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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Ma May 03. 2023

#27.

꼬꼬마의 글공간



  하지만 연습장에 연필을 갖다 대는 순간 모든 생각들이 사라져버린다. 어떤 표현을 써야 할지 단어들이 뒤섞여 선택이 되지 않는다. 무언가 떠오를 듯하다가도 언어로 옮겨지지 못한다. 그 모든 생각, 감각, 느낌을 연습장에 써본다.     



생각을 한다.

하지만 무슨 생각인지 모른다.

생각이 없다.

생각은 없지만 무언지 느낀다.     

외로움, 슬픔, 우울함이 느껴진다.


단어들은 표현하기 위한 수단 밖에 되지 않는다.

느낌만 있을 뿐 표현하기 어렵다.

생각은 하지만 생각이 없다.

생각은 있지만 중심이 없다.

줄거리 없는 생각 속에서 주제를 찾지만

두서없이 혼잡한 고민일 뿐

일그러진 장면들은 표현으로 오지 못한다.   

  

생각은 없지만 느낌이 있다.

생각은 없지만 감정이 있다.

검정색 장면들 속에서 내용을 찾지만

주제 없는 혼잡한 마음일 뿐

숙주가 없는 장면들은 표현으로 오지 못한다. 


조용한 집중과 고민 속에서

심장의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감아버린 두 눈 속에서 어둠이 펼쳐지고

그 가운데 하얀 물감이 작게 얼룩진다.

뇌에서 느끼는 부정적 감정이라 말하는 것들이

마음 속이라고 부르는 가슴의 안쪽에서

심장을 손으로 쥐는 듯한 아픔으로 전이된다.    

 

표현의 진실성은 알 수 없다.

진실의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생각을 알 수 없다.

감정을 알 수 없다.

마음을 알 수 없다.

느낌을 알 수 없다.

전부 알 수 없는데 전부 알고 있다.

표현은 할 수 없는데

표현하기 위해 끓임 없이 고뇌한다.


고뇌 속에서 답은 없지만

고뇌 속에서 답을 찾는다.

답을 찾았지만 답을 찾지 못 했다.

정답에 대한 정의는 인간 외의 영역이 되어버린다.   

  

글씨를 새기지만 아무것도 없다.

새겨진 글씨 속에 언어만이 존재한다.

글을 쓰는 행위의 의미는

개인의 의견이 결정짓게 된다.     


그렇게 오늘도 살아가는 이유를 찾는다.     



  팬을 놓는다. 무언가 썼지만 쓰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해가 기울며 방안에 어둠이 찾아온다. 어두운 방안 침대 위에서 리모컨으로 티비를 켜고 방송을 본다. 하지만 생각은 어디에도 있지 않다. 생각들은 모두 연습장의 새겨진 글자 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렇게 오늘도 흘려보낸다.

















예전에 썼던 글들을 보면 왜 그렇게 스스로 오그라지는건지 ... 

글쓰는 것도 역시 재능이 있어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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