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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언니 Jul 25. 2024

여름, 내가 사랑에 빠진 카바

샴페인은 비싸잖아

언제부터 술을 이렇게까지 사랑했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20대 후반에 만난 내 n번째 남친으로 부터 곁들여 마시는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술에 대한 즐거움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좀 아는 척 하고 싶어할 때, 엄마로부터 와인을 배워 보는 것 어떠냐고 와인수업을 추천받았다.  

진짜 웃기지만 우리 가족은 술찔이다.(아빠,엄마,언니 그리고 나) 술만 먹으면 자야하고 온몸이 벌겋게 되고 엄마와 언니는 손발에 붉은 반점이 돋아나고 퉁퉁 부어오르며 나는 저 기본 옵션에 술을 많이 마시면 토하러 가야한다^^ 아 물론 토하면 다시 마실 수 있는 컨디션으로 돌아온다.

내 남편은 위의 사항에 대해 '술 마시고 빨개지는 사람에게는 술이 독이래' 라는 말을 달고 산다. 아! 물론 그이는 대단한 말술 아버지를 뒀지만 술찔이다. 술을 싫어하는 사람이랄까,



뭐 아무렴 어떠냐. 여름인데,

여름이 어떤 계절인가.

가만히 서 있기만해도 땀이 줄줄나고 차에 타면 찜질방이 따로 없는 그런 순간 아니던가.

나는 그런 여름이 좋다. 왜냐! 맥주 마실 수 있으니까. 근데 요즘은 까바 마실 수 있어 더 좋다.

애기 낳고 돌 쯤 되었을 당시 나의 다짐은 아기 돌잔치 끝나고 '모엣샹동 사서 마셔야지!'였다.

근데 돌잔치도 코로나라 가족끼리 하고(나름 소규모라 호텔에서 해봤다) 때마침 코로나 때문인지 날씨 때문인지 프랑스 작황이 좋지 않아 샴페인 가격이 눈에 띄게 올랐다. 돌이 되었다고 술에 대한 남편의 인식이 바뀐 것도 아니고 비싼 술이라면 굉장히 의아해하는 사람이기에 그 꿈을 접었다.

그이가 모엣샹동도 못 사줄 사람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돈이 아까운 사실도 있었다.




그 이후 나의 대체품은 스페인에서 온 까바로 결정되었다.

모스카토다스티 처럼 달달한 술을 극혐하는 나에게는 한여름의 까바는 극락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맥주보다 도수도 높고 맥주보다 가성비도 좋고

일석이조나 다름없는 녀석이다.

샴페인은 아주 가격이 저렴한 녀석이 3만5천원대 부터 시작하는 것에 비해

까바는 좋은것도 세일하면 1만원대에 즐길 수 있다.

진짜 더운날 밤에 샤워 후 플룻한 잔에 카바를 따르고 넉넉한 옷을 입고 한모금 마시고 있노라면

어느새 누가 포도로 이런 술을 만들었나 하는 행복한 생각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뭐 사실 카바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스푸만테도 기분 좋게 만들어주지 사실 가성비로는 스푸만테지만 이상하게 카바에게 더 끌린다.

땀 흘리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고 선풍기 키고 앉아 그럴싸한 모습이 얇은잔에 카바를 따라 목구멍으로 넘기는 것을 추천한다.



이 지난한 여름을 조금 사랑하게 될지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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