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보니 글을 좀 쓰란다.

챗GPT보다 제미나이가 사주를 더 잘 본다며?

by 남궁은호

2026년의 새해가 밝았다.(음력으론 아직이다)

뭐 새해라고 크게 다를 것이 있냐만은 그래도 점신도 뒤져보고 신년 운세도 볼겸 했다가 회사 친구들이랑

챗GPT로 만세력 캡처해 둔 걸로 신년 운세도 보고 그랬다.

사실 큰 의미 없이 읽다가 허송세월로 10일가량을 그냥 보냈는데,

인스타 릴스를 보다가 제미나이가 사주를 더 잘 본다고 하더라. 그래서 뭐랄까.. 마치 그간 신년운세는 거들떠도 안 보다가 새롭게 보는 사람마냥 제미나이 앱을 틀었다.


AI는 정확한 프롬프트를 해주는 것이 좋다.

그래서 정확하게 내 사주 만세력을 넣고 '너는 30년 된 역술가야, 이제부터 나의 2026년 운세를 봐줘, 직장운을 주로 봐주는데 제2의 직업으로 무엇이 좋을지, 그에 따른 재력운은 어떨지 봐줘'라고 입력했다.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지 않나.

나는 어린 시절 원하는 걸 많이 가져보지 못했고 추운 날 연탄을 떼고 비 오는 날 비를 양동이로 받아내는

집에서 지냈던 기억이 있어서인가 혹은 이런 기억이 없더라도 가난은 누구에게나 무서운 존재 아닌가.

아 물론 가난을 무서워하는 주제에 물욕은 넘쳐서 문제지..


아무튼 돈을 벌어주는 직업은 중요했고 그에 따른 재테크, 주식투자, 직업유지는 무엇보다 소중했다.

그래서 더욱이 잘 봐준다는 구글 제미나이로 새해 운세를 보아야만 했다.


나의 사주는 화(火)가 5개다. 나를 상징하는 일주도 모두 불이다.(일주란 태어난 날이 표시되는 나를 나타내는 글자다) 올해는 붉은말의 해로 불의 기운이 강한 해라고 한다.

불이 불을 만나니 기운이 강해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어느 AI를 돌리던 올 한 해는 말조심, 욱하는 성질 조심,

홧김에 하는 말을 조심, 함부로 내뱉은 말이 내게로 돌아오는 해라고 했다.


유달리 조심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이미 동료들에게는 내가 홧김에 욱해서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면 등짝을 때리라고도 일러두었다.(지금이 어느 때인데 소중한 직장을 잃을 수야 없지)

그걸 극복하는 제2의 직업을 추천하며 글로 무언가를 풀어내라고 했다.

화가 나는 일도 소재로 삼고 욱하는 생각도 소재로 삼아 풀어나가라고 하더라.



그제야 내가 띄엄띄엄 브런치에 글을 쓰는 생각이 났고 그걸 등한시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아니 등한시했다기보다는 재능이 좀 딸리기도 하고 성격도 급하기도 하고

AI가 그림도 그리고 글도 써내는 이 시대에 내 생각을 적는 게 뭐 중요한가도 싶었다.

요즘은 소설도 AI가 쓰는 시대가 아니던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생각을 말하는 나를 AI가 응원해 줬다.


거창한 생각을 쓰지 말고 하나하나 생각을 써 내려가보고 그게 쌓이면 언젠가 좋은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 했다.


이런 생각을 묻는 나도 좀 우스웠지만 꽤 괜찮은 방법을 제시한 녀석에게 고마운 맘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 고마움은 표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 녀석이 아무 일이나 조언하려들고 감정을 파악하려들면 곤란해지니 말이다.

조언은 들을 수 있지만 그에게 휘둘리고 싶지는 않다.


AI가 응원했다고 글 쓰는 주제에 이런 생각을 한다고? 싶지만 아니 나는 그저 사주에 따라서 그런 거다.

화가 많다지 않나 그걸 슬기롭게 풀어야지

사실 글을 쓰다 보니 나도 내가 좀 우스워지긴 했다.


어쩔 수 없지, 우리 엄마는 하필 그날에 나를 낳아서, 엄마 탓도 해보다가 말았다.

요약하자면 사주가 나를 이끌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사주와 AI의 콜라보쯤??


나의 생각을 풀이해 줄 안식처가 되어주길 기대하며

2026년은 누가 보던 안 보던 성실히 생각을 적어볼 생각이다.


피할 수 없는 인공지능 시대, 제미나이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시대의 부름에 응답해 보련다.


매거진의 이전글세월이 일상이던 너희를 이벤트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