔다
내가 고른 호텔에 체크인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무려 프랑스를 컨셉으로 한 호텔의 가짜 에펠탑이 보이는 곳으로 방을 골랐다. 그 말인 즉, 돈을 더 줬다는 이야기다. 그곳은 조식도 어마어마한 곳이라고 들었기에 조식까지 야무지게 추가했다. 나의 취미는 앞으로 여행갈 곳 조식을 검색하고 방을 검색하며 여행을 기대하는 것이다. 남편이 최저가 검색을 통해 예약하고 나는 그 순간부터 매일을 검색과 조식을 먹는 상상(?)을 해왔다는 이야기다.
체크인 하러 간 곳은 정말 화려한 시장바닥 같았다. 붉은 카펫이 깔려있고 수많은 중국인과 한국인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서양인들.. 그 틈바구니 속에 남편을 체크인 전쟁터에 보내고 나와 아이는 그곳을 마냥 구경했다. 주변을 구경하며 자본력에 감탄하고 서양을 동경하는 그 마음을 오롯이 전해받고 묘한 상스러움이 동시다발적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천년 만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더랬다.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그렇지... 하고 보니 이미 남편은 체크인 중이었고 리셉션에서 정말 한참을 호텔리어와 얘기하고 있었다.
대체 왜 30분 넘게 돌아오지 않는가, 아이에게 이 곳에서 꼼짝말라 말하고는 내가 성큼성큼 남편 옆으로 갔다
그는 진땀을 흘리며 우리의 조식 예약이 잘못되었다고 말해주었다. 놀랐지만 놀라지 않았다. 왜냐면 호텔 예약사이트를 통해 이 호텔이 그따위 상품을 판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남편은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없었고 우리는 예약 바우처를 통해 그런 잘못된 예약이라는 걸 고지 받은적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되도 않는 영어로 열심히 말했고 지금생각해보니 마카오에서 매우 친절한 편에 속했던 그 호텔리어는 예약사이트를 통해 문제 제기하고 조식부분을 환불받으라고 친절히 안내했다.
일단 방을 업그레이드 받은 터라 입 다물고 방으로 올라와서 예약사이트에 전화를 걸었다. 난 SK를 쓰고 있었는데 여행 일주일 전, 드라마처럼 유심을 바꿀 수 있었기에 Baro전화를 쓸 수 있었다.
연휴동안 죄없는 여행사이트 상담원은 내 전화를 받고 그런 오해의 소지가 넘치는 물건을 판 회사를 다닌다는 이유로 죄진 사람처럼 나의 일을 해결해 주었다. 많이 미안했지만 난 곧 생일이었고 나름 기념여행이었다.
물론 이미 식어버린 빵처럼 내 마음도 차갑게 식어버렸지만...
그 일을 해결하느라 이미 두시간은 날렸다. 그 사이에 방에 생일 케익은 도착하고 나는 전화를 받고 애는 내 생일 케익을 퍼먹으며 사방에 묻히고 업그레이드 된 방을 뛰어다니고 있었으며 수영을 가자고 졸랐다.
남편과 나는 번갈아가며 일을 해결하고 애를 돌보고 애가 어지른 것을 치우고 짜증내는 애에게 달래도보고 여역정도 내며 의미없는 시간을 보냈다. 뭐 결국은 한국의 연휴에 출근해서 우리의 전화를 대응한 그 친절한 직원덕에 그 문제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그 직원에게 미안했고 묘하게 기분이 상해버려서 마카오의 그 호텔에 대한 감정이 곤두박질 쳐지고 말았다.
그러고 화장실의 타일을 보니 그 사이사이 곰팡이가 이 호텔을 가자고 우긴 내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었고 침대에 누웠을때 마치 비오는 날 빨래를 말린 것 같은 침대시트의 냄새가 나를 폭발하게 만들었다.
냄새에 예민보스인 나는 결국 하룻밤은 참아내고 그 담날은 당장 시트교체해 달라고 방에 메모를 쓰고 나왔다
여행 다녀와서 흰머리가 잔뜩 났던데 아마...시트 냄새탓이 아닐까.
그리고 사실 첫날 프론트에서 아이의 조식뷔페를 두번 결제했는데 영수증은 한장만 나와서 따지러 갔는데(영수증이 한장이면 증빙이 하루밖에 안되서 둘째날은 밥을 못먹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그들은 한번 결제 된 것이 맞다며 처음 결제 된것은 승인이고 두번째는 결제된 것이라는 개소리도 시전해 주었다. 결국 남편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을 보여주고 너희 말고 윗사람 불러오라를 시전하자 그들의 보스 매니져가 와서 확인하더니 자신들이 두번 결제한것이 맞음을 인정하고 두번째 영수증을 주었다.
기가 찼다. 나는 불평불만쟁이가 아닌데도 이미 온 기력을 소진하고 그 호텔에 복수심을 품게 되었다.
호텔에서 온 시간을 썼기에 예약한 식당은 가지도 못하고 노쇼 진상으로 남게되었다.
우리는 그 다음 투어를 예약했기에...밥도 못먹고 야경 투어에 나섰다.
배가 고프면 신경질이 나지 않던가.
이미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서로 신경질을 내며 아이와 야경투어를 했고 나는 그 투어를 그 시간에 예약한 남편을 원망(?) 헸다. 물론 나는 안다. 그의 여행 계획에는 다 이유가 있고 그는 늘 그 부분에서 멋짐과 감동을 선사한다는 걸.. 하지만 배고픔은 그 모든걸 잊게 만든다. 이미 한껏 날카로움을 뽐내고 야경 투어 버스를 탔다. 그래... 이걸 말해 뭣하냐 야경은 정말 최고였다. 화려한 별들이 나와 우리를 스쳐갔고 자본이 뽐내는 화려함을 온몸으로 맞아보았다. 잠시 그 자본의 상스러움은 잊고 시원한 바람과 반짝임을 따라 바다 위의 다리를 타고 별천지로 몸을 향하고 있었다.
한시간 반 정도의 시간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고 그 투어버스는 센스있게 호텔이 즐비한 호텔촌(?)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맛있는 식당은 이미 대기자가 넘치고 굶주린 우리의 선택은 '파이브가이즈' 였다. 우리 꼬마는 아이여도 리틀버거쯤은 껌이기에 일반 2개, 리틀버거 1개, 감튀 중간사이즈, 밀쉐 하나를 시켰다. 정말 그때의 기분은 한끼만 굶었는데 마치 세상의 끝에서 마지막 식사를 남겨둔 냥 먹었었다. 식후의 당이 차오르고 우리 가족의 맘이 안정되었을 때, 남편은 영수증의 금액을 우리나라 돈으로 바꿔보았다.
햄버거 3개가..감튀가..밀쉐가.. 다합해서 대충 95,000원이 넘었다. 우린 한국에서 그만큼을 오만 얼마에 먹은거 같은데..? 그 어느 코스보다 비싼 가격의 융숭한 식사를 마치고 첫날을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었다.
첫날 내 머릿속을 지배한 문장은 "화려하지만 불친절하고 상스럽다"였다. 정말 불평하고 싶지 않았는데 나를 불만쟁이로 만든 첫날이자 나를 여행기를 작성하리라 라고 다짐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