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아이 4장

4장. 캠퍼스에서의 재회

by 호호엠이

폴은 주립대학교 공학부 2학년이었다. 기숙사에 살며 여느 대학생처럼 분주하고, 겉보기엔 꽤 괜찮은 청년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 진학을 위해 농구부 활동도 했고, 덕분에 운동신경도 좋았다. 늘 주위에 사람이 많았고, 선배들과도 잘 지냈으며,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은근히 인기가 있었다.

그는 어느새 자라 있었다. 더 이상 수줍어하며 샌디네 집 앞에서 눈치 보던 소년이 아니라, 팀 프로젝트와 과제를 이끌어가고 주말에는 운동도 즐기는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는 건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가끔은 밤에 꿈을 꿨다. 잔디마당, 수영장, 샌디 엄마의 웃는 얼굴. 그리고 어렴풋이 그 곁에 있는 샌디. 깨고 나면 어딘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지만, 다시 기숙사 생활로 돌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캠퍼스 중앙길을 걷다가, 폴은 눈앞에 펼쳐진 장면에 걸음을 멈췄다. 붉은 머리칼에 파란 니트, 그리고 팔에 화구통을 든 익숙한 모습.


샌디였다.

여전히 말없이 걷고 있었고, 약간은 조심스러워 보였지만, 폴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몰랐다. 자신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 있었는지를.




그림엔 더 이상 포클레인도, 자동차도 없었다.
샌디는 붓을 단단히 쥐고 자신만의 세계를 그리고 있었다.
연기처럼 퍼지는 물감, 손끝의 망설임, 집중하는 표정.
그 모습은 너무 아름다워서… 마치 움직이는 그림 같았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툭—
"야, 너 진짜 쟤 훔쳐보는 거야?"
폴이 놀라 돌아보니, 함께 수업 듣는 친구들이었다.

운동부 친구:
"야, 넌 아무나 만나도 되잖아. 근데 진짜... 쟤는 좀..."

여자친구였던 아이는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쟤가 누군 줄 알아? 걔, 특수전형으로 들어온 애야.
수업 때도 대답도 잘 못 하고, 맨날 혼자잖아.
왜 그런 애한테 꽂힌 거야?"

폴은 말없이 친구들을 지나쳐 걸어갔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눈엔 샌디의 붓끝에 남겨진 세계가 자꾸만 아른거렸다.


‘이건… 운명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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