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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가난뱅이 Nov 30. 2022

은퇴 후 첫 여행에 3년이 걸렸다.

출발

스케줄러를 사용하거나 매일 시간별 계획을 세우는 편은 아니나

그래도 몇 시에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갈 건지 정도는 계획을 세워뒀다.


신을 웃기려면 계획을 세우라고 했던가.


오전 비행기라 3시간 전에 도착하고 공항까지 2시간 반쯤 걸리는 걸 감안하면

캄캄한 새벽 5시 55분에 공항버스를 타야 했다.



문제는 집에서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일이었다.

외진 곳에 살다 보니 카카오 택시도 지역 콜택시도 호출이 안된다.


공항버스를 놓쳤다.


택시가 다니지 않는 곳이라니..


타려던 버스를 취소하고

다시 한 시간 뒤 다음 버스를 예약하고

그 사이 둘이서 계속 택시를 호출했다.


6시가 넘어가자 호출에 성공했다.


대신 공항에서 여유가 없었다.

커피도 한 잔 하고 비행기도 그리고 싶었는데

환전한 돈을 받아 출국장으로 바로 들어왔다.








오래 기다린 여행이다.

퇴직 전 마지막 여름방학에 여행을 갈까 했었다.

뜨거운 여름보다 봄에 여행하고 싶어서 은퇴 후로 미뤘다.

코로나가 시작될 거라는 건 모른 채……


그렇게 원하던 은퇴 생활을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채워지지 않았다.

가끔은 그 구석이 너무 커져 바람이 숭숭 들었다.

행복하면서도 눈물이 나는 날이 있었다.

결핵을 심하게 앓았던 적이 있어 유난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두려웠다.

남양주 산 밑에서 스스로 격리된 생활을 하다가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며 뛰쳐나왔다.


은퇴 후 3년째,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3년째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우리는 출발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올해까지다.

러시아 전쟁으로 항공시간이 길어지고 유가가 올라 유류할증료만도 상당하다.

한 명은 마일리지로, 한 명은 비싼 국적기 항공료를 내고 처음으로 국적기 항공권을 구입했다.


처음엔 파리 여행을 계획했다가 파리에 코로나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 목적지를 변경했다.

10년 전에 가봤던 곳, 언제나 다시 가고 싶은 곳, 둘 다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고르는 포르투갈이다.


문제는 우리가 구입한 항공권에 새로 구입한 파리 - 포르투갈 항공권을 더해야 한다는 것.

항공권 구입 당시부터 연결된 경유 항공권이 아니라 파리에 입국한 후 다시 출국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항공권이었다는 점이다.

분리 발권, 자가 환승이라는 단어로 언급되는 항공권이어서 경유지인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의 입국, 출국 과정이 명확하지 않았다.


집에서 출발할 때 모든 액땜을 다 했는지 다행히 순조롭게 환승 과정을 거쳤다.

밤 9시 45분 포르투를 향해 출발했다.



 



현지 시간 11시 45분.

포르투 공항 근처 호텔에 들어왔다.


집에서 일어난 지 24시간이 지났다.

그래도 아직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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