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아이 5장

5장 - 너는 누구야?

by 호호엠이


캠퍼스 식당은 점심시간답게 붐볐다.
폴은 친구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평소처럼 웃고 떠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식당 입구 쪽에서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샌디였다.
오늘은 커다란 화구통 대신 납작한 스케치북 하나만 들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식판을 챙겨 한쪽 구석 테이블에 앉았다.
곧이어, 덩치 큰 남학생이 다가왔다.
짙은 수염, 헐렁한 카고 바지, 어깨에 걸친 붓대 가방.
운동선수처럼 탄탄한 체격의 그 남자는
샌디 옆에 자연스럽게 앉아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샌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야, 너 또 쟤 쳐다보냐?”
옆자리에 있던 친구가 말했다.
“쟤가 누군 줄은 알아? 특수전형이래. 수업도 혼자 듣고 대답도 잘 못해.”
여자친구였던 아이도 덧붙였다.
“진짜 이해 안 돼. 넌 아무나 다 만날 수 있잖아. 근데 쟤는…”

그 순간, 폴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샌디 쪽으로 다가갔다.

“야, 뭐 하는 거야?”

샌디는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다.
입을 뗄 듯 말 듯—하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때, 남학생이 천천히 일어나 폴을 향해 말했다.
“설치 작업 도와주기로 했어요. 같은 과 선배입니다.”

말투는 점잖았지만,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
폴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아... 내가 오해했어. 미안해."

샌디는 말없이 식판을 들고 자리를 떴다.
그 뒷모습이 유난히 조용해 보였다.

폴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다시 돌아서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정말 미안해.”



잠시 후, 누군가 그의 옆에 조용히 다가왔다.
샌디였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얇은 카드지갑을 열어 작은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 Sandy K.
전화번호, 이메일, 집 주소
주립대학 미술학부 – 특수전형



그 명함은 작고 단단했다.
폴은 순간, 그 종이 한 장에 담긴 배려와 방어를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샌디는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방식도 나름대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폴은 명함을 꼭 쥐었다.
그의 손 안에서, 조용히 어떤 문이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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