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휴는 유난히 길었다.

by 호호엠이

이번 연휴는 유난히 길었다.


개천절부터 추석 연휴, 한글날, 대체공휴일, 그리고 주말까지.
무려 열흘이다.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압도되는 기분이 밀려왔다.
나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무엇보다 유치원도, 센터도 쉬는 열흘이다.
아이는 집에 있고, 나는 쉴 틈이 없다.
누군가는 이 시간을 황금연휴라 부르지만
나에게는 돌봄 공백 주간이자 체력 방전 주간이다.

“이거 큰일이야…”
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하자
남편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돌보면 되니까!”
… 퍽이나.

결국 현실적인 합의를 봤다.
아이가 아침 7시에 일어나면 11시까지는 내가 돌보고,
늦잠 자고 일어난 남편이 밥을 먹고 산책을 시키는 것으로.

그 사이에도 식사 준비, 양가 부모님 방문, 명절 인사들이 이어졌다.
이번엔 다행히 음식 준비를 거의 하지 않았고,
시댁 식구들과 고기를 구워 먹는 여행으로 대체했다.
그나마 그게 위안이었다.

아무튼,
누군가에겐 꿀 같은 휴식일지 몰라도
나에게 이런 긴 명절은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
쉬어야 하는데, 오히려 더 지치는 시간.
그게 나에게 ‘연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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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이런 문화나 일정들에 불만이 있다기보다는
그저 관심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전혀 사회화되어 있지 않은 사람 같다.
그리고 자폐 스펙트럼인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어딘가 이상한 게 아닐까’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자주 던진다.

남편이 말했다.
“뭐라도 사러 갈까? 파주 아웃렛.”

“뭘 사?”

“옷이라던가…”

“필요 없어.
사실 우린 그런 데 관심이 없어.
은둔하고 있고, 옷은 충분해.”

“그렇긴 하지.”

“대신 만화를 그릴 좋은 컴퓨터를 살까 고민 중이야.”

“에… 넌 그냥 그림 그리는 거잖아.
성능 좋은 컴퓨터까지는 필요 없지 않아?
게임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픽카드가 좋아야 한다던데.
음, 어차피 오빠 의견은 필요 없어.
그냥 통보할 뿐이야.”

“맘대로 해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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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점점 녹다운되어가는 중이다.

‘루틴’이 깨지고,
학원을 다니며 익혔던
만화를 그리는 감각을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래도 모두가 잠든 밤이면
조금씩 만화 관련 서적을 펼치고,
웹툰을 들여다보며
다시 흐름을 붙잡으려 애쓰는 나를 본다.

어쩐지 내 인생은 단단히 꼬여버린 것 같다.

그 시작은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버린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만화 대신 학벌을 선택하고,
하고 싶은 일 대신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서.
위험한 길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하면서.

그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제라도
꼬인 실타래를 천천히 풀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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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삶은 거창하게 바꾸는 게 아니라
조금씩 방향을 되돌리는 일인 것 같다.

잠깐이라도
내가 좋아했던 일을 떠올리고,
그 감각을 되찾는 일.

나는 오늘도
그 작은 실마리를 붙잡는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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