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또 옮기기로 했다

by 킴 소여

학원 계약 직전에, 모든 걸 중단했다.

도장만 찍으면 되는 상황에서 멈췄다.

딱 하나의 이유는 없었다. 여러 가지가 겹쳐 있었다.

남은 건, 소진된 에너지와 사이가 틀어진 주변 원장들이었다.


‘에휴… 어차피 안 할 거, 시작도 말걸.’

그 생각이 올라올 즈음,

해가 바뀌어 있었다.


2025년.



그리고 우리는 또 하나의 분기점 앞에 서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계약이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연장할 것인가.

옮길 것인가.

아니면, 돌아갈 것인가.


우리는 옮기기로 했다.

대구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남편과,

아직은 제주에 남고 싶은 나.

결국 아이들을 생각했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시기였고,

우리는 IB라는 선택지를 떠올렸다.

표선.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제주에서 집을 알아보는 건 이제 도가 텄다.

로망 가득했던 처음엔 마당 있는 전원주택만을 생각했다.


하지만 1년을 살고 나니, 기준이 바뀌었다.

마당은, 생각보다 쓰지 않았다.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고,

봄가을에는 모기가 가득했다.

사람에게 좋은 계절은

벌레에게도 좋은 계절이란 걸 잊었다.

그에 비해 남는 건 관리와 비용이었다.


그리고 지네.

처음 본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침대 위 천장등.

그 안에서 지네가 움직이고 있었다.

밖으로 떨어지지 않는 대신,

빛에 비친 다리들이 또렷하게 흔들렸다.

한 번은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문 위에서 지네가 떨어졌다.

한 발짝만 빨랐어도,

그건 내 몸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그 이후로, 기준이 하나 더 생겼다.

지네가 적은 집.

주의⚠️ 징그러울 수 있음


우리는 타운하우스를 선택했다.

주택과 아파트의 중간쯤 되는 형태.

조금 작았지만,

그만큼 덜 비쌌고, 신축이라 벌레도 적었다.

첫째는 첫날 그 집에 이름을 붙였다.

“카페집.”

카페처럼 예쁘다는 이유였다.


2025년.

새 집, 새로운 학교.

우리 가족은 제주에서의 또 새로운 한 해에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표선에서 1년도 버티지 못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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