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하게 잘 지낸다 생각되다가도 내 깜냥도 모르면서 일을 벌린건가 싶어 자신감이 뚝 떨어질 때가 있다. 부모가 된다는게 두 사람 모두가 희생하고 노력해야하는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니까 더 마음이 무겁고, 내가 상대에게 짐이 되는건가 싶을 때가 종종 있어 슬프다.
생명을 책임진다는게 얼마나 고차원적인 일인지 매번 깨달으며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부부 관계. 부모와 자식의 관계. 남편과 아내 중 한명이 잠깐 편하려면 상대가 그 부분까지 채워주느라 죽을 듯 힘들어지니 결국 ‘우리’의 행복과 멀어지는 것 같아 역설적이다. 행복해지려고 함께 살자 다짐한건데 현실이 녹록치 않으니 인생이 원래 이런건가 싶다.
오늘로서 38주가 되었다. 뱃속 딸아이가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 그리고 사람 같지 않은 몸컨디션. 첫째 아이도 곧 돌이고, 짓고 있는 집도 점차 보금자리의 형태를 갖춰간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우리 부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생각하면 둘다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다.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서로가 해야할 역할들이 차고 넘쳤지만 씩씩하게도 해내왔다.
한가지 일을 오래 끌고 가면 번아웃이 오듯, 여태해온 우리의 일상에 곧 더해질 ‘신생아 돌보기’와 ‘산후조리’를 생각하니 숨이 턱 막힌다. (아이들의 존재는 무척이나 소중하고 보물같지만, 현실육아가 어떤지 육아선배•육아동지들은 다 알거다)
닥치면 아무렇지 않은듯 우리는 또 잘해내겠지만, 그 과정 과정에 분명 숨겨져있을 힘듦이 고름처럼 곪지 않았으면 한다. 지나가면 이또한 추억이 되고, 우리의 끈끈한 힘이 될테지만 힘든건 힘든거니까. 마냥 덮어두고 행복한 모습만 드러내고 싶진 않은거다. 불편함과 솔직함을 열면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날 것을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상대에게 더 서운할테지만. 용기있게 서로의 고충을 직시하며 그 안에서 함께 만들어갈 인생에 감사할 줄 아는 넉넉함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