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인상의 생존법

by 남궁은호

유치원 새 학기 상담 주간이었다.

아이가 외동이기도 하고

학기 전 학부모 모임에 선생님께서 상담주간에 얼굴을 꼭 뵈었으면 좋겠다 하셔서

말 잘 듣는 고지식한 어른인 나는 상담 시간 조사에

냉큼 응답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에게 바라는 점이 있냐는 말씀에

그 친구에게 바라면 뭐 되겠습니까.
알아서 살겠죠


라고 얘기 했다.

선생님은 내내 소리 내어 웃으셨지만 마지막 즈음엔

정말 깔깔대며 웃으셨다.


그러곤 아이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새침하신 분 같았는데
정말 재밌는 분이시네요 “


처음 들어본 말이 아닌데

새로운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새로웠다.

그리고 묘한 서운한 감정이 온몸을 휘감았다.


‘쳇, 아직도 얼굴이 차가워 보이나 보군’



생각해 보면 누가 나에게 말을 먼저 건네는 일은

살면서 다섯 손가락 정도 안에 꼽았다.

학창 시절에도 내가 먼저 말 걸어 온갖 재롱을 떨고

친구를 사귀어야만 했다.



우리 언니는 길에서 서있어도 정말 아무나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라 같은 부모아래 서로 이렇게나 다를 수가 있나 싶었다.



내게 먼저 말을 거는 사람들은

대개 세 부류였다.

도를 믿냐고 묻는 사람,

무언가를 팔아야 하는 사람,

아니면 임무를 받은 남자.



무섭게 생기거나 험악한 인상이 아님에도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건

내가 차가울 것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무표정하면

정색하지 말라고 충고를 들었고

목소리가 크고 높아 화내지 말라고 종종 들었다.


아무도 내게 다가오지 않아 쓸쓸하게 사느니

나는 먼저 말을 걸었고 나를 봉인해제 했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은

소개팅하러 가면 말하지 말라고 주의를 단단히 주었다.

어쩌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를 외치며 살았고

또 어찌어찌해서 결혼은 했다.



웃으며 실없는 소리를 하고

나 자신을 내비쳐야만 친구가 생기는 삶이라니,


가게에 들러서 사장님께도 내가 먼저 너스레를

떨어드려야만 좀 분위기가 풀린달까.



30대에는 살아온 세월에 얼굴에 생긴다는데

나는 아직도 좀 깍쟁이 같은가 보다.

비록 말을 좀 거칠게 하고

모든 걸 보여주고 정직하려 노력했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인가.


언제쯤 얼굴에 재미있는 성격이 반영된단 말인가.



선생님께 그 이야기를 듣고는

남편에게 오랜만에 그런 얘기를 들었다 하니

하긴, 첫인상은 말 걸기 무서웠는데
반전이었긴 했어

앞서 말한 대로 소개팅에서 말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고 웃었는데 말 걸기 무서웠다니..



솔직히 회사의 어린 친구들이 같은 동년배여도

다른 동료들의 첫인상을 보고 더 다가가는 것을 보고

알고 있기는 했지만 이상하게 서운하다.

잘해주려고 웃긴 이야기를 한가득 쌓아뒀는데

차가운 인상으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참나,

얼마나 더 푼수처럼 굴어야 하는 걸까,

얼마나 더 웃겨드려야 한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