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연습장

영화 <만약에 우리>, 그때 헤어지지 않았다면

by 킴 소여

남편과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 방학 기간 돌봄 시간을 고려하면 아침 첫 조조 외엔 선택지가 없었다. 서둘러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영화 시간이 임박해 샌드위치와 커피를 포장했다. 차 안에서 그걸 나눠 먹으며 영화관으로 향하는 길이 묘하게 들떴다.


영화관에 제시간에 겨우 도착해 괜히 크게 먹고 싶지도 않은 팝콘을 사서 상영관으로 입장한다. 오늘만큼은 연애 시절 데이트 느낌을 내고 싶었다. 그 이유는 오늘 보는 영화가 요즘 대세 로맨스 <만약에 우리>이기 때문이다.


요즘 같이 OTT가 성행하는 시대에 월요일 아침부터 조조를 보는 사람이 우리 말고 더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좌석이 찼다. 어제 주말에 영화가 입소문을 타 관객수 150만을 돌파했다고 들었는데, 대세이긴 한가보다.

드라마도 영화도 관심 없는 편인 내가 영화관에 온 것만 봐도 그렇다. 내 경우엔 우연히 광고를 보고 둘의 외모 케미가 너무 예뻐서 끌렸다. 상큼하고 스타일리시한 문가영과 풋풋하고 어리숙해서 더 진정성 있어 보이는 구교환의 조합이 오히려 완벽하게 예쁘고 멋진 남녀 배우보다 더욱 매력 적여 보였다.




영화는 현재 시점과 과거 시점을 아주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오가며 시작한다. '애틋한 사랑과 어쩔 수 없는 현실 사이의 갈등'이라는 전형적인 메타포는 관객들로 하여금 흔해서 더 쉽게 공감할 수 있게, 천천히 흐르는 강물처럼 스며든다.


나를 포함해 많은 관람객들에게 베스트 신을 꼽으라면 '강가 키스신'이 아닐까 싶다. 고아인 여 주인공 정원은 유일한 집 같은 존재인 현수를 유효기간 있는 연애로 묶고 싶지 않다. 두려움에 사랑을 거부하지만, 오랫동안 그녀만 보던 현수의 터져버릴 듯한 직진 앞에 자신의 속마음도 더 이상 외면하지 못하고 굴복한다.

그렇게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사랑하는 둘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아름답고 순수했던 사랑은 냉혹한 현실이 다다르자 돌변한다. 사랑은 깊어질수록 서로를 가장 아프게 찌를 수 있는 가시가 되었다. 결국 서로를 위해 서로를 놓는 선택을 한다.

영화의 엔딩에 둘의 사랑을 진심으로 응원하던 현수의 아버지가 죽기 전 남긴 편지는 정원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너무 소중한 인연이지만, 끝까지 가지 않아도 그것은 그것대로 괜찮다고. 함께했던 시간과 그로 인해 서로에게 끼친 마음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현수는 끝내 붙잡지 못한 자신을 후회하며 정원에게 여러 번 되묻는다.


"만약에 우리...!?"


그 모습이 한편으론 찌질하면서도, 진심이지만 실패했던 첫사랑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최선이었으리라.

인간은 하나의 알을 깨지 않곤 태어날 수 없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아픔이 주는 성장 없인 스스로 성숙할 수 없는 인간의 어리석음 때문은 아닐까.




영화가 끝나고 남편과 나는 둘 다 같은 마음을 느끼며 영화관을 나온다.


그것은 '감사함'.


영원히 행복하기만 하고, 아름답기만 한 것은 조화와 같다. 살아있는 것이라면 반드시 피고 지는 과정이 있는 것이 자연의 공동 법칙이다.


우리는 권태라는 멍청함 앞에 소중함을 속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비록 영화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영화관에서 나오자마자 핸드폰에는 '대출금 이자 납입 안내' 문자와 '잔액 부족' 알림이 울리지만,


동일하게 냉혹한 현실 속에서

영화와 우리의 차이라면

현실보다 약할 때 서로를 만났느냐,

현실보다 강할 때 만났느냐의 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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