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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언니 Jul 24. 2024

내 아버지에 대한 기억

언제쯤 그리움이 무뎌질까

우리 아빠는 그 집성촌 안에서 '그 집 땅을 밟지 않고서는 길을 지날 수 없' 다는 집의 막내아들이었다.

집과 그의 큰형은 부자일 지언정 그는 학창시절 내내 가난했다.

그의 큰형은 14살에 그 시절에도 사진기가 있었다지만 내 아빠는 농삿일에 친구들 품을 빌려야 할정도로 바쁘고 어렵게 살았다. 아빠의 큰형에 대해 원망하는건 아니다. 그는 그 나름 집안을 지켰고 집안의 명예를 일으켜 세웠으니 말이다. 어차피 그분도 나의 핏줄이고 가족이니 원망의 마음은 당연히 없다. 그냥 내 아버지의 일생이 안타까웠을 뿐

죽도록 일만하고 암이라는 병에 걸린 내 아버지는 이 뜨거운 여름을 참 좋아했다

아무튼 세상을 떠난지 10년이 지나도 어느 계절과 상관없이 참 부모라는 존재는 그립다.

그는 그 아버지에게 어떤 사랑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우리를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 물질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으려고 뼈가 부서져라 그의 몸이 상하는지도 모르고 자신의 업에 최선을 다했다.

가끔 정말 신나게 놀고 있는 아들과 우리 엄마를 보고 있노라면,

조금만 더 있어주지 딱 10년만 옆에 있어줬으면 그렇게 사랑했던 작은딸 결혼식도 보고 아들 없는 집에 드디어 고추 태어나는 모습도 봤을텐데(남아선호 사상은 당연히 아니다. 그냥 진짜 계속 딸만 태어나서 )

그렇게 아기 좋아하고 아기만 보면 독사라는 별명이 무섭게 녹아내리는 당신이 손주 셋중에 단 하나만 보고 떠난 것이 참 아쉽다.

고통 속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아빠가 그만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와서는 아파도 조금만 더 함께 있어주지 싶다.

남들처럼 오랫동안 내편으로 나를 지켜줬어야지 원망도 했다 하지만 자식을 낳아보니 떠나는 그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나는 생각한다. 언제쯤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무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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