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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테이토마토 Nov 24. 2023

[비건 레시피] 푸른 토마토와 샌드위치

시작은 버섯

푸른 토마토와 샌드위치



어떤 음식은 순간을 각인시키곤 한다



여행지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먹은 느린 음식과

엄마가 생일에 만들어준 울퉁불퉁한 도넛을

떠올리기만 해도 찰나와 연결된 기분,



그런 인상은 맛 만으로는 낼 수 없다

만든 사람이 과정 내내 눌러 담은 마음과

그 음식에 다다르기까지의 과정

심지어는 재료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도 영향을 끼친다


내가 익기 시작한 건

감자씨가 나를 위한 음식을 해주기 시작하면서였다


감자씨를 처음 만날 무렵의 나는

동시다발적으로 내려온 문제들에 떠밀려

뿌리째 아스팔트에 굴러다니는 푸른 토마토였다


이대로 영영 굳어버릴까 두려워 자기 전 거울 앞에서 광대를 들어 올리는 연습을 하면서,


토마토가 덜 익은 경우에는

파란 감자보다 독성이 훨씬 높은 경우가 있다던데..

나의 독성이 그렇게 강한 걸까? 상상도 했다




감자씨는 그런 나에게 문장 대신

샌드위치와 배홍차를 건넸다


채식의 배려와 시간이 볶아준 달달한 양파의 단어들, 다져서 감추려 해도 톡 쏘는 할라피뇨의 매콤한 마음까지

그렇게 빵과 빵 사이로 눌러낸 위로가

순식간에 입속에 정차했다




최대한 그곳에 오래 머물고 싶어

차마 지나치지 못하고 되새김질

또 되새김질하는 사이

샌드위치는 그날로 새겨졌다




삼키기 바빴던 시간들이

실은 간절해질 맛의 연속이었다는 걸,

누린 줄도 모르고 지나쳤던 영영 오지 않을 계절을

한 입에 깨달았습니다라고

인정하기가 허무하면서도 감희했다


그날 저녁 이후 지금까지

감자씨가 주는 양분으로 익어간 나는

이제 연습을 하지 않아도 빨갛게 웃을 수 있다



다시 일상을 삼키기만 하려 할 때면

그날의 샌드위치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면 각인된 기억은 미소 짓는다



이제 막 익기 시작한 푸른 토마토처럼






 [비건 버섯 샌드위치]


*재료 : 버섯(느타리버섯, 표고버섯), 토마토, 양파, 빵, 파프리카, 할라피뇨


*소스 : 비건 굴 소스, 간장, 설탕, 맛술, 가람 마살라 파우더, 후추, 발사믹 글레이즈 (발사믹 식초로 대체 가능)


*방법

1. 할라피뇨는 다져둔다

2. 토마토는 얇게 슬라이스 해준 뒤 물기를 닦아 준비한다

3. 파프리카, 양파는 두께감 있게 채 썬다

4. 느타리버섯은 결대로 찢어 준비하고 표고버섯은 양파와 같은 두께로 채 썬다(표고버섯 대도 결대로 찢어서 넣으면 식감이 좋다)

5. 기름 두른 팬에 양파를 오래 볶아 갈색빛이 진해지면 (양파 2개 기준) 발사믹 글레이즈 2T, 간장 1T를 넣고 볶아 감칠맛과 향을 더해 마무리한다 (발사믹 식초의 경우 신맛이 더 강하므로 넣는 양에 주의해 가며 기호에 맞게 가감한다)

7.  양파를 볶던 팬에 기름을 조금 추가하고 파프리카를 넣어 볶는다

8.  파프리카 향이 올라오면 비건 굴 소스 1T, 가람 마살라 파우더 0.5T를 추가해 볶다가 식감이 살아있도록 오래 볶지 않고 마무리한다

 8. 같은 팬에 준비한 버섯, 굴 소스 1T, 간장 1T, 맛술 1T, 설탕 1T,  후추 한 꼬집을 넣고 중불에 오래 볶아 버섯이 노릇해지면 마무리한다

9. 준비한 빵에 카라멜라이징 양파, 토마토, 볶은 파프리카와 버섯, 다진 할라피뇨를, 넣고 완성한다


Tip! 마요네즈 또는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빵에 첨가해서 먹으면 맛이 더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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