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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테이토마토 Jan 22. 2024

[비건 레시피] 오코노미야키

배려의 취향 구이는 흑과 백

비건 오코노미야키


#1 토마토의 이야기


물감을 모두 섞으면 검은색이 되지만

빛을 모두 섞으면 흰색이 된다.




세상은 흰빛들을 쪼개서 튜브에 가지런히 넣어놓고는

물질로 섞이는 순간 흑으로 돌아가게 만들어놨다.




마치 하얀 마음을 꺼내서

더 많이 증명하려 할수록 검게 닿는 것처럼.



두유 옵션이 있는 카페를 겨우 찾아갔는데

“서비스예요 드셔보세요.”라며 나온 치즈 케이크 한 조각에 어쩔 줄 몰랐다.


한두 번은 “알레르기가 있어서요”라고 거절해 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까맣게 무너지는 사장님의 표정이나 죄송하다는 사과를 받으면 몇 배는 더 힘들어져서,



침묵이 늘어갔고

모래알이 된 문장들은 너무 많이 뭉쳐져

이젠 어디서부터 깨어야 할지도 모를

과묵한 바위가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베푼 친절이 누군가를 힘들게 한 적은 없을까?


내가 좋다고 생각한 물감을 차곡차곡 짜다가

결국 검게 뒤섞여서

그 친구를 잃었던 건 아닐까

기억을 반추해 본다.



채식을 지향하는 나를 위한

그림을 그려주는 감자씨는 오코노미야키에

양배추와 두부를 넣기도 하고 옥수수를 넣기도 한다.


담백한 소이 마요네즈를 짜고

파래 가루를 솔솔 뿌린 후

붉은 가쓰오부시 대신

깻잎을 잘게 썰어 뜨거울 때 올리면 파릇한 춤을 춘다.

쪽파도 잘 어울리더라.


간장이나 초장에 찍어 막걸리와 곁들여도 맛있고

소이네즈와 오코노미야키 소스를 듬뿍 뿌려 맥주와 먹어도 환상적이다.

뭐든 당신이 원하는 색으로 물들이면 된다.



그렇게 완성된 사려 깊은 작품은

한 폭의 접시에 알록달록한 마음으로 담겨

따뜻한 전시회를 열 것이다.



#2 감자의 이야기


오코노미야끼를 좋아한다.

오코노미야끼의 맛을 좋아한다.

오코노미야끼의 의미를 좋아한다.

오코노미야끼의 취지를 좋아한다.

나의 취향을 받아줘서 좋아한다.


나의 취향을 반영한 행위를 해본 적이 있었는가.

나의 취향에 집중해 본 적 있는가.

나의 취향을 즐겨본 적 있는가.




없다.



불행히도 없지만 앞으로도 당분간은 없을 예정이다.

나의 취향은 어떻게 되는가.

모르겠다.


언제부터 나의 취향은 존재하지 않았는가.

기억나지 않는다.


'아…! 기억났다.'


'오코노미야끼'


취향을 반영한 음식.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 반죽해서 구워내는 음식.


나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

잃어버린 나를 알아가는 과정.


온전히 나의 취향이 반영된 행위.

나의 취향을 즐기는 시간.

나의 취향을 담아내어 본다.

'오코노미야끼'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오코노미야끼는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되는

‘취향껏’이라는 사실을. 


새우 살을 빼도, 얇게 저민 돼지고기를 빼도, 오코노미야끼의 위에 살아 숨 쉬는 가다랑어 포의 얇고

가녀린 숨을 거둬들여도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그건 오코노미야끼가 아니야!”

누군가 소리쳤다.


큰 소리에 놀라 ‘퓨전’이라는 적당한 단어를 황급히 꺼내 들고서 바깥세상과 타협을 해본다.

나의 취향은 다시 또 뒤로 감춘다.


“이게 오코노미야끼야.”

하얀 반죽 위에 수많은 취향들이 한대 뭉쳐 범벅이 되어 뒤섞인 채 뜨거운 불판 위에서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구워지고 있다.

새우 살, 얇게 저민 돼지고기, 실타래처럼 늘어나는 하얀 치즈가 켜켜이 쌓여 높은 탑처럼 쌓였다.

봄의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넘실거리는 가다랑어 포는 제 할 일이랍시고 눈치 없이 바삐 살랑살랑 움직인다.



내 취향은 없다.


말없이 하염없이 먹을 뿐이다.

먹고, 먹고 먹는다.


내 취향은 무엇이었을까. 

잊었다.

쌓여있는 반죽 높이만큼 나의 취향은 더 무겁게 깔려있다.



나의 취향을 반영한 행위.

나의 취향에 집중하는 시간.

나의 취향을 즐기는 과정.


'오코노미야끼'


뒤로 감췄던 나의 취향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반죽에 담고, 담아 뜨거운 불판에 올려본다.

앙다문 입, 집중한 입 모양새를 하고 반죽을 뒤집는다.


“어렵다 취향.”


여러 갈래로 찢기고 떨어져 나가 버린 볼품없는 모습.


“괜찮아, 괜찮아. 웃어 보인다.”




취향과 마주하는 시간.

점점 줄어드는 시간.


오코노미야끼를 좋아한다.

오코노미야끼의 맛을 좋아한다.

오코노미야끼의 의미를 좋아한다.

오코노미야끼의 취지를 좋아한다.



나의 취향을 받아줘서 고마워.








[비건 오코노미야키]


*재료: 캔 옥수수, 양파, 당근, 염장 다시마(시오 콘부), 깻잎, 대파, 비건 참치 등 원하는 재료

*반죽: 감자 전분, 부침가루, 물

*소스: 소이네즈, 시판 비건 돈가스 소스 또는 오코노미야키 소스(오타후쿠 비건 오꼬노미 소스 사용)


*방법

1. 캔 옥수수는 물기를 빼서 준비한다

2. 양파, 당근, 대파는 다져서 준비한다

3. 큰 볼에 다진 재료, 옥수수를 넣고 반죽 물과 섞어 준비한다

*완자처럼 뭉쳐지는 찰기와 반죽 농도가 좋다

4. 반죽을 치대서 뭉치고 기름을 두른 팬에 넓게 펼쳐서 노릇하게 부쳐서 마무리한다

5. 비건 치즈를 올릴 경우 팬에 물을 소량 넣고 뚜껑을 닫아 치즈가 뜨거운 증기에 녹아내리게 구워 마무리한다

6. 소스를 얹고 파래 가루를 뿌린 뒤 토핑으로 깻잎, 쪽파 등을 곁들여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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