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하고 나면 싱크대에는 그릇과 조리 도구들이 수북이 쌓인다.
자잘하게 개수가 많은 수저와 젓가락까지 더해지면,
그건 사람이 밥을 먹고 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처럼 보인다.
기름땀을 흘리는 프라이팬,
찌개를 데우느라 가장자리에 고춧가루가 눌어붙은 냄비,
밥알이 덕지덕지 묻은 숟가락.
싱크대에 모인 그것들은
자신이 처음의 상태로 돌아가길 기다린다.
사실 나는 그 과정이 싫어
집에서 가급적 밥을 안 먹던 시절이 있었다.
부모님과 같이 살 때였는데,
배가 고프면 설거지가 필요 없는 빵이나
냉동 도시락을 먹고 나무젓가락을 썼다.
그마저도 없을 땐
밥 숟가락에 밥을 가득 얹고 반찬을 조금 덜어
설거짓거리를 최소화했다.
나는 진짜 그 행위가 싫었다.
누군가는 설거지가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만들어주어 기분이 상쾌하다 했다.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일이다.
비난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게으르다 볼 수도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식기세척기는 정말 혁명적인 물건이다.
그릇을 잘 불려 차곡차곡 쌓기만 하면 알아서 뜨끈한 물에 지져 상쾌한 상태로 나와주기 때문이다.
돈 많이 주면 저절로 문도 열어 습기도 빼준다.
나는 전셋집이라 6인용 식세기를 싱크대 근처에 얹어서 쓴다. 그나마도 친정엄마가 살림을 많이 도와주시며 식세기 사용을 아주 싫어하셔서 눈치 보며 사용하고 있다.
대체 식세기를 왜 못 믿는지 알 수 없다.
물도 절약해 주고 딸도 아낀다는데..
그래서 난 불 속성 효녀답게 밥 먹고 그냥 내버려 둔다.
엄마는 나에게 설거지하라는 잔소리를 안 한다.
나 역시 별로 죄책감 갖지 않기로 했다.
둘 중 하나라도 불평하면 싸움이 되기에
식세기는 내 집을 가지고 싶은 나의 온전한 이유다.
나도 나의 싱크대에 12인용, 아니!! 할 수 있다면 20인용의 거대한 식세기에 온 집안 그릇을 넣고 뜨끈한 물에 샤워시키고 싶다.
그렇다면 다시 요리도 할 수 있을 텐데
이 전세살이를 끝내야 나의 요리도 발전할 텐데
아직 집 사기를 망설이는 나의 그이만 그걸 모른다.
그냥 장모님에게 의존하며 식사를 의탁할 수밖에 없을 뿐이다.
집을 가지고 싶다.
나의 수납장을 내맘대로 분해해
급수를 연결한 식기세척기를 들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