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된다는 것, 감정을 조율한다는 것
팀장이 되었을 때, 나는 막 팀을 옮긴 직후였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들, 그리고 부족한 경험. ‘리더십’이라는 말은 버거움으로 다가왔다. 사업에 대한 명확한 피드백도, 팀원들과의 조율도 쉽지 않았다.
그때 김 선생님은 내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팀에서 가장 오래 근무했던 그는 내가 모르는 업무와 상황을 차근차근 알려줬고,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팀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나는 그에게 진심으로 감사했고, 누구보다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는 달라졌다. 팀장이 된 후 3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는 내가 팀장으로서 충분한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다른 팀원들에게는 살갑게 굴면서 왜 저한테만 냉정하게 대해요?”
“서류 전달할 때 예의가 없어요.”
그는 감정 섞인 말투로, 나를 향한 불편함을 거리낌 없이 내비쳤다. 처음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넘겼지만, 곧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거울 세 개와 겨울 사무실
나는 키가 작아 자리에 일어나 파티션 너머로 팀원들에게 종종 말을 건넸다. 팀원들과 메신저나 전화를 하기에는 가까운 거리, 그러나 당장 무언가를 공유하기에는 파티션이 나를 가로막고 있어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걸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의 그 행동이 감시처럼 느껴졌는지, 어느 날 그는 책상 주위에 거울 세 개를 붙여놓았다.
"팀장님이 저를 감시하니, 저도 팀장님을 감시하겠습니다."
차가운 말투. 그 순간 사무실 공기가 얼어붙었다. 다른 팀원들은 아무 말 없이 상황을 지켜봤고, 내 옆자리에 앉은 부장님-과거 나를 가스라이팅했던 그 상사-역시 침묵했다. 아무도 그 상황을 중재하지 않았다.
숨이 막히던 그날, 나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 자리에 더 있다간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옥상으로 향했다. 넓은 공간, 차가운 공기, 나를 감싸던 바람이 막혔던 숨통을 트이게 했다. 나는 감정이 터질 것 같은 순간, 그 자리를 잠시 벗어나는 습관이 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남편과 다툰 날엔 놀이터 벤치에서, 직장에서 버거운 날엔 옥상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곤 했다. 억울함, 혼란, 서운함이 뒤엉킨 감정 속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왜 그는 그렇게 행동했을까?’
‘내가 놓친 건 무엇이었을까?’
‘이 상황을 더 나아지게 하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감정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가능한 객관적으로 그 상황을 바라보려 애쓰는 일.
그 뒤로도 그는 나를 불편하게 했고, 우리는 같은 공간을 써야 했다. 나는 매 순간 잠시 그곳을 벗어나 감정을 가다듬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갔다.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단단해지고 있었다.
거울이 사라지고, 겨울이 끝났다
어느 날, 그는 다른 팀으로 이동했다. 더 이상 옥상에 올라가 숨을 고를 일이 없어졌다. 마음이 조금 놓였다.
신기하게도, 내가 억지로 상황을 바꾸려 애쓰지 않았음에도 변화는 찾아왔다. 예상치 못한 기회가 나를 더 편한 자리로 이끌었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마음도 조금씩 녹아갔다. 나는 알게 되었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은, 때론 흘러가게 두는 것이 답일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다시 묻게 되었다. 나는 앞으로 어떤 팀장이 되어야 할까. 어떻게 사람 사이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숨을 불어넣는 팀장이 되자
“팀장님, 제 컴퓨터 왜 쳐다보세요?”
그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 나는 팀장이었지만, 누군가의 감정을 예민하게 살피지 못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경험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 관계의 온도, 팀장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를 알게 해주었다. 리더십은 지시가 아니라 감정을 조율하는 일임을 배웠다. 그 균형을 익혀가며, 나는 오늘도 더 나은 리더가 되기 위해 배우고 있다.
그래서 다짐한다. 숨을 불어넣는 리더로, 흔들리더라도 멈추지 않는 팀장으로 살아가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