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호호와 한인 편집자 매드캣의 고군분투 독립영어책 출판일기
나보다 15살은 어릴 것 같은, 나를 이모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 까마득한 후배님들과 한 자리에 앉아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마음이 드는 특강자리였다.
이번 특강때는 4학년 학생들 위주였는데, 독립 영어책 출판사인 우리가 지금에 이르게 된 과정과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설명하고 질문을 받았다.
종이로 된 책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가 있느냐고 뼈 있는 질문을 하는 친구가 있었고, 또 지금만큼의 수입에 만족하냐는 현실적인 질문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종이로 된 책이 아닌 디지털 책이나 자료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에 대한 질문에는, 나 자신이 디지털 책보다는 종이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는 단지 영어 교재일 뿐만 아니라 하루에 특정한 시간을 들여 손으로 쓰고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힐링"하려는 어른들을 위한 학습지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지금의 수입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우리가 점점 더 노력해 알려지고 소문이 나서 인원이 늘게 되면 지금은 아니어도 편안하게 생활할 정도의 수입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그리고 과거에 비해서는 지금이 훨씬 더 좋아졌기에, 그리고 지금 당장은 만드는 일에 재미를 느끼기에 괜찮다고 대답하고는 웃었다.
특강이 끝나고 언제나 존경하는 은사님이신 학부때 지도 교수님과 함께 식사를 하는데 교수님이 요즘 학생들은 우리 때와는 다르게 학과목에 관련된 것이 아닌 이상은 책도 읽지 않고, 또 1학년 때부터 취직하는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영어교육과의 최종 목적과도 같은 임용고시의 영어과 T.O가 많이 나지 않고 합격이 점점 힘들어지자 1학년에 입학하면서부터 공무원 시험쪽을 알아보는 등, 취업에만 온통 신경을 쓰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경기가 어려운 것도 있고, 젊은 층이 현명하게 미래를 대비한다는 소리도 되지만 스무살 쯤 나이가 더 많은 내가 더 모험을 즐기는 것 같은 느낌에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지금도 예전에도 좋아하지 않는 일은 할 수 없었는데, 그게 커다란 단점이자 장점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즐겁게 도전할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겠다는 약간의 무모함, 그리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될 때까지 노력하는 내 자세를 나보다 한참 어리고, 어느 정도 무모해도 좋을 것 같은 후배님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우리가 하는 일을 지켜볼 수도 있었던 계기였고, 그래서 지금도 계속 후배님들의 질문, 특강 내내 초롱초롱하던 눈동자들이 떠오른다. 더 열심히 해야지. 나중에 많이 성공해서, 또는 돈을 많이 벌어서 후배님들 앞에 다시 서게 되면, 이렇게 무모한 부모님벌(?) 선배도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그만큼 거두어 들일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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