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테이토마토 Jun 14. 2024

[비건 레시피] 김피탕

김피탕을 입어본 가게


비건 김피탕



#1 토마토의 이야기



이것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김치+피자+탕수육


개성 강한 존재들을 하나의 접시에 담을 생각은

각 메뉴에 대한 강렬한 애정이 모인 걸까

혹은 철저히 계산된 조화로움일까?



유래는 찾을 수 없었다.



연결 없이 살아온 경험끼리 만나

하나의 시간에 녹아든 느낌.


뒤엉킨 접시는 경계가 명확하면서도

모호한 지점이다.




절묘한 타이밍에 어우러져

환상적인 우연을 필연으로 믿게 만드는 조합에 감탄하다가,


피자에 고추장을 바르고

탕수육에 핫소스를 뿌려 먹고는

0.5점을 매긴

오래 전의 무지함을 반추했다.



음식점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마주한 죄책감에

누군가 더 어울리는 소스를 찾아 줄 거란 불안으로

작아지는 시간이다.




하지만 현재의 확신조차도

단골손님이 되면

면밀한 불균형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토마토소스가 케첩으로 바뀌고 있는 걸 제가 모를 거라 생각하셨을까요? 목이버섯도 점점 작아지더군요. 처음엔 머스터드소스를 계속 주신다고 하셨으면서..’






재료를 바꾸어 발길이 끊인 맛집에

붙은 임대 딱지는

누구든 계약할 수 있는

씁쓸한 희망이다.



부푼 마음으로 관계를 해본 탕수육 집은

피자를 구울 수 없어서

김치 전문점으로 갈 예정이다.





#2 감자의 이야기



'김피탕'

음식 작명부터 무성의하게 지어진 듯한 이름이다.

들어간 재료의 앞 글자만 합쳐서 이름을 지어버렸다.

분명 창작자도 별도의 고민을 하지 않은 듯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성의스럽고 줄임말이 자신의 이름이 되어버린 이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화려한 이름으로 포장하기 바쁜 시대에 이렇게 무성의한 음식명은 도전적으로 다가왔다.



좋아하는 음식을 한꺼번에 먹겠다는 바쁘다 바빠

현대인이 창조한 끔찍한 혼합 요리인지,

누군가의 의도된 실수로 태어난 운명적 음식인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요리하기에 앞서,

김피탕이 주는 원초적인 이름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하는 겉치레조차 거부한

초연한 모습의 음식을 그대로 눈앞에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세 가지 음식을 준비하지만

세 가지 요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지기를 희망하는 요리사보다는

각각의 메뉴만을 생각하며 마치 어울리지 않기를 바라듯 다소 냉정한 마음이 들었다.

지친 사회인의 삐딱해진 마음이 투영된 괜한 심술이었을까..

무성의한 이름에게 소심한 태클을 걸고 싶었던 걸까

전혀 다른 요리 세 가지를 마친 뒤 모두 켜켜이 합쳐버렸다.




먹고 싶은 음식을 한 번에 해결하려는 마음이

접시에 실체화되어서

가득 넘치듯 쌓여있는 모습은

맛있는 거 더하기 맛있는 거라는 말을

충실히 실천한 욕망 덩어리처럼 보였다.


처음 보는 낯선 비주얼의 음식은

나에게 친절하진 않았다.

먹는 방법 또한 알 수 없었지만

잠깐의 머뭇거림 뒤

자연스럽게 접시 위의 모든 재료를

차곡차곡 조심스럽게 천천히 스푼 위에 담아내어

한 입 가득 입안으로 넣었다.


새콤달콤한 맛의 탕수육 소스, 토마토소스의 묵직하고 깊은 감칠맛,

볶은 김치의 매콤 달콤함, 치즈의 부드럽고 고소함, 튀김의 바삭함은

서로가 가지지 못한 맛들을 서로서로가 받아들이며

입안에서 새로운 맛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이국적이면서도 친숙한 맛, 오묘하지만 기분 좋게 해주는 맛이었다.

눈앞에 놓여 있던 물음표 가득 담긴 음식은 점점 느낌표로 변하고 있었다.



개성이 강한 음식들끼리의 만남은

각자의 주장만 하는,

장점만을 뽐내기 바빠서

조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김피탕은 서로의 상징적인 맛의 포인트들이

잘 어우러지면서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해 주었다.

어느 하나 뒤처지지 않고 각자의 맛과 향을 뽐내며

좋은 맛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무료한 일상에서 생소한 음식을 접하는 것조차

작은 도전이라 여겨질 만큼

진부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자각에 새삼 놀라며,

무성의한 이름의 음식이 가져다준 작은 자극은

무뎌진 삶 속에서 서서히 작아져 간다.





[비건 김피탕]


<재료>

볶음김치, 피자 소스, 비건 탕수육(베지가든 제품 사용), 비건 치즈(굿플래닛 제품 사용)


<방법>   

1. 탕수육 소스에 비건 탕수육 혹은 버섯 탕수를 넣고 볶아 준비한다

2. 비건 탕수육-> 토마토 피자 소스 -> 볶음 김치 순으로 올리고 비건 치즈를 녹여 올린다


♥볶음김치

재료 : 신 김치

소스 : 간장 0.5: 설탕 1 비율, 참기름 조금

방법   

1. 김치는 작은 크기로 다져서 기름 두른 팬에 볶는다

2. 참기름을 제외한 소스를 넣고 마저 볶는다

3. 김치가 익으면 마지막에 참기름을 조금 두르고 마무리한다



♥ 토마토 피자 소스

재료 : 마늘, 양파, 파프리카, 캔 옥수수, 홀 토마토

소스 : 비건 굴 소스 2T, 간장 1T, 케첩 3T, 오레가노, 바질, 후추등 취향껏 추가

방법

1. 마늘, 양파, 파프리카는 잘게 다져둔다

2. 홀 토마토는 거칠게 으깨어 준비한다

3. 캔 옥수수는 체에 쳐 물기를 빼둔다

4. 기름 두른 팬에 마늘, 양파, 파프리카를 넣고 볶는다

5. 마늘향이 올라오면 토마토와 소스를 넣고 졸이듯 볶는다

6. 양파 숨이 죽으면 캔 옥수수와 향신료 파우더를 취향껏 넣고 볶다가 걸쭉한 농도가 되면 마무리한다


♥ 탕수육 소스


재료 : 양파, 당근, 사과(생략 가능)

소스 : 간장 1: 설탕 2: 식초 2 비율, 물, 전분물



#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김! 피! 탕! 비건 탕수육이나 버섯 탕수를 넣고 만들면 더 담백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새콤달콤한 소스에 비건 치즈로 부드러움을 더하고 느끼할 수 있는 부분은 김치가 잡아주는 화려한 맛이 일품이다 ღ˘◡˘ற♡.。 oO


작가의 이전글 [비건 레시피] 마늘 들기름 애호박 튀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