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아이 6장

6장 - 그 얼굴

by 호호엠이


수업이 끝나고, 폴은 도서관 근처에서 샌디가 나오는 걸 기다렸다.
자신도 모르게 명함을 몇 번이고 다시 꺼내 확인하곤 했다.
이메일을 보낼까, 아니면 그냥 우연인 척 다시 말을 걸까.

그날따라 샌디는 혼자였다.
무거운 화구통을 한쪽 어깨에 걸친 채
작업실을 나와 캠퍼스 바깥쪽 길로 천천히 걸었다.

폴은 망설이다가 따라갔다.
“샌디!”

샌디는 고개를 돌렸다.
그의 목소리에 놀란 듯 멈춰 섰다.

“그… 혹시 데려다줘도 될까? 가는 길이라서.”
샌디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캠퍼스 정문 쪽으로 함께 걸어갔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다.
샌디는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폴의 곁을 천천히 걸었다.
정문 앞 작은 주차장에 다다랐을 때,
은색 차 한 대가 조용히 다가와 멈췄다.
창문이 내려가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샌디? 타자—어, 누구…?”


운전석에는 바로, 그 얼굴.
수년 전 그 집의 마당, 수영장, 쿠키, 햇살…
모든 기억이 한순간에 되살아났다.
샌디의 엄마였다.



“무슨 일이야, 샌디?”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놀라움이 실려 있었다.

운전석에는 그 얼굴이 있었다.

짧은 머리칼, 단정한 셔츠, 무심한 듯 단단한 눈빛.


폴은 숨을 멈춘 채, 그 여인을 바라봤다.

그때의 마당, 수영장, 쿠키, 따뜻한 햇살—

모든 기억이 밀려왔다.


“저… 기억나세요?”

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잠시 말을 잃은 듯했지만, 이내 말했다.

“폴…? 너… 옆집에 살던 아이?”


“네. 저도 이 학교 다녀요. 우연히 샌디랑…”


그녀는 샌디를 바라봤다.

샌디는 말없이 조수석 문을 열고 탔다.


“정말… 세상에.”

그녀는 웃지도, 울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폴은 잠시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 말했다.

“혹시… 나중에 집에 놀러 가도 될까요?”


그녀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오래전 기억의 무게가 그녀의 눈빛을 스치고 지나갔다.


“… 그건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네.

나는 괜찮지만… 네가 바쁘지 않을까 해서. 부모님도 계시고.”


폴은 눈을 피하며 말했다.

“저… 기숙사에 살아요. 부모님은 각자 바쁘셔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그들의 시선은 아주 조용히 교차했다.


“그래, 그럼… 다음에 또 보자.”


차는 천천히 멀어졌다.

폴은 뒤돌아서면서도,

마치 그 시간 속에 갇힌 듯,

한참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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