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학원 확장.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by 킴 소여

제주에서 공부방을 학원으로 확장 고민하면서 가장 먼저 따져본 건 두 가지였다. 장소와 인테리어 비용.


제주로 이주할 때 집과 공부방을 알아보던 것처럼, 이번에도 인근 상가를 온오프라인으로 샅샅이 뒤졌다. 그런데 생각보다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오래된 구시가지 상권이라 상가 건물이 많지 않았다.특히 학원 허가가 가능한 곳은 이미 다른 업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학교 바로 앞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대신 차로 3분쯤 떨어진 외곽에서 두 군데 후보지를 찾았다.


첫 번째는 60평짜리 노후된 저렴한 건물.

넓고, 저렴하다는 장점이 크고, 주차장도 넓어 학부모 픽업이 편해 보였다. 반면에 외관부터 내부까지 많이 낡았다. 내부는 수리한다 쳐도, 저 연령층 대상 학원이라는 걸 고려했을 때 학부모 입장에서 외관에서부터 마음이 쉽게 가지 않을 것 같았다.


두 번째는 30평 신축 건물.

전에 학원으로 쓰던 공간이라 교실 구조도 이미 틀이 잡혀 있어 인테리어에 많이 손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가격도 수용 범위 내였다. 아쉬운 건 주차장이 협소하고, 대로변이라 잠시 정차도 어렵다는 점이었다.

주말에 공부방 제주 지사장과 함께 현장을 다시 보았다. 지사장은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2번이 낫네요. 1번은 외관부터 학부모 신뢰를 어려울 것 같아요."

그 말에 나도 공감했다. 그렇게 2번으로 마음을 정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신축인 2번은 내부가 고급스러운 차콜색 벽인데, 본사 인테리어 규정에 '화이트 계열 벽지' 조건이 있었다. 벽지 정도는 비교적 가벼운 조건이라 생각하고 인테리어 견적을 받았다가 예상보다 훨씬 큰 금액이 나왔다.


알고 보니 벽이 고급 우레탄 마감이었다. 보기엔 좋았지만, 그 위에는 페인트도 벽지도 올릴 수 없는 구조였다. 결국 전부 철거하고 다시 벽을 세워야 했고, 비용은 몇 배로 불어났다.


그 와중에 학원 차량은 신차로 할지 중고로 할지, 인허가 취득과 강사, 기사 채용까지 동시에 알아봐야 했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제주라는 좁은 바닥에서 학원 확장 소문이 먼저 퍼졌다.


인근 원장들의 반발이 뒤따랐다. 계약상 상권을 침범한 건 아니었지만, 그들 입장에선 불안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걸 이해하면서도, 이익상충하는 집단에서 가능한 원활히 풀어보려는 과정도 생각보다 감정 소모가 컸다.


그렇게 두 달 가까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남편도 나를 응원하며 함께 고민해 주었다. 남편은 처음의 "제주를 떠나자"던 말은 어느새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제주에서의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학원을 처음 계획한 내 의도는 성공한 것이라 볼 수 있었다.


건물주와 상가 계약 직전까지 거의 오가던 어느 날,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근데 나, 학원 진짜 하고 싶은 거 맞나?'


일이 끝에 다다르자 생각은 다시 가장 처음으로 돌아갔다.




제주에 있고 싶은 건 맞다. 이곳의 자연을 사랑하고, 곁에서 살고 싶다.

그런데 처음부터 제주를 사랑해서 온 건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 처음 제주에 온 이유는 조금 달랐다.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나 자신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래서 기존의 환경에서 벗어나 완전히 모든 걸 멈추고 나를 들여다본 후, 알게 된 내 모습대로 나를 살게 해주고 싶었다.


그럼 학원은? 이 선택은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일까?

돈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어쩌다 공부방으로 시작해 그 수단도 찾았고.


하지만 알아볼수록 학원 운영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했다. 제주는 나에게 '살고 싶은 곳'이면서 동시에 '느끼고 싶은 곳'이었는데, 정작 느낄 시간조차 없어질 것 같다는 두려움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춰도 될까?

처음엔 학원 검토를 가볍게 시작했지만, 어느새 남편, 지사장, 주변 원장들까지 얽힌 일이 되었다.

일이 너무 커진 건 아닐까? 여기서 멈추는 게 가능한 걸까?


머릿속 복잡한 목소리들을 잠시 밀어 두고, 나에게만 묻는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어?


잠시 생각하다 내면의 나가 고개를 들었다.

답은 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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